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사회 구현을 위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회에너지미래전략포럼의 후원 하에 지난 9월12일 서울 팔레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과의 공존’이란 주제로 개원 26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중장기 국가에너지 수급전략상의 에너지 믹스의 방향’이란 발제를 통해 에너지 믹스정책 재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여건에 따라 원전 정책을 유지 또는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새로운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독일은 가동 중인 17개 원전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량 폐지할 계획을 세웠다. 원전 주요 수출국인 미국, 프랑스는 기존 원전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원전정책에 대한 우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요구가 증가했다. 원전 건설 계획 축소와 여타 에너지원의 대체설비 증가를 고려한 분석이 필요했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를 위해서 투자비와 기술수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었다.

현재 에너지 믹스정책의 투자비용과 신규 원전건설 차질로 인한 대체비용을 비교 분석해 적정한 에너지 믹스 정책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신재생에너지의 잠재력 및 소요비용, 발전단계 변화 등의 분석이 필요했다. 원전대체를 위한 신재생 발전의 투자비용을 추산, 기존 계획 및 신재생전원의 특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성도 있었다.

원전비중 축소를 신재생 발전으로 대체 시 투자비와 발전단가의 변화 분석, 원전 대체에 따른 전원 구성의 변화, 백업전원 비용까지 포함한 비용 추산,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에너지 믹스 현재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 현황은 석탄 및 원자력 발전 비중을 각각 40%,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석유발전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5% 미만이며, 신재생 비중은 1% 미만으로 극히 미미하다. LNG발전 비중은 2009년 15.1%에서 2010년 20.4%로 증가했다. 전력의 경우 80% 이상의 높은 석탄, LNG, 원자력 비중으로 주요 OECD 국가들과 유사하다.

석탄과 원자력의 비중이 높은 반면 신재생 비중이 미미하다는 게 우리나라의 특징인 셈이다. OECD 국가별 발전구조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부존자원, 산업구조, 정치적 및 정서적 성향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중기 원전 건설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원전 14기가 건설될 계획이다. 이는 2010년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조치다. 현재 7기는 건설 중이며, 향후 2018~2024년까지 6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원자로 형태는 OPR 1000(3기), APR 1400(8기), APR+(2기) 등이다. 2024년까지 원자력 발전계획은 공급능력 31.9%, 설비용량 3만5916MW, 원자력 설비비중 31.9%, 전력발전 48.5% 등이다.
중기 석탄 및 LNG 발전소 건설 계획에 따르면 2010-2024년 사이에 석탄발전 15기, LNG발전 19기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2024년까지 석탄발전 65기(31.4GW), LNG발전 59기(23.5GW)가 운영될 예정이다.

일본은 지진 피해로 ‘에너지기본계획’ 전면 재검토가 표명됐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5월10일 에너지기본계획 백지화와 재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2010년 6월 확정된 일본의 기존 계획은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4기 증설할 계획이었다.

원전 증시에서 신재생과 에너지절약 중심으로 에너지정책 노선 변경도 시사했다. 일본은 신규 원전건설 없이 노후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기할 경우 2020년까지 발전량 비중은 LNG 34.5%, 원자력 15.5%, 신재생 8.3%로 변화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원자력 비중이 상당 폭 감소하고, LNG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증가될 전망인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전력수급난 해소를 위해 원전 재가동 결정을 내리고 장기적으로 원전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침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에너지 정책 변화의 핵심인 ‘혁신적 에너지·환경 전략’의 기본원칙과 세부사항은 다음과 같다. 3대 원칙은 최적 전원구성 실현, 새로운 에너지시스템 실현, 국민적 합의 형성 등이다. 최적 전원구성 실현을 위한 세부사항은 원전 의존도 축소 시나리오 상정, 에너지 부족 및 가격급등 방지를 위한 전략적 계획 수립, 원자력 정책의 철저한 검증과 신체제 하에 운영 등이다.

새로운 에너지시스템 실현을 위해선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지향, 선진 에너지시스템을 통한 국제사회에 공헌, 분산형 시스템 실현을 위한 다각적 검토 등의 세부사항이 있다. 국민적 합의 형성을 위한 세부사항에는 원전반대-원전추진 사이의 대립 극복을 위한 국민적 논의, ‘비용 등 검증위원회’ 설치로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전략 검토, 국민 각 계층과의 지속적 대화 등이 있다.

