최근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중심에는 물이 있다. 이미 전 지구적 기상이변은 경제적으로 산업구조까지 변화시킬 정도의 기세로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고, 이런 가운데 강우의 불균형은 녹색성장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상하수 시설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강우패턴으로 인해 그 안전성과 구조물 설계에서도 여러 가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즉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빗물 활용이, 사회 각처에서 고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사)대한상하수도학회와 서울시 물관리정책관은 지난 9월5일 서울 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서울시 빗물세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했다. 시민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빗물 활용을 늘려나갈 수 있는 녹색성장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현행 법률 속 빗물 관리
현재 빗물관리와 관련된 법률은 2004년 제정된 소방방재청의 자연재해대책법을 들 수 있다. 자연재해대책법은 우수유출저감시설의 설치 대상사업과 우수유출저감대책의 수립 및 기준의 제정과 운영 등을 담고 있다.

환경부의 수질 및 수생태계의 보전에 관한 법률, 국토해양부의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기준, 국무총리실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등도 빗물관리와 관련된 사항을 담고 있다. 환경부는 2010년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빗물이용시설을 언급했고, 당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친환경건축물의 인증에 관한 규칙에도 빗물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켰다. 친수구역의 활용에 관한 특별법, 친수구역 조성지침 등에도 빗물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자체의 빗물관리 관련 조례도 있다. 구리, 고양, 군포, 동두천, 서남, 안산, 안성 등 34개 지자체는 빗물이용시설 관련 조례가 있다. 공주, 김천, 대구, 마산 등 5곳은 수도공급 조례를 통해 빗물이용을 언급하고 있다.
서울, 대전, 인천 등 18곳은 빗물관리에 관한 조례가 있다. 수원과 남양주는 물 순환 조례를 갖고 있다. 따라서 2012년 현재 총 59개 지자체가 빗물관리와 관련된 조례를 갖고 있다. 대부분 서울 인근 지역인 의왕시, 안성시, 파주시, 안양시, 광명시 등 39개 지자체는 빗물이용시설에 관한 조례를 갖고 있다. 이들 조례는 침투와 유출저감 보다는 주로 빗물이용에 대한 단독 규제를 담고 있다.

서울시 빗물관리 조례 제정은 2004년 빗물저류시설의 설치 지침, 2005년 빗물관리 조례 제정, 2006년 빗물관리시설의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지침, 2007년 빗물관리 기본계획, 2012년 빗물관리시설의 설치기본계획 등의 수순을 밟아 왔다.

제주도는 물재이용과 지하수 보전을 위한 빗물관리 조례가 있다. 이 조례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지하수를 보전하기 위한 빗물의 저류와 침투를 촉진하고, 6만㎡ 이상의 골프장의 경우 빗물이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체단체의 빗물관리 관련 인센티브도 있다. 서울시는 빗물이용시설에 대해 최대 1천만 원까지 지원해준다. 제주도는 총건설비의 80% 이하를 지원한다. 기타 지자체는 설치에 필요한 건설비의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

국외 빗물세 도입 현황
이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호 박사는 ‘빗물관리 제도와 빗물세 도입의 필요성’이란 발제를 통해 국외의 빗물세 도입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0여년에 걸쳐 독일과 북유럽은 도시 환경 증진을 위해 녹색 기술의 혁신과 응용에 대한 주 무대의 역할을 해왔다. 이들 기술들은 ‘Green Infrastructure’ 또는 ‘Low Impact Developement’라고 한다.

혁신 기술에는 옥상녹화, 벽면녹화, 투수성 포장 등이 있다. 핵심 기술들은 주로 토양과 식생의 자연 현상을 모사하는 것으로서 빗물관리·도시 열섬현상완화·서식지 제공 등의 환경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에서 옥상녹화와 같은 그린 인프라시설의 확산은 다양한 인센티브 복합 적용과 정부의 다각적인 규정에 의해 지원된다. 특히 연방 자연보전법과 건축 규정들은 이전에 개발하지 않았던 녹지 개발에 있어 인간으로 인한 자연 경관과 환경서비스의 손상에 대해 보상 또는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린 인프라기술은 이들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 또한 연방법은 주별로 경관계획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독일 개별 주는 환경보전을 위해 다양한 접근방식을 혁신했다.
1970년대 초부터 연방법원과 주법원은 빗물관리 서비스에 대한 투명성 증진과 공평한 가격 구조를 요구해왔다. 결과적으로 개별 부지에서 발생한 강우 유출수 부하를 산정해 빗물관리 서비스에 대한 개별가정 단위로 세금을 부과한다. 진입로의 포장 또는 옥상녹화의 설치 등은 해당 부지에서 유출되는 강우의 양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IPAs(Individual Pacel Assessments, 개발 구획 평가)를 이용해 특정 구획에 대해 현 상태에 직접 관계되는 요금을 평가하게 된다. 이 접근방식을 통해 해당 부지에 그린 인프라시설을 설치하는 개인 소유주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조성하게 된다.
IPAs의 자료는 인간 활동에 의한 유역의 영향에 대한 공공적인 경각심을 증가시킨다. 관거와 직접 연결된 불투수면은 빗물 부하를 계산하는 핵심 변수이므로 IPAs의 세부정보는 유역 단위 계획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기존 시스템의 효율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유역 단위 계획이나 빗물관리 모델의 개발에 활용된다.

