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섭 / 아동문학가
최주섭 / 아동문학가

유령의 집에서 생긴 일

어린이날은 놀이공원의 입장이 어린이들에겐 무료다. 어린이들이 놀이공원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동네 친구 셋이 먼저 가고 싶은 곳이 달랐다.

어디부터 가지?”

가위 바위 보로 이긴 사람이 갈 곳을 정하는 거야.”

모험심이 강하고 담력이 있는 칠구가 가위를 내어 이겼다

유령의 집으로 가보자.”

유령의 집 내부는 어둠이 가득했다.

깜깜해서 보이지 않아.”

칠구가 앞장섰다.

내 손을 꼭 잡아.”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유령이다!”

셋 앞에 나타난 것은 덩치는 코끼리요, 얼굴은 뿔 달린 도깨비요, 두 손은 곰 발바닥 같은 유령이었다. 셋은 바짝 긴장했다. 유령이 그들의 핸드폰을 압수하고 대신 인공지능 안경을 그들에게 건넸다.

너희들이 지구에 흘린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칠구가 낄낄 웃었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유령이 큰 문을 가리켰다.

들어가는 문을 너희가 선택할 수 있다. 그 문엔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

문 앞은 궁전 입구처럼 화려했다. 셋은 가위 바위 보로 들어갈 사람을 정했다. 혜미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작은 유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 예쁜 아기 숙녀군.”

그곳에는 혜미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것으로 가득했다. 작은 유령이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이 네가 태어나서부터 작년까지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들이다.”

고장 난 장난감이나 헌 인형 같은 것들은 제가 버린 것이 맞지만, 나머지 것들은 제가 버린 기억이 없어요.”

저 크레용 곽을 열어봐라.”

혜미가 곽을 활짝 열었다. 24색 크레용 중 반 이상이 사용하지 않은 크레용이었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색 크레용만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머지는 써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어.”

다음 칸에는 장난감과 인형이 가득했다.

내가 봐도 너무 많네요.”

너는 고장 난 것도 아닌데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싫증이 났어요.”

옆집 아이들과 서로 바꾸어도 좋았을 텐데.”

작은 유령이 메모지와 볼펜을 내밀었다.

너의 행동이나 습관에 후회되는 것이 있을 거다. 앞으로 살면서 네가 지킬 약속을 메모지에 적어라.”

칠구와 선규는 유령을 따라갔다. 구수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 칠구가 외쳤다.

이곳엔 내가 들어갈게. 배가 고픈걸.”

칠구가 두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유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누군가가 먹다 만 것들로 가득했다.

먼저 들어 온 손님들이 먹었나 봐요?”

네가 그동안 집에서나 학교 식당에서 남긴 것들을 모아두었다.”

맛이 없거나, 배가 불러서 버렸을 거예요.”

음식의 재료들인 채소와 물고기와 가축들은 농어민들이 정성껏 키운 것들이다. 식품공장에서는 이들을 맛있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보낸 것들이지.”

엄마가 시장에 가서 샀어요.”

그들의 수고를 알면 감사히 먹던지,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어야지 않니? 세상에는 하루에 한 끼만을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죄송해요.”

이것들을 어떻게 할래?”

글쎄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보내지는지 아느냐?”

몰라요. 트럭에 싣고 가던데요.”

큰 유령은 선규와 함께 마지막 문 앞에 도착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거라.”

그곳에는 사람들이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꽃향기가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축하밴드가 연주하고 있었다. 작은 유령이 선규를 반가이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모두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분들은 누구세요?”

그동안 너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지.”

선규는 혹시 아는 사람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종이상자를 가득 채운 짐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계시네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덕을 올라갈 때 네가 뒤를 밀어줘서 힘이 덜 들었었지.”

합창단원들과 함께 간 양로원의 할머니도 웃고 있었다. 선규가 머리를 숙였다.

세 친구가 유령의 집 출구로 나올 때 큰 유령이 기다렸다.

인공지능 안경은 모두 벗어라. 스마트 폰은 돌려주마. 이곳에서 본 것들은 비밀이다.”

놀이공원은 조용했다. 놀이공원 보안관이 다가왔다.

너희들은 어디에 있었니? 집에서 연락이 왔었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거야. 경비대원들이 놀이공원 곳곳을 찾아 나섰었다.”

셋이 서로를 바라보며 우물쭈물했다. 며칠 후 세 친구 엄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혜미가 놀이공원에 다녀온 후부터 행동이 달라졌어요, 학용품을 아껴 쓰고,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인형은 이웃 동생들에게 물려주자고 졸랐어요.”

칠구는 좋은 것만 먹고 혹시 싫어하는 음식은 손도 안 댔었어요. 지금은 음식을 골고루 먹으려고 하고요. 엄마가 해준 요리라며 맛있게 먹었어요.”

선규는 합창 연습을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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