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역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 견인해야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에너지 분권 강화 토론

올해 2월과 4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중 제2실무그룹(WG-Ⅱ)과 제3실무그룹(WG-Ⅲ)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두 보고서에서는 30개월 안에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기후대응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 해당 잔여탄소예산은 510GtCO2eq임에 반해 현재 가동 중인 화석에너지 기반의 인프라에서 배출될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은 660GtCO2eq이다.

최대한 빨리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는 가장 빠르고 경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G20 국가 최하위 수준으로, 탄소예산으로 제한된 시장 안에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 및 지역이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을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재생에너지와 지역 에너지 분권 강화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이와 관련, 신영대·윤준병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력연구소,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에너지 분권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6월 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돼 관심을 끌었다.

역사상 전례 없는 기후위기다. 올해 발표된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지구상의 기후변화 파악을 위한 주요 4가지 지표인 온실가스 농도, 해양 산성화, 해수면 높이, 해수 온도가 ‘기후 붕괴’ 수준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탄소중립 필수조건, 재생에너지 확대

인류 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태계의 공존을 위해 기후위기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기에 탈탄소로의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길이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2050 탄소중립 선언’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더 강력하고 다양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날 신영대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IPCC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경제성과 안정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탄소중립의 필수조건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기존의 핵과 화력발전의 중앙 집중적인 에너지 독점 체계를 대전환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정책의 책임과 권한을 갖는 에너지 분권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존 에너지 체계의 관성으로 인해 지방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및 보급과 관련한 통일된 규정이 없다보니 지자체별로 에너지 정책을 자의적으로 운영하고, 재생에너지 보급도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 자립도 역시 지역별로 상당히 불균형한 상황이다.

신영대 의원은 또 “실제로 저의 지역구인 군산에서는 국내 최초로 지자체가 10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를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고, 그 수익금은 투자한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사업 추진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에너지 중앙 집중 보급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자체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수용성 제고 단계부터 주민의 활발한 토론과 숙의가 이뤄지도록 하고, 지역별 에너지 센터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소비·공급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 문제

프랑스의 경우 법률에 따라 지방정부에게 에너지 분배망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덴마크나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선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역 에너지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 재생에너지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헤르만 쉐어는 “지역 분산형 재생가능 에너지 전환을 통해서만 ‘에너지 주권’을 실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단체가 독자적인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재생가능 에너지에 보편적 특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준병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방자치, 지방분권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과도 직결되어 있다. 2020년 초에 3MW 이하의 발전사업 허가 권한이 지자체로 이관됨으로써, 앞으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지역단위로 더 많이 이뤄지고 에너지 분권과 지방분권, 재정분권이 서로 균형을 잘 유지해야 상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윤준병 의원은 또한 “그런데, 에너지 소비와 공급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서 문제다. 이를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지역 에너지 분권화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며 “전력자립도가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나다 보니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용성 문제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생산과 소비를 결정하는 권한이 지역에도 맡겨짐으로써 관련 다양한 문제들을 각 지역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자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하고 2030 NDC 40% 목표와 2050 Net-Zero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약속했다. 그 실천을 위한 길에는 부문별 감축 목표의 신속한 달성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윤 의원은 나아가 “특히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인데, 원전건설과 석탄발전이 지속된다면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 동력이 약화되고 전통 에너지원 중심의 생태계가 연명·고착되는 한계 상황에 머무르게 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지역 에너지 전환 과제

윤석열 정부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로 2030년 NDC를 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양 측면을 모두 고려했을 때 재생에너지 확대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에서 대부분의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은 남부권 등 비수도권 단위에서 주로 견인돼 왔다. 이에 지역별 에너지 자립률이 상당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역 주민의 참여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비하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지역 에너지 전환 현황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지역별 재생에너지 비중이 5% 이상인 지역이 5곳(제주, 전북, 전남 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지역 에너지 전환을 위한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계획 입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풍력 입지정보도 등 기초 정보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다.

둘째, 지역 주도 에너지전환 실행을 위한 전담기관으로서 지역에너지센터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며, 센터 설치 근거 및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안 마련이 이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집중식 에너지원의 감축을 위한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중앙집중식 에너지원 퇴출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화를 요구했다.

