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순환협회 하승재 초대협회장

[만남]

‘산업계-정부’ 브릿지 역할 할 터
단절된 물순환 고리 회복에 주력
도시 물순환법 조속한 제정 필요

‘수량’과 ‘수질’로 나눠 관리해오던 ‘물관리’가 2018년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고,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가 시작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컸다. 특히 산업계는 끊어진 물순환의 고리를 이어주는 제도 개선과 시장 확대를 기대했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껏 아무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산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계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도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지난해 11월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환경부 및 한국수자원공사와 물순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고, 그 대안으로 ‘한국물순환협회(Korea Water Cycle Systems Association, 이하 협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2월 18일 발기인대회에 이어 3월 1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관련 분야 관계자들과 창립총회를 열고 하승재 국회물포럼 사무총장을 초대협회장으로 선출했다. 협회는 향후 정부와 협회 간에 공동연구, 협회 설립 후 사업영역 확대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승재 초대협회장은 “협회는 물순환 업계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해 정부 정책에 반영시키고, 정부와 함께 물순환 산업의 활성화 및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승재 초대협회장을 만나 협회의 계획과 운영방침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3월 18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물순환협회 창립총회’에서 협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하승재 회장이 창립총회 기념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지난 3월 18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물순환협회 창립총회’에서 협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하승재 회장이 창립총회 기념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

“물순환 기술 표준화 필요”

협회의 가입 대상은 물순환의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기업, 공공기관, 지방단체, 연구기관, 개인 등이다. 3월 30일 기준 가시적인 회원 수는 30여 개 기업과 개인 200여 명이고,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도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하승재 협회장은 “최대한 많은 각계각층의 가입을 권장하고 건전한 상호협력을 통해서 물순환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선진화된 기술은 세계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이를 위해선) 모든 물순환 기술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라며 “협회는 앞으로 투수 블록, 저영향개발(LID) 등의 물순환 관련 기술체계 확립을 위해 정부와 협력할 것이며, 기업과 같이 협의의 틀을 만들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하승재 협회장은 강조했다.

세계에 맞는 기술 표준을 마련하면, 세계 물순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게 하승재 협회장의 견해다. 또한 물순환 산업의 활성화와 회원사의 해외 진출을 위해선 해외보다 기술이 비교우위에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물순환 관련 기준을 정립하고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승재 협회장은 또 “현재는 제대로 된 기준이 없으며, 있다고 해도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투수성 포장, 옥상녹화, 벽면녹화, 빗물저장 등 다양한 시설의 규격과 설치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서 자격이 있으면 인증을 하고, 정부와 함께 공동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순환 분야 구심점 역할 할 터

현재 업계는 왜곡된 물순환의 회복을 위한 관련 제도가 마련되고,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산업계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고 제도 마련을 논의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협회는 산업계와 정부가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통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다. 헌데 협회의 사업 범위는 도시의 물순환 뿐만 아니라, 수자원, 저영향개발(LID), 비점오염원, 생태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또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승재 협회장은 이와 관련해 “제가 26년 동안 국회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서 이렇게 다양한 물순환 분야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승재 협회장은 국회에서 26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요구를 수렴해 하나의 법률안으로 만들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회의 과정을 수차례 거쳐 가며 이견을 조율하고 법안을 조정하기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최종 협의안을 만들고 법률로 통과시키는데 실무를 총괄했던 경험이 있다.

하승재 협회장은 “대표적 사례인 ‘물관리기본법’ 제정 과정의 경험이 다양한 이견을 조정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물기본법 통합 조정 경험 살릴 것

2018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물에 관한 기본법조차 없었다. 1997년에 물관리기본법안이 발의된 후 16회에 걸쳐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한 채 ‘임기만료 폐기’를 거듭하며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이유는 물관리기본법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수량과 수질로 나뉜 정부 부처의 밥그릇 싸움과 관련 단체의 이견으로 인해 줄다리기만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하승재 협회장은 21세기는 물의 시대이고 이에 걸맞은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생각에 2016년 20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국회의원 10인으로 구성된 ‘국회물관리연구회’를 만들고, 1997년부터 발의된 물관리기본법 내용을 종합한 ‘물기본법안’을 만들어 2016년 12월 발의했다.

그리고 12차례에 걸친 토론회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민관학산연의 의견을 수렴해 법률 제정을 위한 공감대 확산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2년 동안 다양한 법률안을 하나의 법률안으로 통합 조정하는 조율작업을 거치고, 이를 가지고 정부와 야당을 설득하면서 사안에 따라 양보와 타협을 거듭해가는 노력 끝에 마침내 20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20년 동안 누구도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이다. 하승재 협회장은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물순환협회는 물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공동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 모인 곳이기에 회원사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율하고 힘을 모으는데 앞장설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물산업 육성 기관과 협력

하승재 협회장은 다양한 물산업 육성 기관들과 협력할 뜻도 전했다. 현재 물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기관들이 있다.

