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에너지 안보 수단으로 재인식 움직임 확산

‘원전 해외 수출’ 신정부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

원전 수출 활성화 세미나 개최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가에너지 안보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원전의 이용이 확대되거나 신규원전 도입을 추진한다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신정부에서는 전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달리 원전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진행 중이다. 또한 그동안 어려움을 겪고 무너진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국가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원전 해외수출을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범정부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원전 수출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은 과정마다 많은 장애물과 리스크에 직면하는 등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험난하다.

또한 2022년 7월 현재 WNA에 의하면 15년 이내 운영 가능한 신규원전 수는 89기, 장기적으로는 340기 정도 되나 단기적으로 수주 가능한 기수는 가변적이다. 따라서 원전 수출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과제를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만 정부 정책이 달성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8월 22일 양금희 국회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세계 원전 시장 현황과 원전 수출 활성화 방안’ 세미나가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의 실에서 개최돼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 양금희 국회의원
▲ 양금희 국회의원

양금희 국회의원은 개회사에서 “원전 수출은 기술력과 경제성 외에도 정치·외교적 변수가 작용하는 종합 예술과 같다. 원전 수주전은 국가 대항전으로 금융·외교·문화·교육·군사 등 다방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라고 전했다.

세계 5번째 원전수출국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준공한 이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2008년 186억 불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면서 세계 5번째 원전수출국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모래바람이 거센 열사의 땅 아랍에미리트에 건설된 바라카 1·2호기 제 때에 상업 운전을 개시하며 팀코리아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원전공급망(Supply Chain)을 잘 갖추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설계에서 기기제작, 건설, 연료,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숙련된 기술과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경제성은 UAE 바카라 원전을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on-time on-budget) 완공하면서 국제사회에 우리의 경쟁력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양금희 국회의원은 “최근에는 급격한 기후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원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원전을 에너지 안보 수단으로 재인식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EU Taxonomy에도 원자력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2050년에는 약 800GW의 원전이 가동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지금 가동 중인 400GW의 2배 수준이다. 우리가 건설한 UAE 바라카 원전의 약 280기에 달하는 시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원자력 적극 활용 통한 CO2 저감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EU를 위시한 영국과 프랑스는 전력화 심화에 대응해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독일조차도 러시아발 위기 타개를 위해 원전 수명 연장 가능성을 타진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양의석 부원장은 또 “원전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와 원전 신기술 개발·적용과 관련한 세계 각국의 경쟁과 협력 구도가 매우 유기적으로 모색되고 있기도 하다”면서 “이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원전 정책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해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경쟁력 우위를 지속해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적정 전원구성 연구와 더불어 원전의 경제성 및 수용성 제고 방안에 대한 지속해서 고찰하는 한편, 원전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여건 구축에 주력해왔다.

▲ 권성동 국회의원
▲ 권성동 국회의원

권성동 국회의원(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인류의 생존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이 시대적 과제가 된 만큼, 원자력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원자력 시장 동향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주현 연구위원(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팀)은 ‘세계 원 전 시장 동향 및 수출관점에서의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조주현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 세계 33개 국가에서 438기의 원자로(393GW, 2022년 8월 기준)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이 가장 많은 상업 원전을 운영(93기) 중이며 프랑스,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순이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평균 가동년수는 약 31년이며, 체르노빌 사고 이전 원전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원전발전량은 2008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10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급감하였고, 이후 반등 중이다. 그리고 계속운전을 통한 장기운전(40년 이상)이 점차 증가 중이다.

세계 원전 건설 현황은 17개 국가에서 52기(약 54GW)가 건설 중이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16기가 건설 중이며 이어 인도 6기, 한국 4기, 러시아 4기, 터키 3기 순이다. 신규건설 원전의 경우, 건설 기간(공시)과 이로 인한 비용증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준공된 원전(2021년 계통연결)은 대부분은 건설 기간이 5년을 초과하고 있고, 단가 및 공기 또한 유럽과 북미의 경우 2∼3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발표/진행 중인 원전 건설계획에 의하면 체코는 Dukovany 원전 입찰이 진행 중이고, 폴란드(2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완료)는 연말 입찰 착수 계획이다.

인도는 지난 4월 PHWR 10기 건설계획을 발표했고, 영국은 최대 8기의 신규원전 건설계획 발표 및 원전에 대한 RAB 적용을 위한 근거법을 마련했다. 아르헨티나는 중국 CGN과 신규원전 건설 계약을 맺었고,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1월 Westinghouse와 Khmelnytskyi 3호기 AP 적용 및 4호기 신규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최소 8기, 최대 14기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 조주현 연구위원(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팀)
▲ 조주현 연구위원(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팀)

원전 수출 경쟁국 동향-미국

조주현 연구위원은 주요 원전 수출 경쟁국들의 동향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전 운영국(92기, 94.7GW)이며, 이중 상당수가 계속운전 중이다. Vogtle 34호기를 건설 중이며, 각각 2023년 하반기와 2024년 중반에 상업 운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41기(19.2GW)의 원자로가 영구정지 되었으며, 24기(17.5GW)에 대해서는 해체가 진행 중이다. 또한 자국 내 원자력 역량 강화와 이를 활용한 수출대상국과 원자력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대형원전 계속운전을 지원하고, SMR(소형모듈형원자로) 및 수소생산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그리고 자국의 원자력 역량을 바탕으로 정부 간 협력 등을 활용한 대형원전 및 SMR 시장 선점에 노력하고 있다.

