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친환경 선두를 책임지다

 
 
환경 친화적 자원순환에 종이를 담다
“친환경 신제품 소비자 외면 아쉬워”

국내 굴지의 제지 업체인 대한제지의 대표 제품은 신문종이와 재생인쇄용지이다. 현재 국내 신문용지 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조선일보·매일경제·한겨레·경향신문 등 국내 일간신문사에 납품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은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백상지 및 아트지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재생용지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재 GR마크와 친환경인증을 받은 중질지, GR복사지, 교과서용지, E-Plus, GR-Coat, Eco-LWC, 감열원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 지난해 국회환경포럼에 참석,재생복사지의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조한제 상무
    ▲ 지난해 국회환경포럼에 참석,재생복사지의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조한제 상무
대한제지 조한제 상무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제품 중 국정교과서 용지를 제외하고 전량 재활용 용지”라며 “대한제지는 폐지를 활용한 제품을 생산·소비 후 다시 주원료가 되고, 이 원료는 새로운 종이 제품으로 생산되는 친환경 자원순환 과정 안에서 종이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한다.

대한제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재생종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현재 기존 화학 펄프제품과 경쟁 중이다. 이것이 소비자의 재생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물론 재활용제품 활성화에서도 기여하고 있다는 호평도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 재활용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과도 맞물려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물론 다수의 기업들도 친환경이 대세임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재생종이로 대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요구에 따라 친환경제품이라는 것을 홍보하며 다수의 기업에서 재생용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단순히 판매 정책의 하위 범주에서 재활용 용지가 부각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게 조한제 상무의 설명이다.

반면 대한제지는 1959년 창립 이래 현재까지 종이 재활용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국산고지 Recycling산업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조한제 상무는 “수익의 대부분을 탈묵설비에 재투자함으로써 재생지 연구와 친환경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종이에 대한 저평가 개선 시급

재생종이 시장 비율은 지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 신문용지는 신문용지사 모두 재생펄프를 사용 중이다. 재활용 인쇄용지 시장의 지종별 비율은 대략 코트지 100%, LWC 100%, GR복사지 90%, 중질지 50%, 백상지 38% 등이다.

대한제지는 현재 유일하게 나무펄프와 경쟁할 수 있는 인쇄용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 100% 재생지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종이 생산에 있어 아직까지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게 현실이다.

▲ 일본 인쇄업계를 방문, 시찰하고 있는 조한제 상무
▲ 일본 인쇄업계를 방문, 시찰하고 있는 조한제 상무
조 상무는 “최선을 다해 생산한 제품을 평가함에 있어 이상과 현실의 차가 크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전한다. 사실 시장에서는 태생적인 출발점이 다름에도 재생종이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입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또한 단지 재생종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무조건 낮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며, 입찰 시 되레 재생용지라고 제외되는 상황을 겪을 때도 허다하다. “특히 외부의 약한 인지도보다 아직 업계 내 종사자도 재생용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고, 아직 저희가 풀어야 할 과제일 듯하다”라고 조 상무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제지는 폐지를 재활용한 제품을 넘어 현재 사용 중인 나무펄프 제품의 만족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결과 폐지 재활용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의 만족을 낮추지 않고 불가능한 목표에 다가가고자 하는 점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이에 대한 성취감을 발판으로 계속 재활용 종이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게 대한제지 측의 입장이다.

▲ 조한제 상무는 2012년 11월 14일 신기술 실용화 보급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 조한제 상무는 2012년 11월 14일 신기술 실용화 보급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초 100% 폐지 Eco-LWC 개발 호평

대한제지는 최근 세계 최초로 재생감열원지와 100% 폐지로 만든 Eco-LWC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종이를 생산하는 제지 회사로서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종이쓰레기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언제나 노력해 온 결과물이다.

일회성이 많은 사무용지(복사지), 전단지를 개발해 버려지는 폐지를 줄이고 자원 순환에 기여하고자 했던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조 상무는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온 제품이 재생감열원지”라고 말한다.

