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종질병 출현 상시 대비해야

코로나19 사태는 미래 인류의 세계관과 삶의 양식에 비가역적 여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2020 인간동물연구네트워크 연속 웨비나-관계와 경계’ 발표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에도 지난 세기에 걸쳐 야생동물과 관련된 인수공통감염병, 동물 질병, 신종감염병 발생과 전파의 빈도와 심각도는 세계적으로 점점 강해져왔다.

따라서 향후 인류는 코로나19보다도 더 강력한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상시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역시 야생동물 유래 신종질병의 근원지가 될 위험은 상존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신종 인수공통감염병 발생의 위험도를 분석한 한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 역시 신종질병 발생의 고위험지역에 속한다. 만일 향후 제2의 코로나19와 같은 신종질병이 한국에서 발원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생태적·사회적·경제적 혼란과 안보에 대한 위협이 엄청남은 물론이고 최근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향상된 국가위상의 급격한 추락이 예상된다.

팬데믹, 사람·가축·야생동물에 부정적 영향

팬데믹은 생태계의 건강이 심각히 훼손된 상태를 의미하며, 사람·가축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에게도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 지난 수십 년 간에 걸쳐 사람과 가축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었지만 야생동물의 심각한 개체군 감소와 멸종을 일으킨 신종질병과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여러 차례 있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양서류 항아리곰팡이병, 도롱뇽항아리곰팡이병, 박쥐흰코증후군, 뱀곰팡이병 등이 그 사례다. 이러한 야생 생태계 팬데믹의 특징 중 하나는 곰팡이성 질병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 야생동물 팬데믹이 모두 야생동물 교역과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역적으로 국한됐던 병원체가 다른 대륙으로 전파됐다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양서류 감소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항아리곰팡이병의 기원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팬데믹이 인간사회에서 순환하다가 다시 생태계로 돌아가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코로나19의 변종이 야생 생태계로 다시 돌아가 야생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만일 야생동물 중에서 새로운 적합한 숙주동물을 찾게 될 경우 이 병원체가 야생에서 순환하다가 또 다른 기회에 또 다른 형태로 인류사회에 다시 돌아오게 될 잠재력을 갖게 될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호랑이, 사자, 밍크, 개, 고양이, 페렛, 레서스원숭이, 햄스터, 이집트과일박쥐 등 다양한 동물들에게 자연적으로 또는 실험적으로 전파된 사례가 많다.

또한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를 대상으로 한 감염실험 결과와 바이러스 수용체 구조의 컴퓨터 모델링 실험결과는 매우 다양한 포유류 동물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으며, 진화 계통적 유연관계만으로는 어떤 특정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전파할 수 있는지, 그 정확한 감염 감수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 팬데믹 예방과 대응 계획에 있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의미한다. 즉 사람과 야생동물 사이에 병원체가 교차되는 접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 생태계로 언제든지 다시 침투해서 새로운 숙주동물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새로운 야생동물 종들이 바이러스의 새로운 저장고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숫자와 감염 고리의 질긴 생명력을 고려할 때, 이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야생동물 관련 신종질병 발생·전파 원인은?

최근 생태계와 인간사회에서 신종질병과 팬데믹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은 인간·가축·반려동물·준반려동물·야생동물 사이의 직·간접적 접촉 빈도 및 강도가 증가한 것이 직접적 원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 원인들은 따로 있으며, 이것들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구 역사상 유래 없는 인구증가 및 인구 일인당 자연자원 소비량의 증가와 도시화다.

두 번째는 인간·물류·동물·동물제품의 이동량 및 이동속도 증가(세계의 단일생활권화)다. 세 번째는 가축 대량생산 시스템의 보급(공장식 축산)이다. 네 번째는 인간의 생태계 침범과 교란 및 서식지 감소와 단편화다.

다섯 번째는 야생동물·사람·가축 사이의 접촉면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환경변화이다. 여섯 번째는 생물다양성의 쇠퇴와 이에 따른 질병 희석효과의 감소다. 일곱 번째는 팬데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이다.

신종질병과 팬데믹 예방 및 대응방안

팬데믹 예방을 위한 궁극적인 대책은 위에 열거한 근원적 요소들과 그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일이 될 것이나 이는 장기적인 전략과 계획, 그리고 국제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팬데믹 상황 발생 이후의 대응(검사, 격리, 치료,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공중보건 및 공공의료 체계 개선) 방안은 커다란 사회적 비용과 고통을 수반한다.

