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비롯 제조사, 생산업체 등 업계 힘 합친다

2030까지 멸균팩 재활용률 70% 달성 목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및 탄소 중립 실현

고품질의 천연펄프로 만들어지는 종이팩. 폐종이팩은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재활용해 여러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그러나 현실은 올바른 분리 배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일반쓰레기로 전락되고 있다.

현재 국내 재활용 시장은 종이팩의 재활용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종이팩은 한해 약 7만 톤인 반면 재활용되는 종이팩은 약 1만 7000톤에 불과하다.

멸균팩과 일반팩으로 생산되고 있는 종이팩은 그동안 일반팩 위주로 재활용됐다. 그러나 멸균팩의 증가에 따라 재활용체계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어 올바른 종이팩 분리배출에 대한 정부의 방침과 시민인식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환경부도 종이팩 회수와 재활용 체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남양주시, 부천시, 화성시와 세종시 내 66개 공동주택 단지(6만 4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일반팩과 멸균팩을 구분해 투입할 수 있는 종이팩 전용수거함과 봉투를 배부하고, 분리 배출된 일반팩과 멸균팩은 해당 지자체의 책임 아래 서로 섞이지 않도록 수거해 각각 재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환경부는 올 2월부터 전국 공동주택 100만 가구, 대량배출원 300곳을 대상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올바른 종이팩 회수·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이르면 하반기부터 전국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 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 창립. <사진=KACRA>
▲ 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 창립. <사진=KACRA>

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 창립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국내 부족한 멸균팩의 회수량을 극복하고 재활용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해 멸균팩 제조사, 국내 생산업체, 재활용업체 등이 한자리에 모여 사단법인 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KACRA: Korea Aseptic Carton Recycling Association)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발기인 및 설립 동의자 전원이 참석해 설립경과보고, 설립취지문 채택, 정관, 사업계획 및 예산계획을 심의·의결하고, 임원과 회장을 선출했다.

멸균 종이팩은 고품질 버진 펄프 75%이상으로 이뤄져 냉장보관 없이 식품 부패를 최소화하는 기능성 패키징이지만 재활용률은 10~2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2019년 종이팩 재활용률은 19%다. 2013년 35%에서 2014~2016년 26%, 2017~2018년 22%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재생 가능하고, 기후에 긍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멸균 종이팩의 긍정적 환경기여를 위해 앞으로 환경부, 멸균팩 원생산업체, 최종생산업체, 재활용업체 등 업계의 힘을 모아 멸균팩의 회수와 재활용 순환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협회는 일부 개정된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에 발맞춰 환경부, 지자체, 관련 유관단체는 분리수거 지침을 개정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한 적극적인 분리 배출 동참을 촉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플라스틱 줄이기, 저탄소 발생량 용기사용, 코로나 19로 멸균팩 소비량 급증에 따라 일반팩과 멸균팩 별도의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회수·선별 회원사들의 동참과 지자체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요청 할 예정이며, 분리배출 홍보는 물론 교육, 수거 인프라 구축, 수거 프로그램 개발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지난해 11월 10일 종이팩 회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왼뽁부터)조광성 정식품 상무, 전광진 삼육식품 대표, 박준구 서울우유 상무, 양진오 매일유업 전무, 서영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 조명현 SIG 한국지사장, 오재항 테트라팩코리아 부사장, 김득수 연세유업 대표, 한정훈 닥터주부 대표, 이찬희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 지난해 11월 10일 종이팩 회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왼뽁부터)조광성 정식품 상무, 전광진 삼육식품 대표, 박준구 서울우유 상무, 양진오 매일유업 전무, 서영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 조명현 SIG 한국지사장, 오재항 테트라팩코리아 부사장, 김득수 연세유업 대표, 한정훈 닥터주부 대표, 이찬희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사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환경부, 9개 기관과 택배 활용한 종이팩 회수 활성화 위한 업무협약 체결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10일 매일유업, 삼육식품, 서울우유, 연세우유, 정식품, 에스아이지콤비블록, 테트라팩코리아, 닥터주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 9개 기관과 택배를 활용한 종이팩 회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택배 활용 종이팩 회수 프로그램은 우유팩을 모아서 친환경 인터넷 쇼핑몰 닥터주부에 택배로 보내는 소비자에게 다음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적립 포인트를 지급하고 수거된 종이팩은 일반팩(살균팩)과 멸균팩으로 선별해 일반팩은 부림제지에서 화장지로, 멸균팩은 삼영제지에서 페이퍼타월로 재탄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테트라팩 코리아와 에스아이지콤비블록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소비자의 택배 비용과 수거량을 회수·재활용업체까지 운반하는 비용 등을 일부 지원한다.