감열지는 대부분 영수증, 번호표 등에 사용되며, 보관성이 다른 종이 제품에 비해 매우 적은 제품이다. 이런 제품일수록 폐지 재활용을 통해 자원 절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조 상무의 설명이다. 감열지는 여러 종이 제품 중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지종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감열지는 종이(Base paper)위에 3~5회의 코팅을 입혀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여러 번의 코팅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지금까지 강한 섬유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나무펄프 제품만이 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 윤리경영지도사 과정을 수료한 조한제 상무(왼쪽)
▲ 윤리경영지도사 과정을 수료한 조한제 상무(왼쪽)
조 상무는 “저희 또한 개발 초기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계속된 연구 개발로 100% 폐지를 재활용해 기존 제품에 대등할 만한 제품을 완성시켰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LWC는 100% 수입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한제지 측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국내 개발에 도전했고, 마침내 100% 국산 폐지를 이용한 재생 LWC 생산에 성공하게 됐다. 업계의 반응도 뜨겁다. 대한제지의 감열원지를 갖고 사용처에 맞는 제품을 양산하는 신도리코와 같은 업체의 경우 대한제지가 업체의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재생감열원지의 품질이 시장에서 뒤떨어지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일반소비자는 실질적으로 감열지에 대한 구매 의도 관계성이 낮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만족도는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생감열지에 대한 일반소비자의 호응도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co-LWC는 품질과 수입지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개발 2년 만에 국내 소비의 30% 정도를 판매하고 있고, 향후 3년 이내에 국내 수요 70%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조 상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폐지를 30% 사용하든 100% 사용하든 친환경마크만 있으면 만족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희는 개발의 목적이 환경을 보호하며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목표를 세우고 제품을 개발한 결과, 100% 고지 재활용 감열원지와 LWC는 세계적으로도 최초라고 파악되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친환경 제품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 KBS 소비자고발에서 방영된 '새하얀 종이, 새까만 진실'에 출연, 재활용 종이의 현실에 대해 밝혔다.
▲ KBS 소비자고발에서 방영된 '새하얀 종이, 새까만 진실'에 출연, 재활용 종이의 현실에 대해 밝혔다.

사실 대한제지의 자랑은 단순히 재생원료 사용과 재생종이 제품 생산이 아닌 전체적인 친환경 공정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회사 전체적으로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해 공장 전체에 자원재활용, 에너지 저감 및 환경오염 최소화의 세부 목표를 설정해 이행 정도를 상시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활쓰레기를 고형연료화한 RDF 보일러를 국내 업계 최초로 설치했고, 소각로를 설치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합성과 슬러지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생산에 이용함으로써 LNG 및 B/C유를 대체했다.

그 결과 화석에너지 사용 비율을 1% 미만으로 낮추는 동시에 연간 60억 원이 넘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그리고 혐기성 폐수처리시설을 도입해 폐수에서 발행하는 메탄가스를 스팀으로 이용하고, 스팀압력의 차이를 활용한 감압터빈 설비로 전기를 생산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구분 힘든 친환경인증 개선해야

                                                                  ▲ 올 2월 19일,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이사로            취임한 조한제 상무(오른쪽)
    ▲ 올 2월 19일,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이사로 취임한 조한제 상무(오른쪽)
제지업은 전체 산업 중 가장 대표적인 사양 산업이다. 다른 업종들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제지업은 매년 약 -5~-10%씩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전형적인 내수중심 산업이었으나 이제는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이 되며, 국제시장에 완전히 노출된 완전 경쟁체제가 됐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수 년 전부터 업계 내 인수 합병 및 폐업이 이어지고 있고, 각자의 특성을 살리고 경쟁력을 갖추고자 무한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 두 가지 과제인 ‘제품 특성화’와 ‘원가경쟁력’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구체화되고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조 상무는 “외부적으로는 친환경정책에 맞는 녹색제품 개발과 인쇄업의 디지털화로 변화되는 인쇄 설비에 맞춘 제품생산 그리고 기술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다.

