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보존 계획’ 모색

<특집>
사연댐 수문 설치 등 효과적인 물 관리 방안 논의
반구대암각화, 사연댐 수위 상승 시 훼손

▲ 지난 4월 2일 김진원 부장(K-water 수자원시설처)이 직접 찍은 반구대암각화 모습.
▲ 지난 4월 2일 김진원 부장(K-water 수자원시설처)이 직접 찍은 반구대암각화 모습.

지난 2월,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 등재 목록으로 선정했다. 잠정 목록에 오른 지 11년 만의 일이다. 울산 사연호(湖)에서 발견된 반구대암각화는 세계 최초로 고래사냥을 표현한 암각화다. 신석기 시대 해양수렵 집단의 독특한 화법과 표현, 예술성을 보여주는 반구대암각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가 사연댐 저수지 안에 위치하다 보니 홍수기에 댐의 수위가 상승하면 반복적으로 수면 아래로 침수되고 있다. 그간 문화재 훼손을 막고자 관계기관이 모여 보전 대책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 사연댐 전경 모습.
▲ 사연댐 전경 모습.

이와 관련, 이상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울산 북구)은 지난 4월 20일 반구대암각화 보존 및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사연댐 물 관리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상헌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7000년 전 선사시대 생활상이 그려진 암각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 인류사적으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세계적인 유물, 그동안 언론에 그려진 반구대암각화의 모습”이라며 “그러나 이 위대한 문화유산은 50년의 세월 동안 물에 잠기고 풍화로 인한 박락 등 고난의 기간을 보내고 있다.

소리 없는 파괴가 이뤄졌고 우리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 반구대암각화를 대하는 자세를 돌아봐야 한다. 안일한 태도를 반성해야 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나갑시다”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박락(剝落)’은 돌이나 쇠붙이에 새긴 그림이나 글씨가 오래 묵어 긁히고 깎이어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구/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구/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항구적 보존대책 마련 필요

도종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반구대암각화는 1971년 발견 이후 침수가 반복되면서 심각하게 훼손이 되었고, 보존 방안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거듭되는 동안 물속에 방치되다시피 했다”며 “해마다 반복되어 온 침수와 훼손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이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영상축사를 통해 “환경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통해 낙동강 유역의 통합물관리 방안을 수립해 울산 물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고, 현재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근본적인 반구대암각화의 침수방지를 위해 사연댐 수문 설치를 포함한 유역 물 관리 방안을 울산시, 문화재청,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함께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또 “반구대암각화는 2025년까지 세계문화유산 최종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물 관리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로서 반구대암각화 보전과 물 문제 해결을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더욱더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이러한 문제의 핵심인 사연댐 수위조절 관련, ‘사연댐 수문 설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수문 설치’와 ‘안전성 강화’ 두 사업을 단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영상축사를 통해 “이번에 이렇게 우선 등재 목록에 선정된 것은 반구대암각화가 신석기 시대 해양어로 문화의 정점인 포경 활동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독보적 증거라는 사실과 대곡리와 천전리의 두 국보 암각화를 품고 있는 계곡의 공간적 신성성을 함께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암각화 주변의 역사문화 환경을 해치지 않고 사연댐 수위조절로 보존대책이 귀결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수문 설치 방안이 가시화된다면, 우리가 어느 때나 찾아가도 암각화 속 고래들과 만나는 멋진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2025년에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심사를 받기 위한 신청서를 준비 중이다.

▲ 박재현 K-water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박재현 K-water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박락 발견 9개소, 사연댐 57m 수위 시 완전 침수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성도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장은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상태 및 모니터링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김성도 실장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영상 촬영 결과 분석을 통해 암반 주변부 풍화로 인한 박락이 9개소나 발견됐다.

또한, 사연댐 수위가 53m에 이르면 부분침수가 시작되고, 57m 이상이 되면 완전히 침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0∼2020년 사연댐 수위 자료를 검토한 결과에선 2013년 이후 침수일수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1993년까지는 1년 내내 주암면 일부가 침수된 경우가 많았고, 2013년 이후 대곡댐과 사연댐을 연동 운영한 결과 침수일수는 감소했다.

