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야당·환경단체 반대

가동원전 수명연장 안전성 ‘문제’
원전 사고, 인류 안전 심각하게 위협

 
 

친원전 정책 반발 움직임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반발하는 야당과 환경단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활성화 정책을 우려하는 내용의 국회 세미나를 개최했고, 녹색연합은 친원전 정책기조를 비판하는 논평까지 냈다.

환경부는 지난 7월 18일 올해 핵심추진 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과학적이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핵심과제에 원전을 반영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수정, 원전의 녹색분류 추진 등의 내용을 보고했다.

환경부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녹색투자를 유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환경부는 개발 부처 2중대라는 과거의 오염을 되찾으려 하느냐”는 비판 논평을 냈다. 아울러 “환경부 업무보고는 국민의 생존과 건강, 안녕을 위협하는 원전 산업에 초점을 맞춘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서 “환경부가 아닌 산업부의 업무보고 내용이 아닐까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라고 밝혔다.

야당 측의 반대 입장도 상당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지난 7월 22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국회 세미나에서 세계 원전 시장의 동향과 국내 원전의 안전을 문제 삼았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최근 EU가 EU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지만, 사고저항성핵연료의 사용, 2050년 고준위방폐장 운영계획 제시, 최적가용기술의 적용 등 엄격한 전제 조건들을 고려할 때 원전이 실제 그린 투자 대상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또한 “EU는 최근 전력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REPower EU’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 대책에서 원전의 역할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U 택소노미의 배경

EU 택소노미 본법은 ‘그린워싱’을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녹색기업 활동(산림, 에너지, 수송, 건물, 제조업)의 측정수단이자 민간투자 지침으로 제정됐다.

그리고 ▷EU가 제시한 6대 환경목표(기후변화 저감/적응), 수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 및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 및 제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 및 복원) 중 하나에 충분히 기여할 것 ▷하나의 환경목표 달성 과정에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위해를 미치지 않을 것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준수할 것(DNSH, Do No Significant Harm) ▷기술선별기준(TSC, Technical Screening Criteria)을 충족할 것을 주요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

또한 EU집행위원회는 원전의 포함 여부와 관련해 자문기관 중 하나의 합동연구센터(JRC)에 원전의 DNSH, TSC 충족 여부를 자문 의뢰한 결과, JRC는 충족한다는 검토(안)을 제출했지만 다른 자문그룹들은 ▷원전사고 영향평가범위의 협소함 ▷수자원 및 해양자원에 대한 위해 ▷고준위방폐물 처분문제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EU집행위는 2021년 말 원전, 가스 발전 포함 보완법안을 공포했으나, 논란이 된 과학적 검토의 한계를 명시하며, 사고저항성 핵연료, 2050년 고준위방폐장 확보 세부계획, 최신기술 기준 적용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EU 5개 원내교섭단체는 EU의회 경제 및 환경상임위의 합동회의에서 보완법안 반대의결안을 제출, 표결에서 승리했다.

▲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반대결의안, 찬반 투표 승리하고도 기각

하지만 원전, 가스를 포함하는 EU택소노미 보완법안 반대결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찬성 278표로 기각됐다(과반 325표 필요). 표결 직전 우크라이나 에너지부장관의 “전후 재건에 가스, 원전이 필요하다”며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한 공개서한이 주효했다.

중도우파 EPP(최대의석)가 경제·환경상임위의 표결에서와 달리, 본회의에서 반대결의안에 대해 반대(찬성 37 vs 반대 114)한 것도 주효했다. 석탄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총 705석 중 220여석)의 탈석탄 지원 명분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오스트리아 등은 원전이 포함된 EU택소노미 보완법안이 발효(2023년 1월)될 경우 무효소송을 낼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EU기능조약(TFEU) 제263조에 따라 유럽 기관들과 규제가 합당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그 유효성을 심사한다.

K-택소노미의 문제

석광훈 전문위원은 정부의 K-택소노미의 원전포함과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환경부는 EU택소노미 조건인 사고저항성 핵원료 및 2050 핵폐기장 운영계획에 대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석광훈 전문위원은 “K-택소노미는 민간투자용 지침이라는 측면에서 100% 정부기관의 투자에 의해 진행되어온 국내외 원전사업에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원전(ARP-1400)은 택소노미 이전 유럽원자력공동체 조약(EURATOM Treaty)의 2009년 규제(코어캐처, 항공기 충돌대책)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세대 이전의 원전)”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K-택소노미는 동유럽 원전 수출에도 무위미한 국내 홍보용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 사실상 탈원전 폐기 선언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과 관련해 가동원전의 수명연장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월 5일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친원전 정책을 공식화함과 동시에 사실상 탈원전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업계를 전쟁터에 비유하며 전시에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전 세계는 이미 안전에 소홀했던 대가를 경험했다.

원전은 오랜 기간 기저 전원으로 사용되며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크고 작은 원전 사고로 인해 인류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방사능 오염 등의 피해는 여전히 전행 중이다. 게다가 유여곡절 끝에 EU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지만 모든 원자력 활동을 녹색기술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건설 및 사고저항성 핵원료(ATF) 이용 등 엄격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영구처리 시설 부지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원전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현 정부의 행태야 말로 전시 상황과 다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제대로 된 안전대응책 없다” 비판

세계적으로도 원전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건설 중인 신규원전 2기를 매몰 비용이 5조 원에 이름에도 중도 포기한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후속 안전대책 비용으로 5조 7000억 엔을 책정했다.

원전 1기당 평균 2000억 엔에 이르는 비용이다. 이와 같이 원전 안전을 비해 전 세계는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이와 관련,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가동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윤 대표는 “1983년 이래 40년을 운전해온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 결정 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지만, 현재 최신기술 기준을 적용한 합치화(Compliance) 평가 보고서가 없고, 다수호기 문제, 산불로 인한 송전선로 훼손, 항공기 추락 가능성 등을 고려한 제대로 된 안전 대응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원전 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원전 사고 시 원전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행위에 있어 불리한 점은 숨기려는 사업자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국민 재산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보이지 않는다.

대량 수명연장에 대한 명확한 규제입장 제시도,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도, 존재감도 전혀 없이 사업자에게 끌려만 가는 나약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나아가 “중대사고 처벌 강화, 무한배상 전환, 소통 강화, 소급적용, 사고저항성 핵원료, 영구처분장 등 개정 입법에 의한 안전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조원상 기자>

 

 

 

 

저작권자 © 참좋은환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