조 상무는 특히 “종이의 친환경성이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활용될 때 사회 전체적으로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종이는 실생활에 가장 가깝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공산품이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이제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제품의 특성뿐만 아니라, 제품의 생산 공정에도 관심이 집중됐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이는 폐지를 활용한다는 것은 생산 과정의 문제일 뿐 생산된 제품은 일반 나무펄프 제품과 동일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램을 담고 있다.

                                                                  ▲ 대한제지를 대표해 조한제 상무(오른쪽)가            기술표준원으로부터재생 감열지원지            GR인증서를 받았다(2013. 01. 13)
    ▲ 대한제지를 대표해 조한제 상무(오른쪽)가 기술표준원으로부터재생 감열지원지 GR인증서를 받았다(2013. 01. 13)
현재 구분되지 않는 각종 친환경인증으로 소비자들은 많은 혼선을 겪고 있다. 이에 제도를 재정비해, 진실로 환경을 위해 폐지를 재활용해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는 게 조 상무의 가장 큰 바램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폐지를 약간 섞은 제품과 100%(혹은 80%이상) 사용한 제품을 철저한 인증과정을 거쳐 구별하고 알린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친환경제품 구매를 통한 자기 실천을 쉽게 인식하고 다른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며, 기업은 그 목표 안에서 발전하기 위해 연구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폐지 수급은 국가 복지에 큰 몫

폐지의 수급이 국가의 복지 역할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재조명될 필요도 있다.

국내 폐지 수급은 대부분 도시 빈민층에서 시작된다. 폐지 수거를 주 소득원으로 하는 수집인들은 약 60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중 약 87% 정도가 기초생활 비수급자이다. 이러한 폐지 구매 비용은 모두 제지사의 원가에 반영되고, 생산된 제품의 판매 단가에 귀결된다. 이러한 구조를 외면하고 단순히 재활용제품을 저가ㆍ저급 제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조 상무는 “폐지의 재활용, 친환경종이 생산은 단순히 원료만 폐지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원순환과 복지라는 더 큰 구조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책상으로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제안한다.

재생용지 사용이 도시 빈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착한 소비이며 국내형 공정무역이라 할 수 있다. 공정무역은 생산지에서 정상적인 노동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자에게 적정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런 면에서 재생용지도 같은 취지로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재생용지가 나빠서, 비싸서라고 하기보다는 착한 소비에 동참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재생용지 사용이야 말로 도시빈민들을 위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요,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도시빈민이 아니라 도시에서 자원을 캐는 산업역군으로 만드는 것이다.

입사 이후 25년간 영업 담당

                                                                  ▲ 조한제 상무는 환경전문기자협회에서            주최한 '2012 환경 100인'으로 선정됐다
    ▲ 조한제 상무는 환경전문기자협회에서 주최한 '2012 환경 100인'으로 선정됐다
조한제 상무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상경계열 졸업자 대부분이 금융계통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조 상무는 산업에 근간이 되는 제조업에 취업하기를 원했고, 이런 와중에 대한제지에서 채용 공고가 나와 응시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종이는 인류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산업이라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상무는 또한 입사 이후 25년간 영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제품 개발에도 관심이 많아 신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개발에도 직접 참여했고, 제품명도 대부분 작명해 개발된 제품에 대한 애착이 크다.

조 상무는 “친환경 재생용지 개발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둬 신기술이 접목된 재생용지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 표창을 받은 것이 가장 보람 있었고, 아쉬운 점은 자원절약과 친환경적인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소비자의 외면으로 제품이 사장됐을 때 가장 아쉬웠다”고 전한다.

한편 조 상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종이산업이 성장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일해 왔으나 어느 순간 스마트폰, 전자책 등 IT산업의 발달로 사양 산업이 되고 말았고,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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