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학자 1194명 공동성명발표, 환경적폐사업 즉각 청산 촉구

문재인 정부, 국토 난개발 우려불식하고 미래세대에게 예의 지켜야

2017년은 국립공원 제도 도입 50년을 맞는 해이다. 이를 기념한 행사가 지난 6월 정부 주도로 열렸고 우리나라 최초 국립공원인 지리산에서는 10월 27일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념·축하 행사에서 우리는 국립공원 이념을 다시 생각하고 우리 후손에게 국립공원을 훼손 없이 물려주어야 함을 다짐하였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문화재청은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을 위해 천연보호지역 현상변경을 허가하겠다고 하고, 전라남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난데없는 지역 홀대론을 내세워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사)한국환경생태학회 회원들은 지난 30년 국립공원 및 보호지역을 중심으로 환경·생태분야 연구를 해온 학술단체로써 이들 개발사업 추진 중지를 강력히 주장한다.

(사)한국환경생태학회는 1987년 응용생태연구회로부터 출발한 단체로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물론, 백두대간보호지역 및 정맥, 도립 및 군립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천연보호구역 등 보호지역의 보호·관리를 위한 기초, 응용 연구를 수행해 왔다.

(사)한국환경생태학회 회원인 생태·환경학자 1194명은 2015년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공원계획 변경 승인된 후 ‘총회’ 결의로 사업의 부당성을 인식하고 결정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그 배경은 회원으로 구성된 전문조사반을 현지에 파견하여 조사한 결과에 기반한 것이다. 또한 학회는 국립공원 50년을 평가하는 포럼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자연공원법 개정을 제안하였고, 그중 2010년 개정되어 공원시설로 신설된 ‘소규모공항’이 환경 분야의 적폐중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흑산도공항건설추진은 적절치 않음을 주장해 왔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지정된 곳”이다. 국립공원의 이념과 정체성은 나라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은 거의 같다.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은 특성상 보전과 이용이 상충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래서 과거 국립공원 이념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는 ‘보전’과 ‘이용’이 양립하는 평형 개념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개념으로 ‘보전’에 우선한 관리가 시행되어야 함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공원의 정의와 이념을 비웃듯 1988년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정령치관통도로, 1991년 치악산국립공원 골프장 및 스키장 논란, 1994년 덕유산국립공원 무주리조트 건설, 1996년 속리산국립공원 온천개발 논란, 1997년 계룡산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 2001년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사패산 터널) 건설, 1991년부터 시작된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사건 등 처참한 난개발의 역사로 가득하다.

자연의 마지막 안식처이며, 온전히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국립공원이 지역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국립공원의 위기는 이를 앞장서 지켜야 할 정부가 정권 입맛에 맞게 앞장서거나 방조를 한 결과이며 국립공원의 지난 50년의 성찰은 이 바탕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립공원 제도 50주년을 맞아 지난 과오를 되짚고 국립공원 이념과 정체성에 맞는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우리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흑산공항과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문제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공항은 공원자연환경지구 내에 1.2㎞의 활주로를 국립공원 시설로써 건설하여 50석 내외의 항공기를 운항하겠다고 하는, 2009년부터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국립공원 시설이란 공원의 보전, 관리 또는 이용을 위해 공원계획에 따라 설치하는 시설이다. 1967년 공원법에 의해 시설이 법에 명시될 때는 국립공원 이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이다.

2001년 자연공원법을 전부 개정하면서 공원시설에 대해 법적 검토가 이뤄진 바 있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공원의 보전 적 측면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자연공원법을 다시 개정하면서 느닷없이 ‘소규모공항’이 공원시설로 들어선 것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발전 특별법의 영향으로 공원시설을 확대한 것인데, ‘소규모공항’은 오로지 흑산도를 겨냥하여 의도적으로 삽입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공항 건설은 아름다운 흑산도 산림을 절취해야하고 공유수면을 매립해야 하는 대규모 토건사업이다.

더군다나 청정 해역에서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야생생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의 일부 관계자들이 힘을 앞세워 사업을 밀어부치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공항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고려할 것, 현실성 없는 경제적 타당성 재검토 할 것 등을 조건으로 이 건을 보류시켰다. 우리 학회의 검토에 따르면 국립공원위원회는 보류가 아닌 사업 부결 주문이 마땅하다.

설악산국립공원도 케이블카문제로 풍전등화에 서있다. 설악산국립공원은 IUCN이 인증한 보호지역 범주 Ⅱ에 해당하는 세계적 국립공원이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또한 천연보호구역이며, 백두대간보호구역이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보호지역이 겹겹이 중첩되어 있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핵심지역이다.

너무나 훌륭하여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해 보호 장치를 해두었음에도 지역의 관광활성화라는 명목 앞에 힘을 쓸 수 없는 현실은 참담하다. 산악 공원의 케이블카 문제는 계속해서 국토 난개발을 가져오는 도화선이 될 것이 뻔하다.

국립공원제도 50년을 맞이하여 국립공원의 이념과 정체성에 맞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이 즈음 (사)한국환경생태학회는 국립공원 및 보호지역에 대한 전문 연구경험과 결과를 바탕으로,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애정과 우리 후손에 대한 예의로써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나, 설악산케이블카와 흑산도공항건설사업 추진은 즉각 철회되어야한다 !

하나,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공항과 설악산케이블카 문제는 적폐이다. 이를 청산하고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을 우리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한다 !

2017년 11월 1일

(사)한국환경생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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