일본의 탈 원전 시나리오는 지난 6월19일 3가지를 선택할 것을 국민에게 제안하기 위해 마련된 ‘2030년 전원구성 선택안’에 잘 나타나 있다. 선택안 1은 ‘탈 원전 2030’으로 원자력 0%, 신재생 35%, 화력 50%, 절약+열병합 15%, 발전단가 상승(2010년 대비) 41.9-103.5%,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16% 등의 조건을 가진다.

선택안 2는 ‘탈 원전 2050’으로 원자력 15%, 신재생 30%, 화력 40%, 절약+열병합 15%, 발전단가 상승 33.9~72.0%,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20% 등의 조건이다. 선택안 3은 원전 20~25%, 신재생 25~30%, 화력 25%, 절약+열병합 15%, 발전단가 상승 29.8~62.2%,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23% 등의 조건이다.
참고안으로 원자력 35%, 신재생 25%, 화력 25%, 절약+열병합 15%, 발전단가 상승 29.8~62.2%,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28% 등의 조건도 나왔다. 하지만 참고안은 선택안에서 탈락했다. 당시 국민 대다수의 원전 반대 분위기로 일본 정부는 가을까지 여론을 조사한 후 결정키로 했다.

문영석 부원장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영향 시나리오 분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0년 제4차 신재생계획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는 2030년까지 1차 에너지 기준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 12%, 공급량 3673만 TOE의 달성 등이다.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핵심 분야로 공급의 다변화도 나타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 전망은 피크 기여도를 고려해 풍력 8628MW, 태양에너지 3813MW 포함 총 1만9157MW가 건설될 전망이다.

문영석 부원장의 10GW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시나리오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계획 대비 약 2배 확대해 2020년까지 원전 5GW, 2030년까지 원전 10GW 규모로 하겠다는 것이다. 원전설비 이용률을 90%로 가정했을 때 발전량 기준으로 각각 3만9421GWh, 7만8840GWh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는 2020년까지 26.0GW, 2030년까지 52GW 설비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 발전계획에 반영된 신재생설비는 계획대로 도입하고, 이에 추가로 풍력 및 태양광 설비 도입을 전제로 한 신재생 확대 시나리오인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경우 제5차 전력수급계획 상 2010~2024년 총 19.2GW 신재생 에너지 설비 도입으로 총 도입 비용은 49조4000억원이 예상된다. 이는 2030년까지 건설단가 및 운전유지비는 신재생에너지원별로 일정한 학습률에 따라 감소하는 방식으로 전망된 수치다.

학습률은 누적생산량이 2배 늘어날 때의 가격 하락률로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은 각각 7%, 9%, 태양광은 17%로 설정된다.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는 1kWh당 2010년 234원, 2024년 129.7원, 2030년 129.5원으로 전망된다. 신재생에너지 추가도입에 따른 소요비용은 2024년까지 49조5000억원, 2030년까지 11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1kWh당 2024년에는 164원, 2030년에는 150원으로 전망된다.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경우 2030년 원자력 및 신재생 전원 비중은 각각 40.6%와 7.8%가 될 전망이다. 신재생 전원의 10GW 확대와 동일 규모의 원전 축소 시 2030년 원전 비중은 33.1%로 감소하고, 신재생 비중은 15.4%로 증가한다. 2030년 기존 계획의 신재생 전원에 의한 전기요금 상승률은 2010년 대비 22.2%p, 신재생 전원 10GW 추가 확대 시 17.1%p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문영석 부원장은 “(시나리오) 분석은 직접비용만을 반영, 전원구성 변화의 간접효과는 반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전원 구성의 변화가 환경, 에너지 공급 안정성, 미래 성장 동력 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문 부원장은 또 “신재생 전원 비용은 기술혁신 속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며, 기술혁신 속도에 대한 전제가 불확실하기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혁신 속도가 시나리오보다 더 완만해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 폭은 예측치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재생 확대는 이것저것 감수해야.......
신재생 발전 비중의 확대는 향후 전기요금의 인상 요인을 발생시킨다. 문영석 부원장의 분석에서 추정된 실질전기요금 인상률 39.3p는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1982~2011년 기간 동안 명목전기요금 인상률은 18.5%에 불과했던 반면 물가상승률은 240%에 달했다. 태양광 등 고비용 신재생 전원의 확대는 급격한 기술혁신을 동반하지 않는 한 국민 경제의 상당한 부담도 요구한다.