상업 운전 계속 지원, SMR 개발 실증 가속화, 수소생산 실증 등 전방위적인 지원정책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국 원전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2020년)과 Infra법(2021년) 등을 통한 정책화 지원 ▷가동 중 상업 원전의 조기폐쇄 방지를 위한 재정지원 정책(Civil Nuclear Credit, CNC) ▷미래형 원전개발 지원 및 실증에 투자 ▷대형 상업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 실증 지원 ▷자국 연료산업 보호를 위한 러시아산 우라늄 쿼터 유지 및 비축 추진 등이다. 민간을 중심으로 한 대형원전 및 SMR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 간 협력 등을 활용한 미국 주도의 핵 비확산 강화 및 시장 선점에도 노력 중이다.

원전 수출 경쟁국 동향-프랑스

프랑스는 대표적인 원전 운영국으로 총 56기(61.4GW)를 운영 중이다. 원전 발전 비중은 69%(2021년), 2000년 이후에는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직후 원전 비중 감축을 선언했으나, 최근 확대로 방향을 수정했다.

실제로 원전발전량 비중을 50%까지 감축하는 것을 추진했다가 계속운전 추진 및 신규원전 건설(6기)로 수정했다. 또 체코, 폴란드 신규원전 수주를 위한 활동 중이다. 반면 건설 중인 신규원전의 공기 지연 및 비용증가, EDF 재정 악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핀란드·영국·프랑스에 자국이 개발한 ERP 노형을 적용해 건설 중이며, ARENH(고정계약판매제도)로 인한 재정 악화로 대정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엔 2050년까지 6기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원전운영사 EDF가 재정 상황 악화와 이로 인한 국유화를 추진 중이다.

 
 

원전 수출 경쟁국 동향-러시아

러시아는 자국 내 원전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탄소 중립 달성과 1970년대 건설된 노후원전 대체를 위해 2035년까지 신규 원자로 15기로 대체 건설할 계획이다. 로사톰은 부유식 원전(RITM-200)을 활용한 러시아 극동북극 지역에 전력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신규건설은 벨라루스, 방글라데시, 벨라투스, 인도, 중국, 터키, 이집트에 건설 중이며, 대부분 건설비용의 85∼90%를 러시아에서 차관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일부 연료 판매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와 신규원전을 추진 중인 이집트, 헝가리는 협력을 지속할 의지를 보인다.

원전 수출 경쟁국 동향-중국

중국은 국내 개발 원전을 활용한 자국 원전 확대 및 해외 진출을 노력하고 있다. 현재 55기(52GW)를 운영 중이며, 17기(약 17GW)가 건설 중이다. 발전 비중은 2021년 기준 약 5%이며,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또한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과의 협력으로 자국 원전기술을 확보한 후 Huaglong One 개발 및 자국에 건설 중이다.

독자개발 SMR인 CAP-100을 하이난섬에 건설 중이다. 향후 중국 국내에 70GW를 추가 건설할 목표를 갖고 있고, 파키스탄 KANUPP 원전에 2기 건설 경험으로 영국에서도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원전 수출 시사점

조주현 연구위원은 원 전 시장 진출에 대한 시사점과 관련해선 ▷탄소 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자력을 포함한 다양한 자원의 조화로운 활용의 필요성 증대 ▷우리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협력방안과 역량 제고 필요 ▷미국의 SMR 관련 보여주고 있는 선제적 국제협력의 시사점 등을 꼽았다.

세부적으로 EU taxonomy에서 3세대/4세대 원전기술을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으로 조건부 인증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으로 전력 가격이 상승했으며, 잠재적으로 원전 수요 증가가 예상되나, 그 형태는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원전 건설은 장기간 대규모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며, 우리나라의 UAE 원전 적기 준공이 결코 작은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
▲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

미국과의 협력방안 모색해야!

토론자로 나선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력이 어쨌든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이 어떠한 형태의 협력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정범진 교수의 입장은 첫째, UAE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을 해주고 운영권을 빼앗기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운영시스템이 좋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인식시켜야 한다.

둘째, 후진국이 아니라 선진국형 규제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에서 사업 경험이 없다. 노동법,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법안을 충족하다가 보면 UAE와는 다른 건설 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인력이 부족하다. 공기업 구조조정 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가 보면 돈 벌어오는 공기업도 같이 적용된다. 원전 수출 기업에 적용배제가 필요하다. 넷째, 원자력계의 사기가 떨어졌다. MZ세대의 영향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본사 근무를 기피하고 승진도 기피하고 워라벨을 추구한다. 이들을 비판하기보다는 이들이 승진도 하고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와 성과보상의 체계가 붕괴한 것이다. 따라서 원전 수출에 나서는 인력에 대한 보상체계도 필요하다.

▲ 노백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 객원연구위원
▲ 노백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 객원연구위원

노백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 객원연구위원은 토론을 통해 “한국 원전사업의 역량은 국내와 UAE 원전사업을 통해 적기 건설능력과 경제성 측면 등에서 경쟁사 대비 다소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평가는 국내원전 산업이 순조로울 때 건설, 설계, 기자재, 운영 및 정비 등 공급망과 기술인력의 확보 유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대륙별 국가별 원전 신규건설 시 요구하는 기술 요건과 규정 등이 우리와 상이한 부분도 있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미흡한 부분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사전 대응이 부족하면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또한 기술 상업적 역량이 있다고 해서 원전 수주에 절대적 우위에 있다거나 부분적인 노력으로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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