일례로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물산업진흥법에 근거한 물기술인증원과 물산업협의회, 환기환산법(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에 근거한 환경산업연구단지 등 환경부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들이 있다. 그리고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물의 고도정수를 통해서 공급하는 역할 등 주로 상수 위주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산, 학, 연, 관의 다양한 기관들과 함께 물산업의 발전과 물순환의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하승재 협회장은 밝혔다.

 
 

물순환 업무, 수공이 주관?...공단과 협의

협회는 물순환 업무를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주관하는 것과 관련해선 한국환경공단(이하 공단)과의 업무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관리 일원화의 후속 조치로 국토부 산하의 수공이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공단과의 중복기능 해소와 고유역량 강화를 위한 양 기관의 기능 조정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그리고 양 기관의 기능 조정(안)에 대한 관련 용역 ‘물 분야 산하기관 기능 재정립 연구(2018.12∼2019.04)’가 한국행정학회 주관으로 수행됐고, 그 결과 수공은 물 이용공급 분야(상수도)를, 공단은 오염관리 분야(하수도)를 전담키로 조정됐다.

그리고 물순환 분야는 수공이 주관토록 하면서, 공단이 비점오염 저감 분야에 참여토록 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양 기관의 중복기능을 해소하고 고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됐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기능 조정에 따라 물순환에 관한 업무는 수공이 주관하지만, 비점오염 저감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공단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공단과의 업무협의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승재 협회장은 “협회 회원사 중에는 비점오염 저감 사업에 특화된 기업도 많으므로 이와 관련된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설립목적 “단절된 물순환 고리 회복”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단절된 물순환 고리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회의 설립목적 역시 ‘지속 가능한 물순환 체계 구축’ 즉, 단절된 물순환 고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협회에서 수행하는 사업은 물순환 관련 조사연구부터 물 문화 육성까지 총 12가지에 달한다.

하승재 협회장은 “단절된 물순환 고리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물순환 정책 개발 및 제도 개선’이라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됐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물순환 회복을 위해 무분별한 불투수층 포장을 억제하고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법’ 제9조와 제22조에 근거해 ‘생태면적률’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하도록 지침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 제도가 있어도 지키지 않는다. 때문에 점검과 단속이 필요하다. 또 규격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통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협회는 가칭 ‘도시물순환회복법’의 제정과 생태면적률 적용지침의 개정 등 그간의 문제점을 찾고 적용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도시 물순환법’ 제정 필요

물론 그간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물순환 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2011년 아산탕정신도시가 국내 최초 분산형 빗물 관리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었고, 2015년 세종 행복 도시에 저영향개발(LID) 기법을 도입한 사례가 있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3기 신도시를 친환경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LID 기법을 적용하기로 관계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도 있다. 이렇듯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지구의 친환경 물순환 회복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물순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저영향개발(LID)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어 3기 신도시 등에 LID 기법 적용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물순환 회복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물관리 일원화가 됐지만, 환경부의 수질과 국토부에서 넘어온 수량 관련 법률이 그대로 조정 없이 존치하고 있다. 여기다 물순환에 관해서는 적절한 관련 법령이 부재한 실정이다.

따라서 환경부는 도시 물순환 회복을 위한 ‘도시 물순환법(가칭)’을 준비하고 있으며, 협회는 이 법률의 제정 과정에 참여해 산학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한 계획이다.

하승재 협회장은 “물순환 회복을 위한 법체계 마련이 가장 시급하므로 현재 추진 중인 ‘도시 물순환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관계부처 협의뿐만 아니라, 우리 협회와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환경부에 조언했다.

아울러 “협회에는 산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이 전문인력을 활용해 환경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도시홍수 방지, 물순환 연계 대안 필요

하승재 협회장은 또 도시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선 물순환과 연계된 대안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홍수피해를 겪고 있으며, 홍수와 관련된 평균 피해액은 매년 3200여억 원으로 전체 재해 평균 피해액의 86.3%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홍수 사례로는 우면산 사태, 서울 강남 침수사건을 꼽을 수 있고 매년 다수의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도시에서의 홍수피해 원인은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강우 패턴이 바뀌고 있고, 도시에서 불투수면이 점점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0mm의 적당한 비가 내리는 횟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강우량 100mm 이상의 극단적인 강우의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강우 패턴은 바뀌었지만, 빗물을 내보내는 우수관은 30∼40년 전에 설치된 노후관으로 현재의 강우 패턴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빗물에 대한 관리 방식도 머금고 침투시키는 방식이 아닌 신속하게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강우 시 빗물의 유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가 침수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침수방지 대책은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유수지(하천변 또는 하도 안의 고수부지에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와 빗물펌프장을 설치하고, 도심 하천을 정비하는 것이었으나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지하에 대심도 터널을 굴착해 빗물을 저류했다가 강우 이후 방류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실제 서울 신월 빗물 저류 배수시설이 완공됐고, 강남 대심도 터널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심도 터널이 홍수피해 저감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 도시의 왜곡된 물순환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대심도 터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환경 이슈 중 홍수피해에 대한 단편적인 대안이 될 뿐이다.

이와 관련, 하승재 협회장은 “왜곡된 물순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가 올 때 빗물을 침투시키거나 머금토록 하여 끊어진 물순환의 고리를 이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조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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