기존계획 대비 신재생발전 약 2배 확대 시 2030년까지 총 209조원이 소요되고, 기존계획 대비 106조4000억원이 증가한다. 신재생 전원의 추가 확대는 입지적합성, 토지이용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에너지 믹스 정책을 변화시킬 경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우선 원전 비중의 급격한 축소는 대체발전 설비의 확대를 수반한다. 유연탄 및 LNG복합박전으로 대체할 경우 발전원가가 상승하고, 전력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화력발전량 증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탄소배출권 수요 증대 및 선확보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국제 배출권가격이 상승하고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신재생으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지 않지만 전력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또 에너지 믹스 및 전원구성 정책 재검토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전기요금 영향,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영향,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비용 증가에 대한 국민의 부담 수용 정도, 원전의 안전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정도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일본의 에너지 믹스 재검토 진행과정을 참고해 우리나라의 장기 에너지 믹스 논의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법적 수립연도는 2013년이므로 올해부터 수립을 준비하고, 추진체계는 범정부적인 협의 및 조정과정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된다. 물론 지경부, 환경부, 녹색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조직간 유기적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원 구성 변화의 경제 파급효과 분석에 필요한 전제치를 도출할 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 이는 일본의 ‘비용 등 검증위원회’ 구성을 참조하면 될 듯하다. 전원 믹스 변화에 대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장기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공론화 과정을 에너지수급 안정성,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보급, 원전 안전성 확보에 대한 정책방향 확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사실 원전도 필요하다?
서울대 이은철 교수는 ‘저탄소 사회 구현에서의 원전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에너지 수급 구조를 갖고 있다. 수입의존도가 96%에 달하고, 수입비용을 국민경제가 부담해야 하는 부존 에너지자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에너지 소비 세계 10위, 석유소비 8위에 걸맞게 에너지 소비량의 지속적인 증가도 예상된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1725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2.9%를 차지했다. 국내 발전단가를 비교해보면 원자력은 가장 저렴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원이다.

화석연료 발전원인 석유, LNG, 유연탄 발전원의 정산단가는 원자력에 비해 각각 5.7배, 3.6배, 1.7배 비싸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원의 정산단가는 원자력에 비해 각각 11.2배, 2.6배, 3.5배 비싸다.
우라늄은 세계 전역에 고르게 매장돼 있으며, 수송과 비축이 용이해 안정적인 연료 수급이 가능하다. 가채년수가 가장 긴 에너지원이며, 연료비 비중이 낮아 우라늄 가격변동에 민감하지도 않다. 에너지정책 관련 최상위 국가전략인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은 2030년 원자력 설비 비중을 2007년 26%에서 41%로 확대했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2%에서 2030년 11%로 확대키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방출에 따른 심각한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측면에서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원자력이기도 하다. 원자력 축소가 기후변화 대응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따져볼 경우에도 원전은 필요할 듯하다.

한국 석유수입은 중동 의존도가 86%에 달한다. 석유, LNG는 중동 및 러시아에 집중 분포하고 있고, 석탄과 우라늄은 대륙별로 비교적 고루 분포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비축량은 석유 130일, 석탄 약 2개월, 우라늄 2년 등이다. 원자력은 경제적으로 가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세계적 원자력 이용 확대에 따라 미래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책임질 블루오션이며, 고용 창출효과와 수출 효과가 큰 셈이다.

현재의 화석연료 고갈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환경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경제성에 있어서 판매단가도 원자력은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할 경우 원자력은 상대적으로 입증된 기술이고, 설비 이용효율도 높다. 원자력은 90% 이상의 설비 이용효율인데 반해 태양광·풍력은 20% 내외이다.

이은철 교수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이용에 있어 2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는 원전의 지속 의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단기적인 신규 원전건설 위축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 세계 원전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이은철 교수의 입장이다. 단 급부상 중인 셰일가스로 인한 지역적인 원전 위축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이후 모두 원전의 안전성 점검에 주력하고 있고, 비교적 지진 위험에서 안전한 폴란드와 카자흐스탄 등 국가 위주로 원전 도입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주요 원전 수출국인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은 원전 지지 및 적극적 보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독일과 스위스는 원전 완전 폐기를 선언했고, 정기점검 등으로 일본은 원전 완전정지 후 재가동 추진 중이며, 이탈리아와 필리핀 등은 원전재개 정책을 철회했다.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필리핀, 멕시코 등은 도입 포기 또는 계획을 연기했다.

동국대 김규태 교수는 “원자력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발생하지 않는 저렴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아울러 원자력에서 확보한 경제적 이득과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연계함으로써 보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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