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 부실 확인

“투명하게 자료 공개하고, 중대사고 제대로 반영 평가해야”

환경단체, 고리2호기 수명연장 대응 기자회견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는 지난 8원 1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람과정에 있는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검토한 결과 중대사고 영향평가, 고준위핵폐기물 대책 및 안전성 등에서 내용이 부재하거나 부실한 평가서가 제출되었음을 확인했다”며 “부실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중단하고 폐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부산과 울산 자치단체들은 시민들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이해와 의견수렴이 될 수 있도록 민간검증단 설치 등 대책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리2호기 수명연장 대응-2차 전문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절차적 문제-형식적인 주민의견수렴 절차 반복

이날 전문가 기자회견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변영철 법무법인 민심 대표는 “형식적인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반복하고 있다”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제1항은 ‘발전용원자료 및 관계시설의 설계수명시간이 만료된 후에 그 시설을 계속해 운전하기 위하여...변경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위원회가 정하는 범위의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9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처분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허가 처분이 두 가지 측면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실(원안위 위원의 자격 문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문제)이 있다.

헌데 이 중에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대한 절차적 위법이 반복되고 있다. 2016년 6월 개정 시행된 원자력안전법에서 ‘사고관리’ 개념에 ‘중대사고’에 대한 관리를 포함하도록 규정했고,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이에 대한 기재가 누락하고 있는 위법성을 지적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도 동일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1항이 규정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주민이 원자로운전의 적법성에 대한 전문적 견해를 제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결국 주민들이 지정하는 원자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애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전혀 배제하고 형식적·요식적으로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결과 이해를 위한 설명이나 값 제시 없어

변영철 대표는 “그동안 원전 건설과 수명연장 등을 추진하면서 공청회 등을 개최한 바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주민의견 수렴이 법적으로 위무사항이 되고, 중대사고에 대한 영향평가 등을 반영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로는 처음이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도 정부도 이를 제대로 적용하고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평가서 자체가 시민들이 보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불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에서 보장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평가서라면 최소한의 이해를 시키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의견 수렴이 의무화되지 않던 시절의 평가서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서술과 공람 방식이 답습되고 있다.

정작 이러한 평가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설명이나 값들은 제시도 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주민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회 한번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제출된 신고리5·6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주민의견 수렴 결과를 봐도 형식적인 의견수렴이었음을 알 수 있다. 40일간의 공람기간 중 일반주민들 중에서 의견서를 제출한 사람은 없었다.

특히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의 지자체인 울산시, 울주군, 기장군은 아무런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람이 끝나고 진행되는 공청회 등에 참여한 단체나 주민들의 의견 제시가 있었지만, 이 역시 99%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현재 주민의견 수렴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라는 문서에 서술된 기술적인 내용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의견이라고 배제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평가서 자체가 지극히 협소하게 서술되고 필요한 내용조차 담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의견 수렴 내용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내용 포함 여부를 떠나 연관된 질문은 제대로 된 답변과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

변 대표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내용에 반영해야할 의견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공람자료를 이해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지원이나 정보제공 등이 없는 것에도 기인한다”며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운영과 사고에 따른 영향 평가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사고 평가 부실-대상사고 선정 근거, 자료 공개해야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박사)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최신기술기준 적용 및 중대사고 반영 한계 및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검토 의견을 밝혔다.

통상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원자력안전정책에 부합하게 즉시사망 이나 암사망수로 표현하는 것이 맞지만 이의 완곡한 표현으로 주민 피폭 량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한수원 보고서에서는 일반 사고의 경우 원전 경계와 주민거주지역의 선량을 표기하였으나 중대사고의 경우 경계의 선량만 표기해 사고의 영향이 더 큰 사고에 대한 주민환경영향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병섭 소장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다루지 못하는 방사선의 영향을 보여줘야 함에도 중대사고가 추가되었는데도 이전의 결과만 제시하는 것으로 규제기관이 제시하지 않은 규제지침을 보고서 검토과정에서 보완하고 덮고 가려는 의도로 판단되며, 국가 행정 절차로서의 원자력안전 의지의 허술함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자회견 성명서는 “투명하게 자료 공개하고, 중대사고를 제대로 반영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는 중대사고 선량평가 대상 사고는 공학적 판단과 확률론적안전성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서술했다. 그리고 확률론적안전성평가 결과를 참조하여 5개 대상 사고에 결정론적 관점에서 대형배관파단 냉각재상실사고(LLOCA), 급수완전상실사고(LOFW)를 추가해 7개 선량평가 대형사고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률론적안전성평가 결과나, 방사선 영향 관점에서 심각한 사고경위들에 대한 설명이 없다. 사고로 인한 초기사망 리스크, 암 사망 리스크, 노심손상빈도, 대량조기방출빈도 등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

