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홍수대응사업 둘러싼 이해관계자 대립·불신

경남 진주시 남강댐 홍수 붕괴 예방 차원의 ‘극한홍수대응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발생 가능한 가장 극심한 상태의 호우로 예상되는 가장 큰 홍수량이 증가함에 따라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예상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전 예방적 해결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고, 이에 따라 극한홍수대응사업이 물(水) 재해 대응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헌데 남강댐의 극한홍수대응사업이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불신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극한홍수대응사업은 극한홍수 시 댐 붕괴 예방을 위해 방류시설을 보완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남강유역을 중심으로 물(水) 재해 예방을 위한 협의구조 개선 방안을 살펴보고,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남강유역 극한홍수대응사업 관련 공공갈등 해소방안’ 보고서를 발간해 관심이 쏠렸다.

▲ <사진=본지 자문위원 엄평웅 작가>
▲ <사진=본지 자문위원 엄평웅 작가>

보고서에 따르면 남강유역을 관리하는 행정구역은 경남 진주시, 사천시, 함안군, 산청군, 합천군, 의령군, 하동군, 고성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레군 등 11개 시군에 걸쳐 있다.

수문학적으로는 남강댐 상류는 지리산, 덕유산 등에 둘러싸인 높은 산지부 비율과 급한 하상경사로 인해 홍수가 일시에 유입되고, 하류는 완만한 하도경사와 낙동강 본류 배수영향으로 홍수위가 장기간 지속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남강유역에 설치되어 있는 남강댐은 홍수피해 방지 및 서부경남지역 생공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69년 축조되었다. 이후 기상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1999년 댐 규모를 보강한 바 있다.

그러나 댐 건설 이후 급격한 토지이용 변화에 따른 유출계수 증가, 유역 내 거주인구 증가 등의 변화에 따른 기능 증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저수용량 작아 홍수조절 취약

남강댐은 유역 면적에 비해 저수용량이 매우 작아 홍수 조절에 취약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강 유역이 속해 있는 남부지방은 1997년 강우강도 측정 이후 최근 10년간 다른 지역에 비해 해마다 그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남강댐은 극한홍수대응사업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전국 유일의 다목적댐이다.

또한 남강댐의 경우 홍수조절용량 확보를 위해 항상 만수위 이하로 저수지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기상변화 등으로 홍수량이 증가해 설계홍수량을 초과하여 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남강유역에는 태풍 루사, 매미, 에위니아 등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홍수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하류 지역 피해에 대한 위험성이 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극한홍수대응사업 추진 현주소

남강댐 극한홍수대응사업은 2003년 감사원이 자연재해 대비 실태감사에서 기상이변에 대한 댐 안전성 확보가 미흡함을 지적한 후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4개 댐에 대한 수문학적 안정성평가 및 극한홍수대응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해 댐별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후 남강댐을 합천댐과 연결하는 도수터널을 건설해 부산시 상수원으로 이용하려는 계획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었고, 기존 여수로와 방류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보조 여수로를 건설하는 치수사업에 대해서만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결론적으로 현재 남강댐 극한홍수대응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 주관으로 극한홍수에 대비한 홍수조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상류댐 건설 및 부산·경남으로의 용수공급 방안은 배제되어 있는 상황이다.

▲ <사진=본지 자문위원 엄평웅 작가>
▲ <사진=본지 자문위원 엄평웅 작가>

추가방류량 배분 놓고 진주·사천 의견대립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남강댐 극한홍수대응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요인을 3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극한홍수 시 추가방류량 배분에 관한 진주시와 사천시의 의견대립이다.

남강댐은 우리나라 댐 중 유일하게 본 댐(진주시)과 제수문(사천시)으로 구성돼 방류량을 진주와 사천이 1:6의 비율로 배분하여 운영 중이다.

그러나 사천시는 현재 극한홍수 시 추가방류량도 1:6으로 배분해 상당부분을 사천시 쪽으로 방류하는 안에 대해 피해 발생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사천시 어민들은 “진주시 쪽 방류가 현저하게 적어 사천시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어업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사천시 가화천 방향으로 추가방류량의 상당 부분을 전담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소가 전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주민 불신

댐 운영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대한 불신도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가 제시하고 있는 가능최대홍수량은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사업 초반에 제시됐던 가능최대홍수량 산정결과 1만5800㎥/s와 2012년 이후 제시된 산정결과 2만771㎥/s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마지막으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극한홍수대응사업이 남강 상류에 계획됐던 문정댐 건설 및 부산·경남에 대한 용수 공급계획과 연계되어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남강댐 치수대책협의회를 통한 갈등해소 노력도 진행됐다.

남강댐 치수대책협의회는 물 재해에 대한 위험을 공유하기 위해 2016년 지자체, 지역전문가, 지역인사 등 총 13인으로 구성된 지역협의체로서 현재까지 총 8차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협의회 논의에서 극한홍수 대응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방류량 배분과 관련해서는 지역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천시는 그 동안의 집중 방류로 인한 어민 피해를 고려해 남강 본류로의 방류 방향 전환 및 기존 사천시의 피해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진주시는 남강 본류의 방류를 증가시킬 경우 도시지역에 대규모 재산·인명 피해가 증가할 것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사천만 방향으로 추가 방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는 올해 들어 전국 지방선거와 ‘물관리 일원화’로 인한 남강댐 관리주체 변경(국토부→환경부), 시민사회와의 소통부족 그리고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등의 이유로 2018년 9월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변경, 시민사회와의 소통 부족 및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남강댐 갈등 개선 방안 제시

보고서는 또 남강댐 갈등 개선 방안으로 ‘물관리기본법’에 따른 거버넌스 구축과 ‘유역물관리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

올해 6월 12일 제정되고 2019년 6월 13일부터 시행될 ‘물관리기본법’에 의하면 물은 가뭄·홍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유역 단위로 관리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하고, 유역 간 물 관리는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 <사진=본지 자문위원 엄평웅 작가>
▲ <사진=본지 자문위원 엄평웅 작가>

더불어 물 관리 정책 결정은 국가와 지자체, 물 이용자, 지역주민, 관련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참여와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물 관리 협의체로서 중앙과 유역별로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특히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유역 내 물 분쟁 조정 등 물 관리에 따른 갈등 해소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토록 규정해 물 관리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남강댐 치수대책협의회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어 중립성 문제와 더불어 위원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더욱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된 바 있다.

협의회 주요 당사자인 진주시 역시 적극적인 협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고, 사천시 역시 어민들을 중심으로 강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논의의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협의회가 법령의 근거에 따른 공식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협의회 결정 사항에 대한 구속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갈등이 심한 지역사회를 중재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부재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종래의 지역 중심의 해결 방안 모색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역과 중앙정부가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해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나아가 ‘물관리기본법’상의 유역물관리위원회의 구성이 동법 시행과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고, 대표성이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근거 하위법령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지역주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사항에 대한 정보 공유 및 공론화를 통해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토대를 세워야 하며, 가능최대홍수량과 추가방류량에 대한 예측 데이터부터 지역 시민사회에서 우려하고 있는 추가적인 댐 건설과 다른 유역으로의 용수 공급에 관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관련 갈등 사항을 전반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고서는 끝으로 “물관리기본법 제정으로 물 관리 일원화가 이뤄지고 물 관리 거버넌스의 틀이 마련된 만큼 남강유역을 비롯한 물 갈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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