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을 ‘산림휴양부’로 격상 제안

초대형 산불피해 증가

▲ 왼쪽부터 고민정 의원, 양이원영 의원, 박지현 위원장, 허영 의원, 오영환 의원
▲ 왼쪽부터 고민정 의원, 양이원영 의원, 박지현 위원장, 허영 의원, 오영환 의원

올해 들어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나고 있다. 총 피해 규모 100㏊가 넘는 대형 산불만 총 8건 발생했다. 예년보다 건수로는 5배, 피해면적으로는 17배 많다. 특히 지난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돼 삼척까지 넘어간 산불과 이튿날 강릉에서 시작돼 동해까지 번진 산불은 1986년 산불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2만여㏊를 200여 시간 태우고 나서야 진화된 초대형 산불이었다.

이번 초대형 산불의 피해는 상상외로 크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300여 채, 농업시설 200여 동을 태웠다. 소실된 산림의 가치는 약 1800억 원으로 평가된다. 복구와 복원에는 이보다 두 배 넘는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경제적 피해 외에 온실가스 131만 톤이 배출됐고, 대기 정화 등 산림의 공익 기능 피해액만 8500억 원에 달한다. 다시 산림 기능이 회복되려면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산불의 대형화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작년 미국, 캐나다에선 큰 산불이 발생해 각각 700만㏊와 400만㏊의 피해를 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16만㏊, 그리스 13만㏊의 산림이 불탔다. 기후변화가 산불 대형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이제 학계 정설이 됐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산불관리” 지적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산불피해극복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4일 ‘기후위기, 산불 대형화, 어떻게 막고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
▲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박사)은 ‘산불 예방 및 대응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산림정책의 통계분석을 통해 산불 대응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산림 보호법과 소방기본법 등 산불 관련 법률이 서로 상충하고 있어, 산림청과 소방청의 산불관리가 서로 다르다.

산림청이 산불에 대응하는 근거법인 산림 보호법 제2조(정의)는 산불을 ‘산림에 잇닿은 지역’의 나무풀낙옆 등이 인위적으로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에 타는 것이라 정의한다. 여기서 ‘산림에 잇닿은 지역’이란 임야 경계지점에서 100M 이내를 말한다. 그리고 가해자 검거를 위해 부득이 과도한 범위를 설정하게 된 것이 발목을 잡게 된다.

그리고 ‘산불 외’는 산림인접지 하천 둑, 갈대밭 등에서 발생한 들불로 취급한다. 적은 면적은 ‘산불 외’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산불 외’도 너무 모호한데, 명백한 산불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방청이 산림화재에 대응하는 근거법인 소방기본법 제2조(정의)는 ‘소방대상물’을 건축물, 차량, 선박, 선박 건조 구조물, 산림, 그 밖의 인공 구조물 또는 물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황정석 소장은 “원칙도 기존도 없는 산불관리 실태”라고 지적했다.

산림청-소방청, 자의적 통계 관리

산림청과 소방청의 자의적인 통계 관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관별 평균 5배, 지자체별 최고 1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실제 2021년 통계연보를 보면 산림청의 산불은 481건이지만 소방청의 산림화재는 2443건이다.

황정석 소장은 “산불 관련 통계 가치가 1도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2022년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실제 기관별 산불 발생 통계에 따르면 소방청은 1174건인 반면 산림청은 480건이다. 또한, 산림청의 산불통계는 산불이 480건이고, 나머지 690건은 산불 외로 분류하고 있다.

황정석 소장은 “최근 5개월간 약 2.5배 축소됐다. 자체적으로 또다시 30%가량 은폐되고, ‘산불 외’를 넘어 실제 산불까지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통계는 나라와 관련 기관의 수준을 나타내는 수치다. 잘못된 통계에서 올바른 정책의 수립이 실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불 예방정책 문제

과거 5년간 대형산불(50㏊ 이상)의 발생 건수는 8건(피해면적 742㏊), 최근 5년간의 대형산불 발생 건수는 30건(피해면적 31,270㏊)에 달한다. 또 영동지역에 국한되었던 대형산불은 이제 중부내륙지방은 물론 남부 북부지역까지 지역 구분 없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대형산불 안전지대가 없다.

산불 예방정책의 문제점으로는 ▷시스템: 관리자 편의주의 설계운영 실효성 의심 ▷인력: 취로사업, 매너리즘, 동기 부족, 채용 비리 ▷전문성: 계약직, 신입 공무원, 퇴직공무원 의존 ▷실효성: 인력배치 운영 미숙, 산불이해 부족 ▷주민의식: 체계 무시, 습관화, 경각심 부족 등이 지적됐다.

재난업무에 어울리지 않는 조직구조(산불특수진화대 정규직화 이후 내부 불만 갈등 증폭 양상)도 문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 현장과 괴리된 관리자 편의주의 정책과 시대와 생각을 읽지 못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황정석 소장의 견해다.