평가서는 또 “중대사고 시에는 원자로건물이 격리되며, 분석대상 모든 시나리오에 대하여 원자로건물을 우회하는 방출경로는 없고, 사고 유형별로 계산된 주민총피폭선량은 자연방사능에 의한 주민총피폭선량보다 작은 값”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기본적인 근거자료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중대사고시에도 자연방사선량보다 작은 피해를 받는다는 결과를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 서명서는 “피해가 적은 중대사고 유형만 선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존위핵폐기물 대책 및 안전성 평가 부재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부실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문제점 및 대응 방안’이란 발제를 통해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대책과 안전성 평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재훈 국장에 따르면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시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의 발생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고리 원전 내 저장의 포화시점도 당겨질 것이다. 이미 고리2호기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포화되어 다른 호기로 고준위핵폐기물을 이동해 저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수명연장이 진행되면 2고리원전 본부의 고준위핵폐기물 포화시점인 2031년도 앞당겨 져, 고리2호기 수명연장 기간 내에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건설 또는 부지 외 중간저장시설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인출된 후 영구저장시설이나 재처리시설로의 이송을 위하여 이송용기에 넣어질 때까지 수정에서 취급한다’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와 관련된 설명이 없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포화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평가 어디에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포화로 인해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 이송할 것인지에 대한 서술은 없다. 당연히 이로 인한 안전성평가, 영향평가 등에 대한 서술도 없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시 설비개선 사항으로 사고 시에 안전에 더 취약한 사용후핵연료 조밀랙 설치(예산 157억 원)가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사고 위험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포화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또 그로 인한 환경영향은 어떤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경수로형 임시저장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리부지의 임시저장시설은 아무것도 진전된 바 없다. 이에 대해 건설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적도 없다. 이런 문제를 마치 없는 문제로 취급하거나 수명연장 후에 그 대책을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다수호기 원전사고 누락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후속조치로 50개의 개선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설계기준 초과 자연재해를 고려한 비상대응능력을 확보하고, 다수호기 동시 비상시에도 주민보호를 위한 비상대응기능을 유지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제6절 원자로시설의 사고관리에서는 중대사고에 관한 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부지에 다른 원자로시설이 존재하는 경우 다수기에 관한 사항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는 위와 같은 다수호기 사고 고려가 없다.

다수호기 운영 시 선량평가에는 사고와는 상관없이 정상적인 가동과정에서 액체, 기체 폐기물 배출로 인한 선량평가만 고려했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이나 다수호기 운영으로 인한 사고에 대비한 주민보호를 위한 영향평가나 위기대응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고리원전 부지 내에 고리1·2·3·4호기, 신고리1·2호기 등 6기가 있고, 바로 옆 신고리 단지에 4기의 원전이 있다. 안재훈 국장은 “고리원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다수기가 밀집하고 주변의 인구밀집이 높은 단지라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평가”라고 지적했다.

“시민의 안전 위협하는 행위”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또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실, 축소, 불친절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안전을 위협하는 부실, 축소, 불친절 공람을 중단하라”는 환경운동연합 측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그는 나아가 “중대사고, 다수호기사고, 고준위핵폐기물 대책을 반영하지 않은 평가는 그 자체로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허울뿐인 평가에 불가하다”며 “이는 명백히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법으로 정해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도 부실한 내용으로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들을 공개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공람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포화 상태에 달한 고준위핵폐기물의 관리와 안전에 대한 평가는 이번에도 빠져있다. 안전성 평가, 고준위핵폐기물 대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제성평가서는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고, 수명연장이 경제적이라는 결론만 말하고 있다.

고리2호기는 국내 원전 중 현재 가동기간이 40년으로 가장 오래된 원전이며, 처음으로 50년 가동을 위한 수명연장 추진 대상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다가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졸속적으로 주기적안전성평가를 제출하고, 안전성 평가가 되기도 전에 정부는 수명연장을 기정사실로 한 에너지정책을 발표했다.

고리2호기 주변 부산과 울산 등은 인구와 산업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철저한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제대로 된 영향평가는 기본이다.

<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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