지역 한 언론은 2017년 1월 9일 “K-water 울산관리단은 2012년 연동 실험을 한 뒤 2013년부터 사연댐의 수위를 암각화 침수한계인 50m 이하로 유지하면서 대곡댐 물을 적절히 내려보내 용수를 원활히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 김성도 박사(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반구대암각화 보존 상태 및 모니터링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김성도 박사(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반구대암각화 보존 상태 및 모니터링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구역별 3D 스캔 데이터 비교분석 결과에선 구역별 98.54∼100% 일치율을 보였고, 주암면이 포함된 H구역은 99.96%로 매우 양호한 보존상태를 보였다. 과거 2011년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 유적보존연구소 보고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선 1972년, 2000년, 2008년 사진분석 결과 56지점이 탈락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암각화 주변 암반의 절리 구조는 2012년 계측 이래 안정적 상태를 유지 중이었고, 반복되는 침수에 의한 암반 주변부 풍화로 일부 박락이 진행 중이며, 풍화 진행 억제 및 보존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고, 풍화 정도 측정을 위한 주기적 3D 스캔 및 고해상도 정밀 사진 기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 제방, 유로변경’ 부결, 카이네틱 댐 철회

김진원 K-water 수자원시설부장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연댐 수문 설치 방안 검토’에 대해 발표했다. 김진원 부장에 의하면 2001년부터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보존대책이 꾸준히 논의돼왔다.

2014년 8월에는 홍수 시 암각화 침수 최소화를 위해 임시대책으로 사연댐 용수공급을 18만㎥에서 38만㎥로 증대시켜 수위를 52m로 저하시켜 운영했고, 2018년 10월에는 암각화의 항구적 침수방지 차원의 역사 공원화(안)가 제시됐었다.

20196년 3월∼2020년 9월에는 환경부가 운문댐 물 7만㎥/일을 울산시에 공급해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는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9년 4월엔 국무총리가 주관한 낙동강 물 문제 해소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당시 MOU 참여 기관은 국무조정실, 문화재청, 환경부, 대구시, 울산시, 경북도, 구미시 등이었다. 이들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산시의 장래 물 부족량을 운문댐 여유량 등으로 대체할 것을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 조규성 연구관(울산시 문화관광체육국)이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및 역사 관광자원화 추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조규성 연구관(울산시 문화관광체육국)이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및 역사 관광자원화 추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년 12월엔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 대한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의 심의가 요청됐다. 또 앞서 수립됐던 대안 중 생태 제방(2009년, 2011년, 2017년)은 반구대암각화 전방에 생태 제방 및 접근 교량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연댐 용수공급량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각화의 침수를 항구적으로 방지하는 방법이었다.

반면 공사로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주변 지역의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고, 예상 공사비는 362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9년과 2011년, 2017년 문화재 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역사문화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문화재 위원회가 부결시켰다.

2011년엔 반구대암각화 상하류 제방 설치 및 유로변경이 제안됐다. 하지만 2011년 문화재 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역시 역사문화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부결됐다. 2017년도엔 카이네틱 댐(가변성 임시 투명 가물막이) 설치가 제안됐다. 수위에 따라 높이가 조절 가능한 투명한 댐을 대체 수원을 확보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예상 사업비는 약 104억 원이 할당됐다. 그러나 수밀성 테스트 결과 투명막 연결부 누수 및 반구대암각화 주변 훼손으로 설치 철회가 결정됐다.

역사 공원화도 2018년 제안됐다. 암각화 침수를 항구적으로 방지하고 사연댐 용수공급량에 영향이 없으며, 상하류 및 반곡천 생태 제방 조성과 터널형 수로로 유로변경이 골자였다. 이 역시 대곡천 주변 문화재 훼손 등으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연댐, 울산시 생활용수 18만㎥ 공급 중

▲ 김진원 부장((K-water 수자원시설처)이 ‘사연댐 수문설치 방안 검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김진원 부장((K-water 수자원시설처)이 ‘사연댐 수문설치 방안 검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진원 부장은 “1965년 12월 준공된 사연댐은 대곡댐(2005년 준공)과의 연계 운영을 통해 울산시 천상정수장으로 생활용수를 하루 18만㎥ 공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2005년 준공된 대곡댐은 사연댐 상류에 직렬로 위치해 하류 방류를 통해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고,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취수탑을 통해 평상시 하류로 1∼2㎥/s 수준을 방류하고 홍수기에는 170㎥/s 이내로 조절 방류한다.

