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처리배출 검증단에 우리 측 전문가 참여 요구

일본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저장 중이던 오염수 처리를 해양 방류로 가닥을 잡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부 서방 국가들의 다핵종제거설비(이하 ALPS) 성능 검토 결과 및 우호적 여론 속에 이를 강행할 조짐을 보인다. 일본 측이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해 국민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오염수 문제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그간 대응이 다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어서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방사성물질의 안전성은 아주 극소량일지라도 최대한 엄격하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와 관련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과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내놨다. 아울러 보고서는 실제 해양 방류까지 남은 약 2년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오염수에 따른 이상 징후에 더 기민하게 대처하는 데 필요한 과제들을 살펴봤다.

▲ 후쿠시마 오염수가 동해로 오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1년. <사진=환경운동연합>
▲ 후쿠시마 오염수가 동해로 오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1년. <사진=환경운동연합>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오염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3월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 INES) 7등급에 해당한다.

사고 이후 주변 지역에서는 요오드, 세슘, 바륨 등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다양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고, 원전부지 내 토양에서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과 골수암을 일으키는 스트론튬 등이 검출되는 등 심각한 방사능 오염도를 나타냈다. 또한 당시 폭발사고로 용융된 핵 원료를 식히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입한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었으며, 지금도 하루 평균 약 14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보관 가능한 오염수 총 용량은 약 137만 톤이며, 현재까지 약 125만 톤이 저장되어 있다. 2022년 여름 즈음에는 원전부지 내 저장 공간 포화로 인해 오염수 보관이 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문제가 대두되자 해양 방류, 대기 방출, 지층 주입, 전기 분해, 지하 매설 등 5개 방안을 검토하며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국 지난 4월 13일 관계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다핵종제거시설 등 처리수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의결했다. 확산예측 및 모니터링의 용이성, 낮은 방사선 영향 등을 이유로 세부 계획 수립, 관련 설비 건설 등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친 후 해양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IAEA도 일본이 제안한 방안 중 대기 방출과 해양 방류가 규제적, 기술적, 시간적 측면에서 가장 실현 가능하다는 검토의견을 표한 바 있다.

국내외 많은 비판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중 세슘과 스트론튬, 요오드, 트리튬, 탄소, 코발트, 안티몬, 루테늄, 테크니슘 등 10종과 유해성이 낮은 54종을 포함한 총 64종에 대해 ALPS를 이용해 배출기준에 맞추고, ALPS를 통해 기술적으로 제거 불가능한 트리튬은 자국 규제기준의 1/40인 1리터당 1500Bq(베크렐) 미만이 될 때까지 바닷물에 희석하는 등, 각 핵종을 배출 기준치 이하로 반복적으로 재처리해 방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기준에 기초한 저선량의 트리튬은 각국의 원자력시설 정상운영 시에도 방출되며, 트리튬 자체는 상대적으로 반감기가 짧고 유해도가 미미하여, 아직 저선량 트리튬 피폭에 의한 피해가 입증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체내에서 유기결합 삼중수소로 변하면서 인체에 끼칠 장기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국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방사성물질의 유해도 뿐 아니라 결정 과정에서 객관성, 투명성,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분석예측되고 있는 연구결과는 일본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세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국내 연구기관으로서는 배출 영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 및 예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제1원전 내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핵 원료가 파손된 상태에 생성되어, 실제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방사성 핵종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한 동경전력이 오염수 처리에 사용하고 있는 ALPS 3기 중 2기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이하 NRA)의 설치허가 기준, 기술 기준 등의 적합성 심사를 받지 않은 채 가동되고 있어, 해당 시설에서 처리된 오염수의 완결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응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안전 및 규제체계 재정비, 주변국과의 공조체제 확립 등을 위해 2011년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NRA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검토 발표 이래 2018년 10월부터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합동 TF를 통해 대일 대응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방안 등을 협의해 왔다.