지역 에너지 분권 중요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윤성권 부연구위원은 ‘지역 에너지 분권 및 주민참여 강화 제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에 따르면 왜 지역 에너지 분권이 중요한지 주요 문헌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은 주로 지역에서 이뤄진다. 둘째, 지방분권, 재정분권 등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다. 셋째, 주요 의제(발전소 폐쇄, 가동중지 등)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간극이 크다. 넷째, 지역별로 전력자립도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높게 나타난다. 다섯째,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발전시설 건설 과정에서 갈등, 민원 등 수용성 문제가 심각하다(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기에). 여섯째, 사회 혁신 차원에서 에너지 분야의 시민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경직된 에너지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국내 대도시 지역에너지계획을 살펴보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분권을 위한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중심의 기술적 전환이 주된 내용이다.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이나 가용 에너지원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정부 정책을 따르는 양상도 나타난다.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 지역마다 유사한 사업도 추진한다. 여전히 시민주도 보다는 지자체 주도 성향이 강하다.

계획수립 과정에서 시민이 느끼는 에너지 전환 당위성과 지자체가 느끼는 당위성 사이에 차이가 크다. 또한 지역에너지계획에서 ‘시민과 함께’라는 문구를 포함해 에너지 전환에서의 시민 참여와 역할을 강조한다.

그리고 시민과 에너지 시스템의 조합은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에서 어색한 조합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에너지시스템은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을 위해 강력한 중앙집중형 구조로 발전했다.

에너지시스템 ‘중앙집중→분산’ 전환 필요

화석연료 중심의 전통적 에너지시스템에서 시민 역할은 제한적이다. 시민은 단지 수동적인 소비자로 존재하고, 이러한 배경에서 시민과 에너지시스템이라는 두 개념의 간극은 크다.

윤성권 부연구위원은 “시민과 에너지시스템의 간극을 메우고, 함께하고, 참여하는 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지역 에너지 분권 달성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 ▷지역에너지센터 확대, 지자체 에너지 정책 역량 강화 ▷많은 지역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발전이익 공유 ▷지역 에너지 분권을 위한 조직·예산 마련 등을 지역 에너지 분권 달성 방안으로 꼽았다.

또한 2021년 11월 기준 국내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사업은 117개소에 달한다. 주민참여 형태는 채권형을 선호하고, 사업 구성은 대부분 태양광이이고, 국내에서는 주민참여를 이익공유와 거의 동일시한다. 따라서 주민참여는 적극적 이익공유 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주민참여는 자금 문제가 가장 크다. 지역주민이 이해와 가치가 높아도 현 제도에서는 적절한 자금이 없으면 참여가 어렵다. 또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현행 주민참여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지역에서 사업자들은 담보 없는 주민 협동조합에게 자금을 대출해주고, 이를 다시 대출채권 형태로 사업에 투자하고 있어 바람직한 형태로 개선되어야 한다.

사업자는 주민참여를 주민 반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지자체는 인허가 조건으로 주민참여를 요구하기도 한다.

세부 논의 빠진 에너지 분권, 재생E 확대 걸림돌?

토론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윤종석 정책위원회 산업수석전문위원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수소 등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강조하며 “에너지 분권 등 재생에너지 확대 기반 마련을 위한 법안 처리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헌석 녹색정의위원회 위원장은 세부적인 논의가 빠진 에너지 분권은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메가시티부터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까지 다양한 범주에 맞춰 ‘누가, 무엇을, 어떻게 분권할 것인지’ 규정돼야 한다며, “지역에너지 분권은 이제 지방 분권이라는 당위성을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실행 단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조은별 연구원은 단순히 지자체에 에너지 정책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것이 아닌 분명한 기후 대응 목표와 구체적인 이행방안 수립을 위한 에너지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공감했다.

조은별 연구원은 나아가 권역별 시도지사가 수립하는 ‘해양공간관리계획’ 안에 해상풍력을 설치할 수 있는 ‘에너지개발구역’이 아예 포함되지 않거나 1% 미만으로 포함된 현 상황을 지적하며,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도지사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에너지 분권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지자체가 가진 권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세한 이행방안과 지침이 마련되어야 함을 전했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김동주 전문연구관은 “현장 상황과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에너지 분권이 시급하다”고 말하며, 과거의 획일적 방식으로는 민주화된 사회에서 또 다른 갈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에너지 산업은 장기간에 걸쳐 유지관리가 필요한 물리적 하부 인프라를 필요로 하며, 단기간에 나타나는 문제점들만 봐서는 안 되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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