일각에선 연례행사가 된 산불정책 토론을 두고 국가적 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산림청의 산불정책 기조 중 선제적 산불 대응 체계구축과 관련해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극소수로 실효성 의문 ▷산불대응센터, 소방관서와 중복됨에 따른 심각한 예산 낭비 우려 등이 지적됐다. 맞춤형 산불 예방과 관련해선 ▷막대한 예산 투입, 실효성 논란 ▷비현실적인 예방정책 등이 지적됐다.

산불 ICT 분야는 관리자 편의성 보여주기식 정책에 집중하는 추세로 현장대응력 향상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세부적으로 ICT를 활용한 기술 장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용성과 및 홍보 부족, 시스템 관리 운용인력 및 전문성 부족 등이 지적된다. 스마트 산불 대응은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결국 스마트 재해대응단이 해체됐다.

황정석 소장은 산림청 산불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관련해 “정책 관리는 순환보직공무원이 담당하고, 현장대응은 공무직 또는 계약직이 담당하다 보니 신분도, 생각도, 목표도 다른 이질적인 인적구성”이라며 “머리는 크고 좋은데 수족이 움직이지 못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부처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황정석 소장은 산불정책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부처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논리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복합재난성 산불 상황에 맞는 산불방지 정책 전환(재난성 대형산불 위험지역 특별관리기준 및 법령개정, 10만 명의 의용소방대 산불위험 시기 예방 및 진화 적극 활용방안 모색, 교육 훈련체계 및 방법 전면 개편과 실질적인 전문성 제고, 미래산불 상황에 걸맞은 항공 및 지상 진화 장비 개발 확충), 복합재난성 산불대비 체계구축을 위한 법률개정(1안-관리체계 한계 봉착: 산불업무 소방청 이관 또는 독립기관 설립, 2안-시설 피해 위험 큰 영동지역과 5대 광역시만이라도 소방청 이관, 3안-시설물 인접 지역 산불관리(예산포함) 소방청 관할로 법률개정, 4안-연중화 복합재난화 대비 긴급구조통제단에 지휘권 부여), 재난성 대형산불 대비 장비확충 및 운용(야간 또는 강풍에 의해 사방으로 번지는 대형산불 상황에서 항공진화 역부족, 지상 산불확산 저지 및 시설물 보호 장비 확충 및 전술개발 절실히 요구됨) 등을 제안했다.

산불전문가는 “미래산불은 복합재난성과 동시다발 위험이 커진다. 지역과 피해특성에 맞게 체계적인 대응 체계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전국 5개 권역, 5개 광역시를 산불 특별관리지역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산림복원 방안

▲ 최진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
▲ 최진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진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박사)은 ‘산불 발생에 따른 산림복원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최진우 박사에 의하면 자연복원지가 인공조림지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생물량, 표토를 축적했고, 20년 정도면 다양한 동식물과 미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자연 숲으로 회복된다.

최진우 박사는 “산림청의 산림복원 대책은 피해산림 벌채와 인공조림으로 심각한 토양침식이 우려된다. 산림피해지 토양 안정화에는 3∼7년 걸린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산불 피해산림에 대한 산림청 복원대책은 (긴급)벌채 중장비 투입으로 인한 토양침식, 표토 유실, 움싹(맹아, 뿌리) 제거로 숲 재생 능력이 손실되는 문제가 있다.

또 우기에 엄청난 토사유실 및 영양분 유출로 피해가 우려된다. 인공조림지 유역 영양분 유실량은 자연복원유역 대비 질소 1379배, 인 1679배이다. 이외에 소나무 조림과 숲 가꾸기로 대형산불에 취약, 내화 수림대 조성은 예산 낭비(자연복원으로 가능) 등을 문제로 꼽았다.

최진우 박사는 “산불피해 산림의 복원은 ‘자연복원’을 기본방향으로 추진하고, 토양보전 및 자연림 복원을 우선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 자연복원 산림에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정책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초대형 산불 진화

▲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
▲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초대형 산불 진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임상섭 국장은 지난 3월 울진과 강릉에서 시작된 산불의 진화 과정에서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서 열흘간 초대형 산불을 겪으며 느낀 몇 가지 문제와 대응책을 제시했다.

