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환경규제 혁신 방안’ 대통령 보고

닫힌 규제에서 열린 규제로 : 혁신기술 적용해 폐기물을 재활용제품으로
획일적 규제에서 차등적 규제로 : 위험에 따른 화학규제 차등화로 이행력 제고
명령형 규제에서 소통형 규제로 : 환경평가 소통 확대로 절차 줄이고 투명성 강화
녹색사회 전환을 선도하는 규제로 : 탄소중립·순환경제 관련 규제 우선 혁신

환경부(장관 한화진)가 26일 오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환경규제 혁신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환경규제 혁신의 주요 내용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허용된 것 말고 다 금지하는 닫힌(positive) 규제(법률·정책에 허용되는 것을 나열하고 그 외에는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에서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열린(negative)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로 전환한다.

둘째, 획일적 규제에서 위험에 비례하는 차등적 규제로 전환한다.

셋째, 일방적인 명령·지시형 규제는 쌍방향 소통·협의형 규제로 바꾼다.

넷째, 탄소중립·순환경제 등 핵심 환경정책 목표와 직결된 규제는 우선 개선한다.

이같은 전환은 국제사회의 추세(트렌드)와도 발맞춘 것이다.

최근 국제질서가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환경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선진국들은 환경규제를 혁신유도형으로 개선해 나가는 추세다.

이에, 환경부는 환경정책의 목표와 기준은 확고하게 지키면서, 환경정책의 수단인 환경규제는 민간 혁신을 이끌고 현장 적용성도 높이는 좋은 방법론으로 품질을 개선한다.

대통령에 보고한 환경규제 혁신 방안의 상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닫힌 규제에서 열린 규제로…연간 1.9억톤 쓰레기 재활용 문 넓힌다>

폐지, 고철, 폐유리 등의 폐기물은 유해성이 적은데도 지금까지 까다로운 폐기물관리 규제를 받아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폐기물 규제를 면제받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신청 및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인해 재활용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폐지, 고철, 폐유리 등을 이용해 새활용(업사이클) 하려고 해도 법령에서 정한 유형으로만 재활용하도록 하는 닫힌(positive) 방식 규제로 인해 신기술 적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해성이 적고 재활용이 잘 되는 품목은 순환자원으로 쉽게 인정받아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되도록 개선한다.

또한 폐기물 규제특례제도(규제샌드박스: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서비스에 대해 일정조건 하에서 현행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 도입, 재활용환경성 평가 활성화 등을 통해 재활용 가능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열린(negative) 규제로 전환한다.

이러한 규제개선으로 연 2114억 원의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재활용이 확대돼 연 2000억 원 이상의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획일적 규제에서 차등적 규제로…위험도 따라 화학물질 규제 수준 달리해 현장 이행력 강화>

정부는 2015년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을 통해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사전에 확인해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저위험 물질(저농도 납 등)을 취급하는 시설까지 고위험 물질(고농도 황산 등)을 취급하는 시설과 똑같은 330여개의 규제가 적용돼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향후 등록해야 하는 화학물질 종류는 계속 많아지는데,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화학규제가 현장에서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안전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으로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유·위해성에 따라 취급시설 기준, 영업허가 등의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화학사고 위험이 크며 인체 접촉 시 바로 위험할 수 있는 급성독성 물질(고농도 황산 등)은 취급·보관 시 안전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사고위험은 낮지만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 인체에 영향을 주는 만성독성 물질(저농도 납 등)은 사고위험보다는 인체 노출 저감에 집중해 관리할 계획이다.

한편 업계,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화학안전정책포럼’을 통해 등록기준 및 정보사각지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도 착수한다.

화학물질 정보 등록에 치중해 제도가 운영되면서 실제 현장의 안전관리 역량은 충분히 강화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화학물질 제도 도입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같은 화학물질 제도개선으로 화학물질 규제의 이행력을 높여 국민 안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령형 규제에서 소통형 규제로…
과학기술·데이터 활용으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줄이고 투명성은 강화>

그간 개선 요구가 컸던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소통형 규제로 개선한다. 1980년에 도입된 환경영향평가는 그간 국토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과학기술의 발전 등 시대 변화에 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는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모두 평가를 받도록 기계적으로 규정돼 있어 평가 건수가 많고 조사의 항목과 범위도 매우 광범위해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됨에도 오히려 부실화·형식화되고 있다.

한편 평가 과정에서 협의기관과 소통이 안 돼 주민과 사업자가 진행상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평가’라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크리닝(screening)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사전에 검토해 평가 여부를 판단하도록 개선한다.

또한 사업자와 협의기관이 함께 수 십 년간 누적된 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조사의 범위·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함으로써 사업자가 필수적인 조사에 집중할 수 있게 개선할 계획이다.

한편 모바일 앱을 통해 평가 진행상황을 지역주민과 사업자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해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인다.

이러한 제도개선으로 환경영향이 우려되는 사업과 핵심 조사 항목·범위에 평가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평가가 내실화되고, 중복적 조사에 소요되던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환경부는 현장 소통 과정에서 제기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유사·중복규제를 일원화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합리화하는 한편, 모호한 규정은 명확하게 정비하기로 했다.

예컨대,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에 대해 ‘화학물질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중복 적용하던 것을 일부 화학안전 규정을 보완해 ‘폐기물관리법’으로 일원화한다.

환경부는 향후 규제혁신 추진과정에서도 전문가 포럼,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세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녹색사회 전환을 선도하는 규제로…
탄소중립·순환경제 구현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우선 혁신>

탄소중립·순환경제 등 핵심 환경정책 목표와 직결된 규제는 우선 혁신하고 필요한 지원도 병행해 녹색사회 전환을 선도한다.

▷탄소중립 전환 : 배출권거래제 개선,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활성화

온실가스 감축활동 촉진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정비한다. 신설·합병기업에 불리한 온실가스 배출권 추가할당 조건을 합리화하고, 해외 감축실적의 국내실적 전환 절차도 간소화한다.

포집 이산화탄소에 대한 폐기물 규제 면제 및 재활용 유형 신설 등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도 활성화한다.

▷순환경제 구현 : 열분해유·바이오가스 이용 확대, 폐배터리 재활용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해 내고 추출된 열분해유가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naphtha)를 제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재활용 유형과 기준을 개선한다.

가축분뇨・음식물 폐기물 등에서 나온 바이오가스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직거래 공급량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재활용을 활성화한다.

▷녹색산업 육성 : 환경인증 부담 완화, 중소기업 규제준수 지원 등

단순히 색상, 디자인 등만 다른 제품은 하나의 제품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개선한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업종별 환경규제 세부사항을 손쉽게 확인해서 이행할 수 있도록 환경안전통합관리시스템도 시범 구축한다.

녹색혁신 기술·제품의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계하고,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등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과거에 추진됐던 환경규제 혁신은 환경개선에 대한 국민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에 치중하다보니 사회적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면서, “새 정부 환경부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바라는 환경규제 혁신으로 국민이 안전하고 더 나은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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