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동화>
괴물 섬이 점점 커져요

 						 										▲ 최주섭/ 아동문학가
    ▲ 최주섭/ 아동문학가

남쪽 바다 한 가운데, 새로운 섬이 생겼다.
꽤 넓은 면적의 섬이지만 높은 언덕도 없이 울퉁불퉁했다. 계절이 바뀌면서 비슷한 꼬마 섬이 그 섬에 합쳐졌다. 수년간 몰려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서로 얽혀서 섬이 된 것이다. 바다 나라 물고기들은 그 섬을 괴물 섬이라 불렀다.

어미 물고기들은 새끼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괴물 섬 근처엔 얼씬거리지 마라.”
새끼 물고기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곳엔 누가 살고 있을까?”
새끼 물고기들은 괴물 섬이 너무 궁금했다. 새끼들이 살금살금 괴물 섬에 들어갔다. 그곳엔 처음 보는 것들이 둥둥 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아기 상어가 주의를 살피며 깊숙이 들어갔다. 뒤따르던 다른 놈이 외쳤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괴물 들이 나타날지 몰라.”
아기 상어가 소리쳤다.
“그물 괴물에 걸렸어. 빠져나오려 해도 점점 조여지고 있어.”
아기 거북이가 아기 상어를 구하려고 그물 속으로 들어갔다.
“너무 좁아서 너에게 다가갈 수가 없어.”
아기 상어가 컥컥 거리며 바다 나라의 대장인 백상아리에게 구원 요청을 했다. 백상아리가 아기들을 구할 용맹스런 물고기들을 불러냈다.
“아기들이 괴물 섬에 갇혔다. 구하러 가자.”
백상아리가 앞장서고 톱상어와 전기가오리와 삐죽 갈치가 따라갔다. 뒤에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끼룩 끼룩, 부웅부웅.”
파도에 따라 춤을 추는 그물 속에서 아기 상어와 아기 거북이가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톱상어가 침착하게 아기 상어가 갇힌 그물 가닥을 긴 톱날로 하나씩 잘라냈다. 전기가오리는 아기 거북이가 갇힌 그물을 지져서 구멍을 넓혔다. 삐쭉 갈치는 그물에 구멍을 뚫었다. 긴 시간이 지나 기진맥진하고 있던 아기 상어와 아기 거북이를 그물에서 빼내었다. 백상아리가 외쳤다.
“아기들을 그물에서 꺼냈다. 모두 바다 나라로 돌아가자.”
바다의 왕이 새끼 물고기들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
“괴물 섬에 갇혔던 아기들을 살려낸 바다 전사들의 수고가 많았다. 괴물 섬에 가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는데도 사고를 쳤구나. 아기들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백상아리가 성난 표정으로 바다 나라의 어려운 점을 설명했다.
“바다 나라는 우리 물고기들이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아온 터전입니다. 인간들은 우리를 산채로 썰어 먹거나 토막 내어 끓여 먹는 것에 맛들이면서 바다 밑바닥까지 훑어서 새끼들까지 잡아가고 있습니다.”
삐죽 갈치도 온몸을 고추 세웠다.
“바다 낚시꾼들이 수십 명씩 나서서 상금을 걸고 낚싯대를 바닷물에 던지고 있습니다. 낚시 줄이 얽혀버리면 싹둑 잘라서 바다에 함부로 버리고 있습니다.”
아기 거북이가 고개를 들었다.
“플라스틱 괴물이 파도에 휩쓸려 펄럭일 때는 먹이와 구별하기 힘들어요.”
괴물 섬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모였다. 해초수염이 달린 육각형 통이 괴물 섬에 가장 먼저 왔었다고 자랑했다.
“나는 식용기름을 담았던 육각형 통이야. 몇 해 전 여름날 며칠 동안 폭우가 내렸어. 근처 강둑이 넘쳐 강물이 식당 안까지 덮쳤지, 주인이 발을 동동거렸지만 그릇들이며 음식물까지 성난 강물에 쓸려 내려갔어, 나도 파도에 밀려 여기까지 왔어.”
쌀을 담던 포대가 허리를 흔들흔들 거렸다.
“우리가 일부러 이곳까지 온 것은 아니잖아. 인간들이 함부로 버려 빗물에 씻겨 강으로, 바다로 오게 된 거지. 인간들이 책임져야 돼.”
육각형 통이 안타가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물고기들의 불만을 해결해 줄 수 없어. 그들에겐 미안할 뿐이야. 요즘에는 인간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마스크며, 일회용 컵이며, 빨대 같은 것들이 이곳에 떼 지어 몰려 들어오고 있어.”

백상아리가 노란 깃발을 들고 괴물 섬에 다가왔다.
“바다의 왕의 명을 받아 이곳에 온 백상아리다. 이 섬의 대장을 만나고 싶다.”
문을 지키고 있던 빨대가 재빨리 해초수염이 달린 육각형 통에게 다가갔다.
“바다 나라 대표가 노란 깃발들 들고 왔어요. 대장님을 만나겠답니다.”
“길을 터서 그들을 정중히 모셔라.”
육각형 통이 백상아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우리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습니다.”
“고맙소.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롯해 각종 생활 용품들이 해류에 실려 와 이곳에 쌓이면서 거대한 섬이 생겼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섬은 이곳뿐 만아니라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곳곳에서 크기를 계속 키우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우리 바다 생물의 몸속에 들어가 소화를 방해하고 목숨까지도 잃게 됩니다.”

육각형 통이 백상아리의 불만을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우리도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길거리나 강에 함부로 버려서 바다에 사는 여러분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해결방법도 내놔야합니다.”
인간들의 플라스틱의 무절제한 소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파도에 부서지고 자외선에 쪼이면서 플라스틱 조각이 점점 작아집니다. 물고기는 이들을 플랑크톤으로 착각하고 먹습니다. 물고기 몸속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게 됩니다.”

땅 나라에서는 전 세계 국가가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고 과학자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1950년 200만 톤의 플라스틱 만들던 인류가 2015년이 되자 4억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했다. 2025년이 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2015년의 10배로 늘어날 것이다. 이대로 가면 플라스틱 쓰레기 섬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물고기들은 살 곳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의 식탁에는 물고기가 올라올 수가 없을 것이다.”

땅 나라 모임은 모든 인간들에게 세 가지를 약속을 지킬 것을 부탁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세요.”
“물건들은 아껴 쓰고, 남은 것은 나누거나 바꿔 쓰고, 이웃에게 물려주고, 망가진 건 고쳐 쓰세요.”
“재활용 쓰레기는 비우고, 씻어서 분리배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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