임상섭 국장에 따르면 먼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산불이 났을 때 헬기 등 진화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일부 시장군수가 자기 관할지역에 진화 헬기를 충분히 보내주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임상섭 국장은 이와 관련해 “하지만 원자력발전소나 LNG 생산기지 같은 국가 기간시설, 인구 밀집 지역, 문화재와 금강소나무 군락지, 그리고 일반산림 순으로 진화 우선순위를 정하고 광역적 관점에서 진화 전략을 펼친 결과 인명 피해 없이 시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단일 시 군에서 발생한 중소 규모 산불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책임 하에 꺼야 한다. 산림 등 중앙정부는 산불 진화 헬기나 전문 진화인력 등을 광역 차원에서 지원하는 역할이면 된다. 지자체장에게 명확한 진화 책임이 없다면 산불 진화를 중앙정부에 미루는 도덕적 해이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피해가 과거 같은 수백㏊가 아닌, 수만㏊에 이르는 초대형 산불로 번진 상황에선 진화 자원도 강력해져야 한다. 진화 헬기는 현재 대형 헬기보다 3배 효율 좋은 초대형 헬기로 주력 기종을 바꿔야 한다.

강풍 연무 등 악천후와 야간에도 활용 가능한 고정익 항공기 도입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가파른 숲속에 진입해 더 많은 물을 더 멀리까지 뿌릴 수 있는 고성능 진화 차량 확충도 시급하다.

전문화된 진화인력 확충 필요

야간 산불 진화엔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크게 활약했다. 이 같은 전문화된 진화인력의 대규모 확충이 필요하다. 산불 규모가 커지면 마을 주민이나 공무원을 산속으로 올려 보내 불을 끄기엔 너무 큰 위험이 따른다.

체계적 훈련을 받고 산림 특성과 지형을 잘 아는 전문 진화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또 이들이 자부심을 품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진화 자원을 빠르게 동원할 수 있도록 기관 간 협업 체계도 고도화돼야 한다.

이번 산불에선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장인 산림청장을 중심으로 각 부처 협업을 독려한 행정안전부, 주택 등 시설물 보호를 맡은 소방청, 대규모 인력과 헬기를 지원한 국방부, 인근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 기관이 미리 약속된 매뉴얼대로 잘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협업 시스템은 대형산불이 났을 때 간헐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평상시 훈련된 자원들이 신속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 산불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한 기반시설 확충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임상섭 국장은 “산불 진화 효율을 높여주는 임도와 물을 저장하기 위한 사방댐을 확대 설치하고, ‘내화 수림대’처럼 불에 강한 숲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비용이나 환경 문제로 설치를 망설였던 기반시설을 이제는 산림재해 관리의 필수 시설로 인정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가재난관리체계 개선 등 제안

토론자로 나선 문현철 한국산불학회장은 산불의 예방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임도의 확충, 산림 내 연료 제거 필요, 숲 생태계의 개선, 산불에 대한 지속적 생애 주기적 교육 필요, 농촌 문화로서의 논두렁 태우기에 대한 철저한 금지 대책, 산림의 출입 가능지에 CCTV 지속적 구축 관리, 교통문화의 개선(휴대용 소화기 차량에 비치 및 휴대하기 운동 추진), 스프링클러의 패러다임 변화 필요, 각종 재난 대응훈련 시 산불 발생 시 주민 대피 훈련 강화, 과학적 산불 예방대응 플랫폼 구축사업 추진 등을 제안했다.

범정부적 측면의 초대형 산불 대응 개선방안으로는 지상 진화 시스템의 개선(산림청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 전문진화대, 예방감시대 등 다양한 명칭 통일 필요 등), 항공진화 시스템의 개선, 드론 산불 진화 등의 첨단 ICT 시스템 구축 예산증액 필요, 대형산불 지역 재난 방송 및 문자 발생 체계 개선, 초대형 산불 발생 시 자가용 차량 이용 금지 교육 필요, 초대형 산불 가능 지역 주민들에게 특성에 맞는 행동 요령 개발 보급, 예경보 시스템 및 농 산촌 거주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 시스템 구축 필요, 주민 대피 시 경찰의 역할 강화, 산불 예방을 위한 범정부적 협업 체계 확립 필요, 노약자 환자 장애인 등 재난 취약 사회적 약자 보호 체계구축 등을 제안했다.

효과적 산불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종합적 개선방안으로는 ▷국가재난관리체계의 개선 ▷산림 조성 시 산불을 염두에 둔 산림시스템 구축 필요 ▷주택화재에서 산불로, 산불에서 주택화재로 비화하는 경우 대비한 대책 필요 ▷대형산불도 군의 통합방위작전, 대테러 작전, 비상대응 업무에 투영되어야 함 ▷국가기반시설 및 군부대 등의 외부 스프링클러 설치 및 내화 수림 조성 ▷산불 진화 후 잔불 정리 지상 진화 작업 인력 체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

문현철 학회장은 “산림청을 산림휴양부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주훈 한국산림복원협회장은 산림피해지 산림복원 전략의 변화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산림 기본계획에 지역별 산림관리목표를 명시하고, 대형산불 발생 우려 지역에 대한 내화성 증진사업을 진행하고, 생활권별 방화대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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