반면, 팬데믹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인간·가축·반려동물·준야생동물·야생동물 사이의 접촉의 종류와 형태를 파악하고 그 위험도를 분석·평가해 필요한 조치와 관리방안(생물보안)을 연구, 개발, 시행하는 일은 비교적 단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화에 의해 형성된 인간의 방어 기제의 특징은 긴급하고 즉각적 대응에는 매우 효율적인 반면 장기적 위협에 대한 대응에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가축·야생동물의 접점을 적절히 관리하는 일은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하면서도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나아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장기적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것은 어쩌면 팬데믹의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예방 정책을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동물, 특히 인간과 야생동물과의 관계와 상호작용, 접촉점의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그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미래의 또 다른 신종질병과 팬데믹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해야 할 일 중에 어쩌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야생동물과 어떻게 접촉하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간과 야생동물과의 접촉은 바람직한 것인가? 어떤 접촉은 바람직하고 어떤 접촉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가? 그 접촉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어느 경계까지 허용되어야 할 것이며 그 경계면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들은 매우 실질적이며 긴급하고 절실한 것이기도 하다.

대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 도시민들은 야생동물을 직접 접촉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접촉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고 매우 드문, 예외적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중국 또는 일부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야생동물을 포획해서 섭취하는 것과 같은 정로의 야생동물 접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일반 시민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한국 사회 각 부문에서 야생동물과의 접촉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야생동물·가축·인간 사이 접촉 사례

한국 사회에도 다양한 형태의 야생동물·준야생동물·가축·반려동물·인간 사이의 접촉면이 존재한다.

그 일부 사례는 ▷실내동물원, 체험형동물원, 이동식동물원, 야생동물카페 등 유사동물원 및 야생동물·이색동물·희귀동물 전시시설에서의 종사자·방문객과 살아있는 야생동물·가축·반려동물 사이의 접촉 ▷정규 동물원에서의 종사자·방문객과 살아있는 야생동물 사이의 접촉 ▷수족관에서의 종사자·방문객과 살아있는 야생동물 사이의 접촉, 그리고 동물 체험행사(돌고래 체험 등) ▷애완용·관상용 등으로 수입 및 판매되고 있는 살아있는 야생동물·이색동물·희귀동물·가축·반려동물·사람 사이의 접촉 등이다.

그리고 ▷식용·약용 등으로 합법·불법적으로 수입 및 판매되고 있는 죽은 야생동물 또는 야생동물 부위·제품과 사람·가축 사이의 접촉(웅담·사향 등 약용 야생동물 부위, 뱀 등 건강식품) ▷개인이 애완용·관상용·식용으로 국내에서 소유, 사육, 번식, 거래하고 있는 야생동물·희귀동물과 사람·반려동물·가축 사이의 접촉 ▷야생동물·준야생동물과 접촉이 가능한 가축사육시설(산림·습지와 근접한 가축농장, 특히 위생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육견농장 등) 이다.

아울러 ▷증가하고 있는 유기견, 들개, 길고양이, 비둘기 등 준야생동물과 다른 야생동물·사람·가축·반려동물 사이의 접촉 ▷유기견·들개·들고양이 관리·보호시설에서의 사람·가축·반려동물 사이의 접촉 ▷맷돼지, 고라니, 뉴트리아 등 유해 조수 퇴치를 위한 야생동물 포획과정에서 수렵인·수렵견·야생동물·반려동물·가축 사이의 접촉 ▷곰농장, 멧돼지 농장, 꿩농장, 오소리농장 등 야생동물 사육농장과 유통과정에서의 종사자와 야생동물·가축·반려동물 사이의 접촉 ▷수렵 및 밀렵된 야생동물 시체의 처리 및 유통과정에서의 야생동물 사체·부위·사람·가축·반려동물 사이의 접촉 ▷야생동물 보전·복원사업 과정에서의 종사자와 야생동물·가축·반려동물 사이의 접촉 등이다.

이들 접촉면 중에는 인간·동물 관계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접촉뿐만 아니라 부정적 역할, 또는 긍정 및 부정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접촉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에 그리 필요하지 않은 접촉과 반드시 필요한 접촉, 관리가 어려운 접촉면과 비교적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접촉면, 종간 병원체 전파 위험도가 높은 접촉과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접촉 등 다양한 형태와 속성을 가진 접촉면이 뒤섞여 존재한다.

