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감축 목표 달성에 천문학적인 예산 소요

화력발전, 해외배출권 비용 부담 책임 ‘합당’

해외 감축비용 충당 책임주체 논의

7월로 예정된 ‘2030 국가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 발표를 앞두고 온실가스 해외감축 비용의 부담 주체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은 지난 6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온실가스 해외감축 비용,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해 관심이 집중됐다.

▲ 강병원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강병원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BAU(배출량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이중 25.7%를 국내에서 감축하고 남은 11.3%를 해외 배출권을 통해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기존 계획이다.

또 해외감축 목표 11.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1∽2030년 기간 동안 총 5억40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0년간 8조8000억∽17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 목표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2020년까지의 배출량 목표치인 5억4300만 톤을 기초로 설정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이자 박근혜 정부 첫날인 2013년 2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건설비 규모가 약 20조 원에 달하는 신규 석탄화력 7GW, 가스복합 3.2GW가 포함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톰슨 로이터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인해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1억 톤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상충했던 것이다. 이후 박근혜 정권은 “해외 온실가스 배출권 확보를 통해 파리기후협정에 제출한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강병원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기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보완하지 않으면 막대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가고 책임의 주체는 사라진다”며 “국회와 정부 관계부처는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 소재를 꼼꼼히 따지고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배출권 충당, 상당한 비용 우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는 잡았지만 에너지 정책은 오히려 온실가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11.3%의 해외 배출권을 충당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이러한 비판과 우려를 받아들여 ‘2030 온실가스 로드맵’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고, 논의를 거쳐 7월 이내에 해외 감축량을 국내 감축량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로드맵을 수립하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정무위원회)은 축사를 통해 “작년부터 정무위원회 피감기관인 국무조정실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비용에 대한 재원 마련 대책과 국내 온실가스 배출자들에 대한 비용 분담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해왔고, 국내 배출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해외 감축비용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배출기업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해왔다”고 전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행수단이 불명확한 해외 감축분(11.3%)을 누구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확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책임주체가 분명해져야만, 국가적인 산업가 시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낼 수 있고, 경제 주체들도 미리 이를 고려해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해외 배출권 등장 왜?

이날 SFOC(Solutions for Our Climate) 김주진 대표는 ‘수조원의 온실가스 해외 배출권,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누가 연 수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해외 배출권을 부담하느냐가 2030 온실가스 로드맵의 핵심이나 누구도 논의하지 않으려는 쟁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배출권 11.3%는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를 무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그리고 파리기후협정과 해외 배출권 개념의 탄생 때문에 나왔다. 2009년 발표된 ‘2020 온실가스 로드맵’은 2020년 감축목표를 5억4300만 톤으로 계획했다.

그리고 2015년 발표된 ‘2030 온실가스 로드맵’은 2030년 국내 배출량 목표를 2020년 감축목표보다 8900만 톤 증가한 6억3200만 톤으로 세웠다. 그 원인은 발전부문의 배출량이 9000만 톤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일 공고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화력발전소 때문이다.

온실가스 고려 없는 화력발전 신설

당초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다가 2015년 취소된 영흥화력발전소 7・8호기 및 동부하슬라 1・2호기의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 약 3000만 톤까지 합치면 온실가스 총 예상 배출량은 약 9000만 톤에 달했다.

▲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김주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목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됐고, 그 과정에서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우리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했다.

그리고 정부는 당초 ‘2030 감축목표’를 ‘2020 감축목표’보다 높게 제시하려 했고, 2015년 6월 11일 2020년 감축목표보다 높은 4개의 감축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2015년 6월 12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해 “금년 말 파리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의 성공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이 장기적 기후변화 목표치 결정 과정에서 최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해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고, 이후 청와대와 정부는 온실가스 목표치 조정을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뜨거운 관심을 보인 토론회 장면.
▲ 뜨거운 관심을 보인 토론회 장면.

심지어 당해 6월 23일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긴급 개최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기여 방안(INDC)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그리고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시나리오 3・4안 또는 이보다 목표치가 높은 별도 ‘오프셋’안을 결정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존 목표치를 급선회한 것도 서별관회의를 통해서였다.

결국 당해 6월 30일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억3600만 톤으로 발표(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고, 감축량 중 25.7%는 국내적 감축(감축 후 국내 배출량은 6억3200만 톤), 나머지 11.3%(9600만 톤)은 해외 배출권 구입을 통해서 감축토록 정했다.

신설 화력발전이 비용 부담해야

김주진 대표는 또 ‘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설 화력발전이 해외 배출권을 부담하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설 화혁발전소에 해외 배출권 부담을 전가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다”면서 “발전부문에 세계적으로 그 효과와 경제적 합리성이 입증된 감축 수단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진 대표에 따르면 해당 사업주들은 “설마 온실가스 규제가 우리 사업에 큰 영향이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막연히 투자한 것이다. 즉, 화력발전사업과 관련된 규제 환경 등을 제대로 ‘실사’하지 않은 것이며, 그로 인한 리스크는 사업주가 부담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당시 이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발전(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나와 있었고, 이러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규제수단인 배출권거래제의 시행도 예정되어 있었다.

김주진 대표는 “정부가 신설 석탄화력발전소가 부담해야 할 해외 배출권 구입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이들 사업의 사업주 등 관련자인 포스코에너지, 삼성물산, 남동발전, 중부발전, SK계열사 등에 막대한 ‘석탄화력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나아가 “신설 석탄화력발전에 해외 배출권 구입 의무를 부과하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면서 “배출권거래제에서 신설 석탄화력에 대한 배출권 무상할당을 안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신설 화력발전소에 대해 배출권을 전부 ‘유상’할당하면, 해외 배출권 구입비용을 전가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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