사연댐은 암각화 침수 최소화를 위한 임시대책으로 사연댐 운영 수위를 EL. 52m 이하로 운영하고, 홍수기 암각화 침수 발생 시에는 공업용수도 추가 공급(일 20만㎥/일)으로 침수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문 설치 검토(안)

김진원 부장은 또 “사연댐 수위조절 후 암각화 연간 침수일은 크게 감소하나, 암각화의 침수는 불가피하다”며, 사연댐 수문 설치 검토(안)에 대해 설명했다. 사연댐 수문 설치 방안은 사연댐 여수로 월류고를 낮추고(EL. 60m→47.0m), 수문을 설치(Roller Gate, B13m×H6.5m×4문)하는 것이다. 예상 사업 기간은 3년, 총사업비는 430억 원이다.

댐 관리 수위 변화는 기존 EL. 60m→수위 조절(2014년 8월∼현재)→수문 설치 후 EL. 52.5m이다. 또 강우 시에는 수문을 개방해 방류하고, 유입량 감소 시에는 수문 조절을 통해 댐 운영 수위를 확보한다.

그리고 수문 설치 모의 운영에선 여수로 바닥고 EL. 47m일 때 사연댐 최고수위 EL. 52.25m, 암각화 수위 EL. 54.28m였다. 사연댐으로 인한 침수는 발생하지 않았고, 다만 자연하천 홍수량으로 일시적으로 9시간 이내의 침수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3월 9일 환경부(주재), 울산시, 문화재청, 국토부(부산청), K-water가 참여한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 관련 기관 회의가 개최되어 2025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일정을 목표로 사연댐 수문 설치를 일정대로 추진(올해 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고, 2022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추진, 2023∼2024년 수문 설치 공사 시작)할 것을 논의했다.

국토부 부산청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태화강 하천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시행 중이므로, 울산시는 오는 7월 관련 용역을 통해 사연댐 수문 규모 및 방류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의 운문댐 물 울산시 공급 논의결과도 반영키로 했다.

김진원 부장은 “관련 용역 성과를 통해 보존대책 세부검토보완 등 수문 설치 방안을 구체화하고,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1년 상반기에 확정할 예정”이라며, 수문 설치 사업 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구대암각화>

*유산 명칭: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
*유산 구성: 대곡리 암각화 / 천전리 암각화 / 반구대 계곡
*유산 소재: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두동면 천전리
*발견 시기: 1971년
*암각화의 주요 내용: 육지 생물(소, 호랑이, 표범 등) 및 해양 생물(고래)에 대한 수렵 생활
*문화재적 의의: 세계적으로도 드문 원시 시대의 수렵, 포경 역사에 대한 자료
*유산 설명

1.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국보지정: 1995.06.23.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234-1
-제작 시기: 신석기 시대(7000∼3500년 전)
-수량: 총 307점(고래 52점과 사슴류 23점. 다양한 해양, 육지 동물 표현)
-특징: 고래 그림 등 북태평양 연안의 선사시대 해양 어류 문화의 흔적을 담고 있는 바위 그림 유적으로 평가

2. 울주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
-국보지정: 1973.05.04.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산210-2
-제작 시기: 선사시대∼신라 시대
-수량: 총 622점(고래 등 동물상 43점, 인물상, 기하문, 명문 등)
-특징: 신석기∼청동기 시대에 걸친 기하학무늬와 동물, 추상화된 인물이 조각, 신라법흥왕 때로 추정되는 명문은 신라 연구에 귀중한 자료

▷ 반구대 계곡은 S자형으로 크게 굽이쳐 흐르는 하천을 따라 수직 절벽들이 이어져 지형적으로 매우 독특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조선 시대 대표적인 명승지로 유명하며 현재까지 많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어 자연경관과 함께 빼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국보 2점(대곡리 암각화, 천전리 암각화) 위치한 반구대 계곡은 다양한 자연 및 문화유산이 자리 잡은 의미 있는 장소

▷ 유산구역의 남쪽과 북쪽 수직암면에 연속적으로 그려진 포경 활동 그림⇒탐색, 사냥, 인양, 해체라는 포경 활동의 모든 과정이 확인되는 유일한 유산

▷ 수천 년 동안 공간에 새겨진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의 포경 활동을 보여주는 독보적 증거이자 동아시아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유산

<조원상 기자>

저작권자 © 참좋은환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