이러한 접촉면에서 예측되는 인간과 생태계의 위험요소를 경감시키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다양한 접촉면에 동일한정도의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기 때문에 관리를 위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접촉면에 대한 위험평가가 필요하며, 위험평가를 위한 기준으로 접촉 규모, 접촉 규모의 추세, 접촉의 형태 및 강도, 접촉면의 위생관리 상태, 접촉자의 건강상태와 활동범위, 접촉 동물의 건강·복지·환경 상태, 접촉 동물의 종류와 종 다양성, 접촉 동물과 다른 동물 사이의 이차 접촉 가능성 등의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다.

고위험 인간·가축·반려동물·야생동물 접촉점-육견장

비록 야생동물보다는 그 개별 접촉 위험도는 낮다 하더라도 인간과 밀접한 접촉을 하고 있는 가축 및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 접점의 양상과 관리 방식에 대한 재검토도 분명히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일반인과 매우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축은 고밀도의 대량 사육체계에 더해, 국내 산업동물 복지에 대한 취약한 인식과 관리로 인해 동물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신종질병의 매개자 또는 증폭자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보인다.

특히 한국의 육견농장은 세계적으로도 신종 인수공통감염병과 팬데믹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 접촉 지점으로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대규모 육견사육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육견농장에서의 사양관리, 사료공급, 육견 도축 및 유통과정은 현재 동물위생 관리제도 밖에 있는. 관리측면에서 완전히 사가지대이다.

대다수 육견농장은 야생동물과 접촉이 가능한 산골에 위치하고 있다. 설사 높은 울타리를 한다 하더라도 새, 곤충, 설치류 등 작은 동물의 접근을 막을 수 없다.

상당수 육견농장은 이득을 위해 돼지, 닭 등 다른 종류의 가축을 함께 사육한다. 대부분 육견농장은 비용절감을 위해 음식물쓰레기와 축산폐기물을 사료로 사용하고 있어 인간·육견·반려동물·가축·야생동물의 병원체가 대량으로 교류되고 있는 중요한 접점이다.

그러므로 이 접촉점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신종질병 발생의 근원지가 될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점으로 간주하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한국의 육견농장에서 개와 개 사이, 개와 다른 동물 사이, 그리고 개·동물과 사람 사이에 코로나19와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의 전파력을 갖춘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하고, 그것이 전 세계로 전파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어쩌면 국가가 육견농장을 방치함으로 한국은 인류를 위협에 빠뜨린 원인을 제공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인다.

전시시설에서의 야생동물 ‘문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비교적 적은 반면 전시시설에서 살아있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19년 6월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동물원 110개소 중 61개소가 체험형 동물원, 실내동물원, 동물카페 형태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전시관람형으로 분류된 시설 중에도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동물과 접촉이 가능한 시설은 80곳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미등록 상태에서 운영되는 업체들 또한 상당수 존재한다. 야생동물카페 중 소규모시설은 등록 의무가 없어 공식적인 통계는 없는 상황이지만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35개소에서 2019년 64개소로 2년 동안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가 최근 48개소로 감소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동물원 등록시설 포함).

야생동물카페는 대부분 상가건물 내 점포를 임대해 운영하는데서 오는 공간적 제약과 애초에 운영목적이 방문객에게 동물과 한 공간에서 접촉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종별 사육장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일부 동물은 구획을 나누어 사육하고 있지만 방문객이 사육장 안으로 들어가 동물을 만지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과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어린이집, 학교 등 교육기관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야생동물을 이동해 전시하는 이동식 동물원도 운영되고 있다. 조사결과 2020년 기준 40개소 정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체험동물원을 운영하면서 이동전시를 병행하는 형태와 관람객에게 개방된 고정시설 없이 모처에서 동물을 사육하며 이동식 전시만 하는 형태로 나뉜다.

개방된 시설이 없는 경우 동물의 사육환경과 관리상태의 확인조차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대부분 전시장소(교실, 강연장 등)에 손을 씻는 위생시설이나 동물 분리시설이 따로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등 공공장소를 통해 동물을 옮기는 과정 중 직·간접적 감염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

여러 유형의 체험형 동물전시시설에서 인수공통질병 감염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부적절한 서식환경과 관리로 인한 동물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면역력 저하 ▷생태학적으로 전혀 연관성이 없는 여러 종의 이종 합사 ▷무경계·근거리 전시 형태와 동물에게 입을 맞추는 등의 밀접 접촉 행위 ▷미흡한 위생관리 및 관리인원의 안전지도 부재 ▷물림 사고와 할큄 등 부상으로 인한 감염 위험 ▷야생동물 판매·분양 등의 외부 유출을 통한 질병 전파 가능성 등이 있다.