또 매일유업, 연세우유, 삼육식품, 서울우유협동조합, 정식품은 제품 포장재, 인쇄물, SNS 및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본 회수 프로그램을 적극 안내 및 홍보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환경부와 생산, 유통, 제조 등 생태계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업들이 함께 나서서 소비자들에게 일반팩(살균팩)과 멸균팩의 분리 선별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재활용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민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종이팩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캐나다 종이팩 사용 사례
▲ 캐나다 종이팩 사용 사례

캐나다-타일, 벽 보드, 플라스틱 목재 등 건축 자재로 활용

2021년 1월 기준, 캐나다는 자원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여 전국 종이팩 비율을 56%까지 도달시켰다. 이는 2008년 종이팩 재활용율 26%에 대비하여 눈에 띄는 성장세이다.

종이팩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캐나다 종이팩 위원회(Carton Council of Canada)는 전체가치사슬(포장 제조업체, 생산자, 선별시설, 지자체, 생산자 책임조직, 감독기관, 소비자)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여, 버려지던 캐나다 전역의 종이팩 흐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캐나다 내에 종이팩 시장은 2009년 이후 안정적이고, 일관되며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서 일반팩과 살균팩을 모두 수용하는 제지업체 및 재활용 공장의 수가 한 곳에서 현재 열 곳으로 대폭 증가했다.

다른 모든 재활용 가능 원료와 마찬가지로, 회수된 종이팩 원료는 수출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캐나다 종이팩 위원회는 이러한 국제적 수요에 발맞추어 북미 시장이 재활용 가치사슬의 재활용업체, 중계업체,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종이팩 펄프 생산은 연속적인 선별공정(재활용할 수 없는 이물질을 없애는 작업), 해리공정(펄프,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을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 스크린공정(펄프,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 층을 분리) 등을 통해 종이기반 제품 제조를 위한 펄프를 적합화시키며, 남은 비섬유의 경우 가공업체에 판매하여 새로운 재활용품과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캐나다에서는 종이팩 펄프 분리생산과 별개로 ‘전체 종이팩 재활용’도 구현해내고 있다. 전체 종이팩 재활용은 말 그대로 종이팩 전체를 활용하여 사용 가능한 재활용품으로 제조함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재활용된 종이팩은 타일, 벽 보드, 플라스틱 목재 등의 건축 자재로 활용된다. 이 공정은 접착제, 물 또는 화학 물질을 추가할 필요 없고, 오로지 열을 결합제로 사용한다.

▲ 100% 재활용 종이팩으로 구성된 ‘에코 캔틴(학교급식당)’ 건축물 내부 상세 모습: 음식 배급 받는 곳
▲ 100% 재활용 종이팩으로 구성된 ‘에코 캔틴(학교급식당)’ 건축물 내부 상세 모습: 음식 배급 받는 곳
▲ 100% 재활용 종이팩으로 구성된 ‘에코 캔틴(학교급식당)’ 건축물 내부 상세 모습: 건물 천장
▲ 100% 재활용 종이팩으로 구성된 ‘에코 캔틴(학교급식당)’ 건축물 내부 상세 모습: 건물 천장

태국-종이팩으로 ‘Eco-Canteen(학교급식당)’ 건설

태국 라용에 에스아이지콤비블록 투자로 우리가 먹다 버린 종이팩(살균팩, 무균팩)과 팩 내에 소재한 강화 플라스틱 합성 소재를 압축하여 만든 첫 건축물인 ‘Eco-Canteen(학교급식당)’이 지난 2018년 9월 세워졌다.

무균팩을 재활용할 시 내부에 있는 알루미늄 때문에 후 처리물이 나와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에스아이지콤비블록은 이를 활용하여 가장 튼튼해야 하는 건축물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착안, 태국 소재 지역 대학교 건축과 학생들과 협업해 디자인 공모를 통해 라용 지역 니콤 상 톤 이앙 10 스쿨(Nikom Sang Ton Eang 10 school) 초등학생들을 위한 ‘에코 캔틴’을 만들게 됐다.

▲ 100% 재활용 종이팩으로 구성된 ‘에코 캔틴(학교급식당)’ 건축물 내부 상세 모습: 건물 벽면
▲ 100% 재활용 종이팩으로 구성된 ‘에코 캔틴(학교급식당)’ 건축물 내부 상세 모습: 건물 벽면

 

▲ 폐우유팩으로 만든 건축자재
▲ 폐우유팩으로 만든 건축자재

‘에코 캔틴’은 100% 살균팩, 무균팩으로 구성돼 있으며 건물의 벽면, 천장 그리고 심지어 식탁까지 전부 종이팩을 압축해 만든 구조물로 건축해 각종 날씨 및 환경에 대비할 수 있게 하였다. 게다가 태국 건축학과 대학생들이 자기 지역을 위한 식당 공모를 통해 직접 디자인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에스아이지콤비블록은 “이번 ‘에코 캔틴’ 건설로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기존 낙후한 환경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위생적인 곳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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