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섭 동화작가
▲ 최주섭 동화작가

과학발명품반 학생들이 지도 선생님의 인솔 하에 국립중앙과학관을 방문했다. 제일 먼저 로봇 전시실에 들어갔다.
안내 로봇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로봇 전시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학생들이 웃으며 소리쳤다.
“와아! 반가워 로봇.”
안내 로봇이 전시실을 소개했다.
“이곳은 곤충 등 동물의 행동을 모방한 인공지능 로봇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맨 먼저 ‘소금쟁이 로봇’이 보입니다.”
소금쟁이 로봇은 작은 연못의 물 위를 긴 다리로 사뿐사뿐 걸어 다녔다.
안내 로봇이 설명했다.
“소금쟁이는 네 개의 긴 다리로 물위를 뛰어다니며 짧은 앞다리는 먹이를 잡는데 사용합니다. 로봇 개발팀이 소금쟁이 다리의 특성을 연구하여 로봇을 만들어냈습니다.”
학생 중 현수가 안내 로봇에게 질문했다.
“소금쟁이 로봇은 무슨 일을 해요?”
안내 로봇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소금쟁이 로봇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합니다.”
학생들이 “와-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번엔 안내 로봇이 학생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금쟁이 로봇 개발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할까요?”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대답을 했다.
“로봇공학 전공자들이 있지 않을 까요?”
“기계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겠어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두요.”
“물의 힘을 연구하는 사람은 요?”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야겠지요.”
안내 로봇이 엄지 척을 했다.
“와아. 과학발명품반 학생들의 실력이 대단하군요.”
학생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전시실에는 여러 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로봇들이 소개되었다.
공중을 나는 ‘꿀벌 로봇’, 높은 빌딩을 기어 올라가는 ‘거미 로봇’, 함께 일하는 ‘로봇 일개미’, 나비의 애벌레를 응용한 ‘내시경 로봇’, 바퀴벌레의 걸음걸이를 응용한 ‘군사용 탐색 로봇’ 등이 있었다. 안내 로봇이 보충 설명을 했다.
“소형 로봇들은 의학용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재해나 오염지역에서 대량으로 흩어져 감시하거나 사람을 구출하는 목적에 사용될 것입니다. 여러 분들도 호기심과 창조정신으로 로봇 개발에 도전해보기 바랍니다.”
학생들이 뜨거운 박수를 쳤다.
“감사합니다.”

현수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곧 잠이 들었다.
비닐쓰레기만 먹는 로봇이 과학반 교실에 서있었다. 로봇은 비닐쓰레기 한 뭉치를 입에 넣었다. 날카로운 이빨로 찢고, 부수어 삼켰다. 라면봉지도 먹어 치웠다. 학교에서 모은 것들을 먹어치우는데 10분도 안 걸렸다.
과학발명품반 학생들이 로봇의 먹성에 감탄했다.
“식욕이 대단 하군. 비닐쓰레기가 더 필요해.”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비닐쓰레기를 가져오기로 했다.
현수는 아파트 내에 있는 재활용품 분리 배출 장소로 갔다. 종이, 금속캔, 유리병, 플라스틱 용기 등 종류별로 분리배출을 돕는 경비원 아저씨가 먼저 말을 걸었다.
“발명왕이 왔구나. 무엇이 필요한 거지?”
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비닐쓰레기가 필요해요. 깨끗한 거면 많을수록 좋아요.”
아저씨가 큰 봉지에 비닐 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아줬다.
“재활용업체도 가져가기를 싫어하는 것들을 무엇에 쓰는 거야?”
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비밀이에요. 성공하면 말씀드릴 게요.”
아저씨도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비밀? 더욱 기대가 되는 걸.”
학생들은 지도 선생님의 도움과 인터넷을 통해 로봇을 만드는 많은 기술정보를 얻었다. 기술 장인은 로봇의 부품들을 만들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가르쳐주었다.
학생들이 모두 외쳤다.
“드디어 로봇을 만들었어.”
로봇 이름은 재활용(Recycling) 1호라는 의미로 로봇 R1로 정했다.
로봇 R1은 비닐쓰레기를 한주먹씩 큰 입에 넣어 씹었다. 현수가 밥 한 그릇 먹는 시간이 지나자 로봇이 누런색의 비닐 똥을 만들어냈다.
현수가 비닐 똥을 손으로 만져보며 중얼거렸다.
“왜 거칠지?”
현수는 비닐 똥을 망치로 깨트려 보았다. 똥 속에 종이 같은 것들이 석여있었다.
“비닐에 붙어있는 종이 표지는 떼어내야겠어.”
학생들이 비닐쓰레기에 붙어있는 종이 라벨을 모두 떼어내고 로봇에게 먹이를 주었다. 비닐 똥이 부드러워졌다.
학생들이 궁금해 했다.
“비닐 똥으로 무얼 만들지?”
현수가 어렵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리 학교에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보자.”
과학발명품반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자원순환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비닐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들은 물을 담는 통, 쓰레기 분리수거 통, 화분, 제설용 모래 함 등 여러 종류가 있었다.
학생들은 기술 장인을 또 찾아갔다.
“3D프린터로 원하는 것들을 만들 수 있어. 제품을 선택하고, 컴퓨터로 부품 설계를 하면 돼.”
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모였다. 현수가 토론을 이끌었다.
“비닐 똥으로 무슨 제품을 만들까?”
학생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제품을 이야기했다.
“학습용 장난감은 어떠니? 로고 블록이라든가?”
“실내용 슬리퍼도 좋겠어.”
“화분을 만들어 꽃을 심으면 좋겠네.”
“이것저것 다 만들어보자.”
먼저 꽃 화분부터 설계가 시작했다.
지도 선생님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전국 학생 발명품 경진대회에 참가해보자.”

발명품 경진대회 날이 왔다. 각 시도에서 예선 대회를 통과한 우수 발명품들이 출품되었다. 현수가 심사위원들에게 비닐쓰레기를 먹는 로봇 R1과 3D프린터로 만든 화분을 소개했다.
“작년에 아파트단지 마다 비닐쓰레기의 수거를 거부한 일이 벌어졌어요. 학교에서 발생된 비닐쓰레기도 여러 날 동안 치우지 못하더군요. 반원들은 비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지요.”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비닐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과정을 살펴보았어요. 인공지능을 가진 재활용 기계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기술 장인의 협조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 한 분이 질문했다.
“오늘 심사장에서 보여 줄 제품은 무었입니까?”
현수가 대답했다.
“비닐 똥과 화분입니다. 로봇 R1이 비닐쓰레기를 먹고 싼 비닐 똥을 3D프린터를 이용하여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몇 개의 화분에 꽃을 심어 학교 정원을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심사위원들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비닐똥 이라 구요? 이름이 재밌네요.”
“재활용과 환경미화라? 꿩도 먹고 알도 먹었군요.”
현수가 시상식에 올라 손을 번쩍 들었다. 경진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박수와 함성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엄마가 현수의 잠꼬대에 웃었다.
“현수야! 저녁 먹자. 오늘 과학관 방문이 좋았나보구나?”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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