또한 질병에 감염된 동물의 진단과 치료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동물이 어떤 병원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나 정보의 수집, 기록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동물의 인수공통질병 감염이 밝혀진 사례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체험동물원에서 먹이주기 체험에 사용되는 코아티가 우결핵에 감염되어 폐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동물의 감염 경로와 시기, 접촉했던 관람객의 파악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수공통질병의 증상은 소화기·호흡기 질병, 독감, 피부질병 등과 유사한 경우가 많으며 일반 의료진은 환자에게 야생동물 사육이나 접촉 여부에 대해 물어보지 않고 감염 경로의 추적이 어려워 잠재적 전염병의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국립의과학검역원의 보고서 ‘양서·파충류 질병관리 및 검역체계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중에 유통 중인 거북이 대상 표본의 13%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 질병 관련 규정

현재 우리나라 법에서는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예방을 위해 동물 전시시설에서의 질병관리 및 준수사항에 대한 규정은 미흡한 상황이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제3조(등록)에서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려는 자는 보유 생물의 질병 및 인수공통질병 관리계획과 안전관리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기록 유지에 대한 의무도 보유 생물의 반입, 반출, 증식, 사체관리에 관한 기록만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시·도지사에 제출 의무가 있는 자료에도 질병 감염 및 치료 기록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7조(질병진단)는 환경부장관이 야생동물의 질병 진단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춘 기관을 야생동물 질병진단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야생동물 질병의 발생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국 또는 일정한 지역에서 야생동물 질병을 진단 및 조사·연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진단 및 조사·연구 결과 야생동물 질병이 확인된 경우에는 환경부장관과 관할 지자제장에게 알리고, 지정된 인수공통감염병일 경우 관계부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가축전염병을 62종의 법정전염병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 중 약 15종 정도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물전시시설에서 전시하는 동물을 포함한 야생동물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31조 지정 검역물(동물과 시체)에 따라 수출입 검역 대상이 되며, 수입을 위해서는 검역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식용축산물인 경우에는 가축전염병 및 인수공통전염병의 전파 가능성 유무와 관능검사를 시행토록 하고 있지만 동물인 경우에는 임상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장류, 우제류, 기제류 동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야생포유류는 검역 기간을 5일로 정하고 있다.

즉, 5일 동안 눈으로 관찰해 임상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 검역을 통과할 수 있다. 2018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파충류의 경우 전체 야생동물 수입 건수의 70%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양서파충류에 대한 검역절차는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동물원, 수족관 재정의 및 사업범위 구체화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병원체나 병원체가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는 종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사람을 포함한 종간의 접촉 빈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실용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견해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주장되어 온 바 있다.

특히 야생동물 전시, 거래, 소유 등에 있어서는 법제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도 국제적 수준에 비해 미흡한 것이 현실이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국내 실정을 고려한 소극적 개선보다 국제적 동향에 부합하는 수준의 적극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와 관련, 이형주 대표는 6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이 대표에 의하면 우선 동물원, 수족관의 재정 및 사업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 오락을 목적으로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전시시설은 종 보전과 교육 등 현대 동물원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동물원수족관법에서 동물원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시설임을 천명하고 그 역할에 맞게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를 상세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허가제 전환과 검사관제 도입

허가제 전환과 검사관제 도입도 필요하다. 서류상 등록요건만 충족하면 등록증을 발급하고 운영과 관리 실태를 정기적, 전문적으로 점검, 조사할 의무는 없는 현행 등록제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최소한의 안전거리도 없이 운영되는 시설이 난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동물원수족관법에서 현재 운용 중인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검사관제를 도입해 동물원, 수족관의 점검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높은 공중보건 및 안전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전문성을 확보한 시설만 국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무허가 시설 야생동물 전시 금지, 신체적 접촉 제한

또 고정시설 없이 동물을 이동하면서 전시하거나 식품접객업소, 반려동물 판매업소 등에서 동물을 편법적인 방법으로 사육, 전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원수족관법에 의거해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만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동물원수족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지행위에 관람을 목적으로 보유생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행위를 추가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 해외 사례를 고려해 가축화된 종 위주의 전시시설, 공영동물원 등에서 교육 목적으로 일정한 시간과 먹이 종류와 양 등 동물복지 기준과 안전수칙을 정하고 관리자의 지도감독 하에 먹이주기 체험하는 사례 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쳐 예외조항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육동물 질병관리 기준 강화

관람객에서 항시 개방되는 동물원에서 동물의 질병관리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보유생물의 질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내용은 미흡하다.