▲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 방침 결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 방침 결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우리 연안의 해수 방사능 감시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2020년에는 트리튬 분석지점을 54개 지점에서 71개 지점으로 확대(원안위 22개→32개, 해양수산부 32개→39지점)하고 일본 해수 주요 유입경로 6개 지점에 대해서는 조사주기를 연 1회에서 4회로 확대했다.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이 결정된 이후부터 원안위는 체분 계획 관련 심사 기준, 절차 및 기한, ALPS의 지속적 성능 검증과 오염수 처리배출 과정의 모니터링 및 제3자 검증 계획 정보와 함께, 그 결과를 신속투명하게 공유해 줄 것을 NRA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IAEA의 역할을 강조하고, IAEA 차원의 조사검증에 우리 측 전문가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연 1회 보고서로 공개되던 해수 방사능 분석결과를 일반인이 쉽게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지점별로 분석 완료 즉시 원안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해수 방사능 검사주기 및 지점을 확대하고 그 영향을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과 장비 등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원안위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규제기관으로서 해양 방류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 있다. 또한 방류 결정 자체는 일본의 주권 사항이므로 원안위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반대의견을 표명하기보다는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련 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다만 오염수 처리 방침이 공론화된 2018년 이후로도 국제 공조 체계 확대나 적극적인 데이터 수집 및 축적 등이 소극적이었던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속다양한 데이터 수집 및 축적해야

그렇다면 원안위의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 및 그 영향에 대한 분석결과는 일본이 공개한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 방류될 오염수에 어떤 방사성 물질이 얼마만큼 포함되어 언제 방류될 것인가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구체적인 피해 규모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해양 방류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뉘면서 국민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일본 측의 보다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기대하지만, 실제적인 방류까지 남은 약 2년 동안 일본의 조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소량의 방사성 물질이라도 바다에 방류되고 나면 회수가 어렵고, 그로 인해 생태계와 환경에 축적되어 일으킬 피해 역시 돌이킬 수 없다.

원안위는 남은 기간 동안 유입되는 해수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를 보다 전향적으로 수집 축척 및 분석함으로써, 감지되는 이상 징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지점에서 꾸준히 모니터링해 축적해 놓은 관측 자료는 향후 데이터 간 교차 검증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현재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국립수산과학원의 우리 연한 표층수심별 해수, 해저 퇴적물, 해양 생물 등을 대상으로 시행한 정점 분석결과를 토대로 환경 방사능을 관리하고 있다.

다만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해류의 특성상 시료를 채취하여 실험실로 운반한 후 분석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해당 해류 분석의, 적시성을 위해 해상에서 즉시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환경운동연합에서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 환경운동연합에서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이를 위해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보다 촘촘하고 정밀한 분석을 위해 다양한 연구기관이 수집분석하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표층에 띄워놓은 해수 방사능 감사기인 부위(buoy) 역시 태풍으로 인한 유실, 통신 장애 등의 고장으로 빈번하게 감시에 공백을 일으키고 있다.

선제 대응을 위해서는 방사능 감시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공해상 중저층 해역에도 감시기를 띄워 선박 경로를 피할 수 있도록 하여 유실 우려를 줄이고,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중저층 해수 등에서 더 많은 샘플링을 통해 방사능 농도를 보다 연속적으로 관측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은 해양에 직접적으로 방류될 오염수가 미칠 영향에 집중하고 있지만, 토양 등에 쌓여있는 방사성 물질이 빗물 등과 함께 흘러나와 해양에 미치게 될 영향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제 공조 강화 및 교차 검증 필요

현재 우리 정부는 IAEA의 오염수 처리배출 검증단에 우리 측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IAEA의 검증은 국제기구를 통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과 그 과정에 대한 조사검증의 의미를 가진다.

다만 ALPS 성능에 대한 IAEA 검토 결과 및 일부 서방 국가들의 우호적 여론 속에서 현장 검증단의 결과가 일본의 해양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공인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방류될 오염수의 양과 방사능 농도,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장기간에 걸쳐 방류될 오염수의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에 충분히 실효적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따라서 원안위는 IAEA의 검증을 단순한 공동조사로 이해하기보다는 동일한 시료에 대해 각국이 자국의 입장에서 조사분석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게 하여, 주변국이 안전성 검증 체계에 적극 참여관여하고 투명한 공동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한중일 3개국의 원자력 규제기관이 참여하는 원자력안전고위규제자회의(TRM)를 적극 활용해 오염수 처리 전후 시료에 대한 교차 검증 혹은 미가공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이해 당사국 간의 충분한 소통과 정보 공유 노력을 촉구하고, 중국과의 공동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러 국가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안위가 규제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처리 심검사 지침, 기술 기준의 적합성 등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일본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구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 관리감독 강화

원안위는 일본으로부터 방류되는 오염수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현재 가동되고 있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관리감독에도 더욱 만전을 기해 우리나라 원전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환경 방사능 오염 요인들 역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철저한 안전 관리가 전제되어야만 일본 오염수로부터의 영향력을 보다 명료하게 분리 및 검증할 수 있고, 일본에 대해서도 보다 다양한 정보의 제공과 검증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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