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수생태복원협회 회장
    류재근 박사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수생태복원협회 회장

개발

우리나라의 인구수는 최근 40년 동안 급격히 증가하여 1960년 대비 2000년에는 인구수가 2배가 되었다. 물론 일인당 소득 수준도 1960년 대비 20배로 늘어나 2000년부터는 2만불에 진입하였다. 국가 전체로서는 약 40배의 생산이 늘어났다. 그 결과 국토 전역이 공업이든 농업이든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평균 기대 수명은 1960년대의 50대 후반에서 현재는 80세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 국토는 더 많은 인구에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내용들은 우리 사회의 개발을 나타내는 지수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러한 지속적인 개발을 눈부신 속도로 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물, 공기, 토양, 바다가 식수, 농업 및 산업 용수를 충분하게 공급하여 주었고 또 식량을 충분하게 생산하여 주었기 때문이고, 굶주린 배를 초근 목피로 채우던 보릿고개도 7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우리 강산이 침노해 오는 풍수해 등 기상 재해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자연자원과 문명

한편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을 부러워하면서 살아왔다. 물론 사회와 문화 발전에 대한 지리적 여건의 중요성 또한 인류 역사 이래로 잘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자원 부국들이 반드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꾸려오지는 않았다는 사실도 잘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태평양의 이스터 섬(Easter Island)은 5 세기경에 주민들이 이주하여 비옥한 토지에서의 높은 생산성덕분에 크게 번성하여 정교한 문화를 발달시켰으나 무분별한 삼림 벌채와 이로 인한 토지 생산성의 상실로 1700년대에는 주민이 거의 멸종되었다.
이 섬의 사례는 사회의 지속 가능 여부는 당해 사회의 집단적 의지에 달려있다는 역사적 교훈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여성은 운전을 할 자유가 없고 종교 경찰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회의 지속 가능 개발은 주위 환경 자원의 적절한 개발과 보존 그리고 사회 구성원간의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대화가 필수 요건이다.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인류의 인식

일찍이 기원전 400년경에 플라톤은 “산에 나무를 다 베어버리면 토양이 침식되고 샘물이 말라서 주민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고 경고하였다. 이것이 생태계 서비스를 개념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적인 의미의 생태계 서비스의 개념은 1860년대 조지 퍼킨스 마스(George Perkins Marsh)에 의해 개척되었다. 그는 지중해 지역을 광범위하게 답사한 후 로마제국에서 한때는 비옥했던 토지의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문명인들이 떠나버리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패망의 기로에 들어섰던 역사적 사실로부터 ‘로마 제국의 토지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물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인간의 거주가 불가능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로마가 패망한 것’이라고 바르게 추론하였다.
로마의 산자락과 산등성이에서 울창한 삼림은 사라지고, 식물이 살던 토양은 빗물에 씻겨 내려갔고, 수로로 물을 공급받아 오던 목장은 물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자 피폐하게 되어 생산을 할 수 없었다. 역사와 노래로 칭송 받던 넓고 깊었던 강은 개천으로 전락하였다. 그는 로마의 몰락을 인간의 삼림의 벌채로 인한 지역 기후의 변화 때문이라고 보았다. 즉 삼림이 사라지면 태양열이 지표면에 깊숙이 흡수되어 더위가 심해지고 물이 더 많이 증발하여 가뭄이 더 심해지고 또 겨울에는 열을 보존해 줄 숲이 없어서 더 춥게 된다고 보았다. 마스는 또한 자연 생태계의 폐기물 처분 서비스를 이미 그 시대에 올바로 이해하였다. 곤충들은 동식물의 사체의 분해를 도와서 자연을 정화해준다는 사실을 알았고. 새와 물고기를 많이 잡으면 곤충들이 과도하게 늘어난다는 사실도 그는 알았다.
1970년대에는 일반인들도 해충구제(pest control), 곤충 수분(pollination), 수산물(fisheries), 기후완화(climate regulation), 토양보전(soil retention), 홍수제어(flood control), 토양형성(soil formation), 물질순환(cycling of matter), 대기 조성 (composition)에 이르는 자연의 생태 서비스 기능에 주목하였고 나중에는 토양 비옥성유지, 유전자원 유지로도 생태계 서비스 개념을 확장하게 되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서 걸친 생태학의 진전에 의해 생물다양성의 손실이 멸종된 종의 수나 군집의 크기에 따라 인류에 대한 생태계 서비스의 손실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적을 수도 있으나 대규모로 재앙적일 수도 있고, 또 멸종된 생물을 다른 종으로 대체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거의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지속가능 개발 개념의 탄생

개발과 환경 보존에 대한 세계적 고민은 1983년 유엔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 (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개념을 낳았다. 당시 유엔 총회는 노르웨이 수상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를 지속가능한 개발 전략 수립의 소위원회의 장으로 위촉하였다. 그녀는 1987년에 소위원회의 보고서를 유엔 총회에 제출하였다. 여기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차세대의 수요를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개발로 규정하였다.
이 브룬트란트 보고서는 1992년 유엔 환경과 개발에 관한 정상회의(UN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로 연결되고 여기서 경제 개발, 사회 개발, 환경보호간의 상호 연계성을 구체화하였다. 즉, 각국 정부는 아젠다 21과 27개 리우 원칙에 합의하였다. 동년 12월에는 유엔에 지속가능위원회(Committee on Sustainable Development, CSD)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매 10년 마다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유엔 환경과 개발에 관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환경보호는 지속 가능 개발의 한 축