현행법에서 수의사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일부 공영동물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촉탁수의사를 고용해 동물원에서 증상을 발견하고 진료를 요청한 경우에만 질병감염 사실을 판단할 수 있다.

야생동물 질병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질병의 예방과 발견이 어려우며 일부 시설에서는 증상이 있어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동물이 방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동물원, 수족관이 보유생물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그 기록을 작성, 보존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물원은 야생에서 자생하는 동물과 달리 많은 동물들이 같은 공간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사육되며 관람객, 종사자와 야생동물이 상시적으로 공존하는 시설임을 감안해 인수공통질병 예방과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에 대한 지침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야생동물 판매 허가제 및 개인소유 제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야생동물 종을 정하고 거래, 번식, 소유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성도 요구된다.

야생동물법 개정으로 거래가 가능한 종을 지정하고, 사회적 위험성이 크거나 전문 사육시설 없이 사육이 어려운 종 등의 판매를 제한해 공중보건, 안전과 생물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분산된 주무부처 문제, 일관된 원칙에 의해 정책 마련해야

현재 동물관련 업무는 농림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식약처, 문화재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고 관련 법령만 해도 40개가 넘는 반면 유기적인 연계성은 미흡한 편이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동물원수족관법의 경우에도 정부가 동물원과 수족관을 분리해 관리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은 환경부, 수족관은 해양수산부로 나눠 관리하고 있어 일관적인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린이집, 초등하교 등 공공교육기관에서 이동동물원을 이용하는 문제도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사항이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독립적으로 동물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형주 대표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동물관리 전체에 있어 원헬스(One-health) 개념에 입각한 국가 정책 방향성을 수립하고 각 부처뿐 아니라 지자체 단위에서까지 일관된 원칙에 의해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력,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각 개별법에서 인간과 동물, 환경 간의 상호 영향을 인지해야 하며, 비록 입법 목적이 동물보호, 관리가 아닌 이용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고 해도 사용되는 동물의 이용 방식과 절차 등이 원칙에 입각해 규정되어야 한다.

또한 동물체험시설이나 야생동물 거래 모두 소비하려는 수요가 있으니 존재한다. 시민들에게 야생동물과 접촉의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교육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동물원, 수족관을 방문하는 관람객과 애완용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시민에게 질병 감염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위생 관리와 안전 수칙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 향후 개선 방향 제시

환경부 생물다양성과는 그간의 우리나라 야생동물 관리가 ▷야생동물의 사전 수입 허가 대상이 한정되는 등 종합관리 미흡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검역제도 부재 ▷야생동물카페 등 소규모 체험형 전시시설 및 야생동물 개인 소유 등에 대한 관리제도 미흡 ▷야생동물 질병관리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기관 부재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수입 종합관리차원에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야생동물에 대한 종합관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기존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국제적 멸종위기종, 외래생물(생태계교란 생물, 생태계 위해우려 생물, 유입주의 생물) 등 사전에 수입 허가가 필요한 야생생물에 주요 야생생물 질병을 매게할 수 있는 야생동물을 추가한다.

사전 수입 허가 차원에선 전시, 판매 등 유통관리가 야생동물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야생동물 종합관리’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검역제도를 도입, 주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해서 사전 수입 허가 신청 시 검역절차를 의무화하고, 야생동물을 수입할 수 있는 공항, 항만을 지정할 계획이다.

야생동물카페 등에서 야생동물 전시, 야생동물의 개인 소유 등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할 것을 감안해서는 동물원 이외 영업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 및 체험을 금지하고, 동물원은 현재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검사관제도를 도입해 야생동물 사육시설의 적정성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인수공통감염병 매개 위험성이 있거나, 야생성이 강한 야생동물에 대해서는 판매와 개인 소유를 제한하는 목록을 마련할 예정이다. 야생동물 질병 전담 관리기관인 ‘국민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조속히 개원해 질병의 예찰, 진단, 방역 등 사전, 사후 대응도 철저히 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되는 야생동물 검역을 통해 질병을 관리하는 것은 본질적인 한계(모든 병원체 검사 불가능, 장소와 종의 제한, 유입 후 모니터링의 어려움)가 있어 사전 예방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또 야생동물의 특성상 먹이, 빛, 온습도 등 특별한 사양관리가 필요하며, 정밀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가 어려운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람과 야생동물과의 접촉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이로 인한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발생이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볼 때, 야생동물 관리체계 강화를 통해 또 다른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방역의 과제”라고 전했다.

<조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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