IPAs의 자료는 비용 효율적인 발생원 빗물관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요금 제도의 기반이 되고, 불투수면에 대한 상세 공간 정보 및 하수관거 시스템과의 연결성을 제공한다. 효과적으로 개별 부지의 빗물 부하 정보를 인지하는 것은 분산돼 있는 비점오염원을 점오염 문제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요금 평가시스템은 그린인프라 시설을 이용해 빗물을 관리하는 구획에 대해 요금을 절감시켜 준다.

IPAs는 빗물을 비용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그린 인프라시설의 활성화를 유도하게 되어 요금과 보조금 제도 또는 빗물 배수 거래와 같은 경제적 인센티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IPAs에 따른 빗물세 적용은 하수도 요금을 오수요금과 우수/빗물 배출 요금으로 분리해 산정하는 방법이다. 2000년부터 베를린 등 10여개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그린인프라의 다양한 편익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빗물관리에 관련한 그린인프라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연방수질정화 프로그램은 지방정부가 지표수의 수질을 방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빗물관리 전략을 점검토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요구되는 기금을 조달하기 위해 빗물관리 프로그램의 생성과 빗물요금의 부과를 폭넓게 증가시키기 시작했다. 독일의 경우 개별 구획 평가(IPAs)에 의해 빗물요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등급기준의 빗물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0년 수질오염방지법 시행을 위한 그린인프라 센터 설립 법안이 상정됐다. 그린인프라는 자연의 물 순환 체계를 보전, 복원, 개선 또는 모방하는 모든 빗물관리 기술을 의미한다. 그린인프라의 편익은 물 공급 증가, 일자리 창출, 강우 유출/지표수 유출/오염 강우유출 감소 등이다. 주요 조항은 미국 내 3-5개의 그린인프라 센터 설립, 미국 환경청 재원 조달, 그린인프라 확대 등이다.

미국 워싱턴 DC는 ‘Stormwater fee’라 불리는 빗물세를 도입하고 있다. ‘Stormwater’란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빗물이 지표면이나 불투수면으로 흘러 하수관으로 유입되는 강우유출수를 말한다. 빗물세는 2001년부터 물 사용량에 근거해 유출우수 처리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2008년 10월부터 1300만 달러를 모으기 위해 인상 조치돼 그린인프라 구축 등에 사용된다. 미네소타 주는 2005년 3월부터 빗물공공요금을 받고 있다.

빗물 또는 융설 등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적은 강우의 수질과 수량에 중요한 인자이므로 이에 대한 공공요금을 부과한 것이다. 효율적인 빗물관리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은 빗물공공요금을 감면 받을 수 있다. 적용 대상은 어떠한 소유권, 세금 체계를 불문하고 교회, 학교, 공공시설 등도 모두 포함됐다.

하수도요금에 미치는 영향
서울특별시 물재생계획과 김학진 과장은 시민 부담 증가 논의를 중심으로 ‘빗물세가 하수도요금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김학진 과장에 따르면 서울시의 하수관 및 하수처리시설은 빗물과 생활하수를 유도 처리하는 시설로 도시기능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시기반 시설이다.
 

서울시의 하수관거는 합류관 8820㎞, 분류관 1022㎞, 차집관거 456㎞ 등 총 총 1만298㎞에 달한다. 그리고 서울시는 하수·분뇨처리시설과 차집관거, 자치구는 하수관거 설치·관리와 중계펌프장 등의 관리를 각각 맡고 있다. 서울시의 하수도시설 관리 방향은 적정한 시설투자 및 유지관리로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환경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하수도 노후에 따른 도로 함몰이 연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불투수층 증가 및 이상기후에 따른 수해위험도 증가해 지난해 1만4852건의 건물이 침수했다. 강우 시 고농도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출돼 수질도 악화되고 있다. 때문에 서울시는 노우 하수관거 정비, 저지대 침수취약지역 빗물처리 능력 증대, 초기우수처리 및 하수처리 고도화를 통한 생태환경 복원, 물 순환 개선을 통한 도시환경 개선 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하수도 세입 4193억 원의 76%를 하수도요금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하수도요금은 원가가 775원/㎥인 것에 비해 사용요금은 382원/㎥으로 원가대비 현실화 율이 46%에 불과하다. 이는 외국 주요도시의 12-17%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가정용 기본요금이 220원/㎥이지만 뉴욕은 1800원/㎥이고, 동경은 1300원/㎥이다.