지속가능개발에서는 자연(지구, 생물다양성, 생태계), 생명 지원(생태계 서비스, 자원, 환경), 그리고 주민 공동체(문화, 민족, 장소)를 지속 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사람(유아 생존, 수명연장, 교육, 평등, 기획균등), 경제(부, 생산, 소비), 사회(제도, 사회자본, 국가, 지역)를 주로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개발할 대상으로 본다.
그리고 모든 활동이나 사업계획서에서 고려해야 하는 기간은 현재와 차세대를 포함하는 약 25년으로 본다. 즉 환경보호가 개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획기적 개념이다. 이 개념은 19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최초의 유엔 인간 환경에 관한 회의에서 인간 환경의 보호와 개선은 사람의 복지와 경제개발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사실적 인식으로 국제적인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었다. 4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일부에서는 아직도 환경을 개발과 반대선상에 두고 있음은 아쉬운 점이다.
최근2001년부터 2005년까지 수행된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는 생태계 변화가 인류 복지에 미친 영향과 생태계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의 과학적 근거를 수립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에서도 인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우리 주위의 생물과 그 생물이 생존하는 기반인 저질(흙, 암석)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더 명확히 밝혀주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생태계 서비스란 인간에 대한 자연의 기능이라는 인간 중심적인 개념이다. 이 인본주의(人本主義)) 원칙은 환경과 개발에 관한 1992년 리우 선언의 제1조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친(親)환경이란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는 본질에서 어긋나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 하여야 한다.
우리가 생태계로부터 얻는 물질은 식량, 담수, 연료용 목재, 섬유, 생화학물질, 유전자 등이고, 생태계 과정으로 인한 조절적 혜택은 기후 제어, 질병 제어, 수자원 제어, 수질 정화, 수분작용 등이고, 또 비물질적 혜택은 정신적, 휴양, 미적, 교육적, 장소의 감(感), 문화유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자연 과정은 토양 형성, 영양물질 순환, 및 기초 생산력이다. 이로써 사람은 개인적 안전, 기아로부터 해방, 건강 유지, 건강한 사회적 연대가 가능해져 인간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 환경, 사회의 3가지 측면의 지속성 (sustainability)을 담보해 나가야 한다. 마침 2012년은 1992년 리우 회의 20주년이 되는 해로 아젠다 21과 2002년 지속가능정상회의 합의문인 요하네스버그 이행계획(JPOI)을 점검하고 새로이 등장하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모색하는 많은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또한 폐기물의 처분 수요를 감소시켜 환경을 보호하려는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로 인한 해양오염 방지 협약이 체결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제적으로 남은 과제

기술, 문화, 개발의 종합적인 진보가 뚜렷한 2012년 현재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1992년 리우 선언의 27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992년 이후에 제정된 환경관련 법률은 이 선언의 도움을 받은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아직도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아직도 20년 전의 합의, 1972년으로 거슬러 가면 40년 전의 합의가 온전히 수행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리우 선언의 두 번째 원칙인 “국가는 자국의 관할범위 내에 그러한 활동을 보장하고, 타국의 환경이나 자국의 관할 범위 바깥은 지역의 환경에 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태평양을 포함한 북반구 전역에 걸치고 있음은 일국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이 여전함을 예시하고 있다. 또 후쿠시마 사고는 태평양 연안의 여러 어촌의 차세대의 복지를 빼앗아간 결과를 초래하였으나 국제사회에서는 아직 배상논의 조차 떠오르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남은 과제들을 정리하고 시행하는 방안을 올해 2012년 6월 Rio+20회의에서 최근에 발전된 녹색 경제 개념을 포함하여 확대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폐기물 관리의 3 대 원칙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폐기물 처분과 관련한 3대 원칙은 예방원칙, 오염자 부담 원칙, 오염 전가 금지원칙으로써 1992년에 완성되었다. 이 3대 원칙은 자유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잘 작동한다. 예를 들면 폐기물로 인하여 환경오염을 일으킨 자는 오염된 환경을 복원할 책임을 지며, 오염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우리나라 폐기물 관리법에서 2010년에 도입하였으며, 이러한 오염자 부담 원칙은 환경의 주인이 해당 사회라는 것을 명시하는 제도로써 재산권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잘 작동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 개발이란 다원적 자유 시장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 사회의 발달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단상

사람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개발의 중심이다. 사람들은 자연과 조화로운 상태에서 건강과 생산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원칙과 모든 사람들을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과 더 높은 삶의 질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들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유형의 생산과 소비를 제거하고 적절한 인구 정책을 증진해야 한다. 또한 가난을 없애는 것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수단이다.
1972년 스톡홀름에서, 그리고 1992년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또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국제사회는 인구 증가가 지속 가능한 개발에 짐이 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할 원칙들에 비추어 보면 최근 우리 사회의 인구를 늘리기 위한 인위적인 시도는 우려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대비 일자리가 적고 평균 임금도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므로 인구를 늘리기 보다는 퇴직연령을 늘리고 또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즉 현재 보다 소득을 2배 올리면 절반의 인구로도 현재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자가 없는 사회가 더 지속성이 강할 것이다.
리우 선언 2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개발과 보호라는 ‘지속 가능 개발’의 틀에서 경제, 환경, 사회의 3가지 축을 동시에 놓고 우리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참좋은환경에 게재되는 전문가기고의 경우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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