지난 1972년 독일 연방법원은 우수와 오수를 하수관망으로 배출함에 있어 빗물 배출량을 고려하지 않은 ‘상수기준 계산법’에 따른 하수도사용료 산정방법은 해당지역에서의 빗물배출 비용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을 정도인 전체비용의 약 12% 이내일 경우에 한해서만 적법한 산정방법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를 계기로 독일 베를린은 업종 구분 없이 ‘불투수면적(㎡/년)×단가’라는 부과기준을 갖고 빗물세를 도입했다. 부과요금은 우수 2850원/㎡/년이다. 독일의 빗물세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부과기준의 적법성 시비를 해소했다. 빗물유출에 대한 원인자 부담과 하수도사업의 비용부담 기준과 주체를 명확히 한 것이다. 또 필요 세출액 100%를 징수한다. 총 세출액을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고, 오수는 3700원/㎥, 우수는 2850원/㎡/년을 산정한 것이다. 이는 서울의 하수도요금 382원/㎥의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하수사업비에 대한 주 및 지방정부의 지원도 특징적이다. 신규발생 투자 사업비에 대한 정부지원이 있고, 공공시설 우수처리비는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는 독일식 빗물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의 빗물세 도입 논의에는 도시의 내수침수가 더욱 빈번해짐에 따라 도시홍수를 저감하는 시설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재정을 확보해 보자는 목적을 가진다.
실제 기존 하수도 시설은 5~1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해 설치됐지만 최근에는 30~50년 빈도의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해 기존 시설로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도시개발로 불투수면적이 증가해 과거와 같은 양의 비라도 빗물이 땅속으로 신속히 스며들지 못해 도시가 침수되고 있다.

빗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우수관거가 낡거나 막혀있어 도심침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량 편차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도시침수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하수도 시설을 확충하고, 하수도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첨단 운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빗물세를 통해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빗물세 도입은 물 순환 시설 설치를 장려하자는 목적도 있다.

빗물세 도입 논란
서울시가 이른바 빗물세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나서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지난 수십 년간 불투수면적이 늘어나도록 도심 개발을 추진해놓고서 이제 와서 침수피해에 따른 부담을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갑자기 시민에게 세금을 걷겠다면 충격이 있으니 건물이라든지 상습침수구역에는 빗물저류시설, 침투시설을 시와 개발주체가 공동으로 부담해 만드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빗물세 도입 방식을 놓고도 하수도요금으로 할 것인가 빗물처리 세금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쟁점이 되고 있다.

독일식 빗물세는 우·오수처리 부담기준과 주체가 명확하고, 별도의 부담금 등 신설 없이 도입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반면 우수처리 의무화 논란 등 법령 마련이 복잡하고, 현 요금 수준으로는 불투수면적 확대 유인이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가칭 빗물오염 부담금은 환경의무로 인식하기 때문에 법령 마련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도시 내 투수면적 확대를 위한 직접적 방안이란 장점을 가진다. 반면 하수도요금 외의 별도의 부담금을 신설하고, 우수처리 부담기준과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빗물세를 도입하려면 하수도법, 지방공기업법,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제·개정해야 한다. 빗물오염부담금은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등을 제·개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각 주에서는 하수도 요금 징수체계의 변화와 빗물이용과 침투를 촉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1990년 1월22일 발표된 헷센주 수자원관리법을 예로 들면 “중수, 빗물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만 지하수를 뽑아 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하수 특히 빗물은 그것이 내린 그 장소에서 처리 또는 이용되어야 하며, 물 관리적 측면에서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빗물은 그 장소에서 침투시켜야 한다”라고 규정했고 “하수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협회는 정관을 통해 하수도 사용료를 지방 조세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사를 근거로 새로이 징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하수도 사용료 분리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각 도시들은 하수도 사용 조례 속에 분리 산정법의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반영해 해당 도시의 하수도시설, 세입과 세출 현황에 맞게 하수도 요금을 분리해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위법령의 의무 부담 규정 여부에 따라 빗물세 도입 방식을 결정한 셈이다.

여하튼 현재로선 서울시가 ‘빗물세’라는 새로운 세금 도입을 논의하자는 것인지, 침수피해에 따른 책임을 시민에게 지우려는 것인지, 빗물세 도입으로 서민 부담이 증가하는 것인지, 빗물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보충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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