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친환경제품 비구매 시, 제재 규정 마련 시급”

양승학 대한제지(주) 회장
재생 복사지 국내 최초 개발 NT 마크 획득

대한제지는 반세기 이상 신문용지, 인쇄용지, 재생복사용지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인간과 환경을 위한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제품고급화와 신지종 개발로 국민문화생활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복사용지 시장 중 재생복사용지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한데도,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기술개발로 재생 복사용지의 현주소를 바꾸고 있다. 이는 오로지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대한제지의 양 회장과 모든 임직원의 일념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친환경 시대를 대표하는 선두기업의 수장인 양 회장을 만나 재생복사용지에 대한 진실을 비롯해 친환경 녹색소비 등 여러 고견을 들었다.

                                                      대한제지(주) 양승학 회장.             
    대한제지(주) 양승학 회장.  
최근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최한 환경표지제도 20주년 기념식에서 녹색성장위원장 표창을 수상한 것으로 압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 고지 재활용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한 환경친화적 경영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에 대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재생지 개발과 생산이 자원절감과 환경보호에 기여함과 동시에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보여주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고요. 이번 수상을 통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재생용지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기술들인지 소개해 주세요.

- 저희 회사는 재생 복사지를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하여 시판해 왔고, E-Plus, GR-Coat 등 다양한 고급 재생지를 개발하여 천연펄프로 만든 백상지와 코트지를 대체해 왔습니다. 이런 재생지를 만드는 필수과정이 탈묵인데 조금 세부적으로 본다면 해리-정선-탈묵-표백 과정을 통틀어 탈묵과정(De-inking)이라고 부릅니다. 해리란 고지를 Pupler에서 물로 풀어 곤죽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되고, 정선은 클리너(Cleaner)나 스크린(Screen)으로 이물질을 걸러내는 과정, 탈묵은 플로테이터(Flotater)에서 잉크입자를 거품에 부상시켜 제거하는 작업, 표백은 과산화수소 등의 약품을 이용해 백색도를 높여주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탈묵 설비와 기술은 제지업계에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주원료인 고지를 소비자의 Need에 맞는 품질로 만드는데 어떤 설비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 적합한 약품을 어느 지점에 투입할 것인지, 고지에 함유된 섬유를 탈묵과정에서 어떻게 손실 없이 회수하느냐가 기술력의 관건이지요. 이러한 기술력은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투자나 노력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는 재생지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가지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탈묵설비 투자와 선진 기술 도입을 묵묵히 수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인해 오늘의 저희 회사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재생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한제지가 우리나라에서 재생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라고 하는데 사실인지, 그리고 여타 회사들은 왜 재생 복사용지 생산을 꺼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재생복사지를 최초로 개발하여 시판해 왔습니다.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세계 최초일 수도 있다고도 하더군요. 재생복사지 개발로 NT 마크(신기술 인증서)도 당시에 받았습니다. 저희 회사의 재생복사지 개발 이후로 전주페이퍼, 페이퍼 코리아도 재생복사지를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았으나 품질과 기술력, 그리고 가격경쟁력의 한계로 생산을 포기한 상태이고, 현재는 저희 회사만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 복사지(천연펄프 제품) 시장은 저가의 수입 제품이 장악을 하고 있습니다. 수입산은 현지에서 펄프-제지 일관공정으로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재생 복사지는 고지를 탈묵하는 과정의 비용, 탈묵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수율 하락으로 생산 원가가 생각보다 높은 편입니다. 이에 더해 일반 복사지보다 재생 복사지가 품질면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견도 재생 복사지의 시장 확대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전주페이퍼나 페이퍼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저희 회사는 수익의 관점을 고집하지 않고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일념 하에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요? 지금은 재생 복사지 생산으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손해도 보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와 앞으로는 수익성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복사용지 시장 중 재생 복사용지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저도 간부들을 통해 재생 복사지 점유율이 3% 수준이라는 것을 보고 받고는 놀랐습니다. 이것이 정부 시책의 잘못인지, 소비자의 인식의 잘못인지, 아니면 업계의 노력의 부족이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셋 모두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부는 녹색제품 구매 촉진법 같은 법률을 제정하여 공공기관이 재생 복사지 등의 친환경제품을 우선하여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으나, 현실에서는 서울시마저도 재생복사지는 복사지 구매 입찰에서 자격을 주지 않는 실정입니다. 한마디로 법률은 있으나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친환경제품의 우선 구매를 법제화 했지만, 우선 구매를 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에 대한 규정은 없는 허점이 있어 공공기관에서 친환경제품 구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빨리 보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도 재생 복사지가 비위생적이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저희들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이니까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해 주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가격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 선택해 주기를 바랍니다.
물론 제지업체도 기술 개발 뿐 아니라 대국민 홍보나 정부기관과 소비자단체와의 유기적 관계와 협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구요.

재생용지와 일반용지가 사용함에 있어 질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는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재생 복사용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복사지를 비롯한 종이는 용도에 따른 특성을 가집니다. 복사지의 경우, 백색도, 불투명도, 두께, 평활도, 강직도(stiffness) 등이 복사기나 프린터에서 잼(jam)이나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인쇄성과 보존성을 유지하도록 그에 맞게 생산되어야 합니다. 재생 복사지는 아무래도 고지를 원료로 탈묵을 하다 보니 천연펄프를 사용한 일반 복사지보다 백색도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백색도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백색에 의한 눈부심으로 눈 건강에 해롭고 가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적정한 백색도가 좋습니다. 저희 회사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미색의 재생 복사지를 최근에 개발하여 시판하고 있습니다. 기자님도 학생시절에 미색인 교과서를 사용했을 것입니다. 교과서가 미색인 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재생 복사지의 경우, 백색도는 일반 복사지에 비해 다소 떨어지나 불투명도는 오히려 높아 뒤비침 현상은 없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문제로 지적되었던 잼의 원인인 두께나 강직도도 개선하여 이 부분에서 일반 복사지와 차이가 없으며, 복사기나 프린터의 수명에 끼치는 영향도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의 재생 복사지는 그 동안의 설비 투자와 기술개발로 일반 복사지와 품질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의 하나는 재생 복사지는 고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오해입니다. 일반 복사지는 육안 백색도를 높이기 위해 형광증백제를 사용합니다만, 저희 재생 복사지는 백색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형광증백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용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이런 차이만 보더라도 재생 복사지가 건강에 해롭다는 편견은 편견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제지(주) 본사 전경.
대한제지(주) 본사 전경.
재생 복사용지가 일반 복사용지보다 좀 비싸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이건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재생복사지가 무조건 비싸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수입산 일반 복사지보다 국내산 재생 복사지가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입산은 현지의 펄프-제지 일관생산체계에 의해 생산원가가 낮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부 수입산은 덤핑 형태로 국내에 수입되기 때문에 재생 복사지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합니다. 국내에서 일반 복사지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국제지가 유일합니다. 대표적인 백상지 업체인 한솔제지와 신무림제지는 복사지 생산을 하지 않고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백상지 업체가 자체 생산을 하지 않고 수입하여 국내 판매를 하는 이유는 자체 생산 원가가 비싸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내 백상지 업체가 일반 복사지를 생산하면 저희 회사의 재생 복사지 원가를 상회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방증이 됩니다.
물론 재생 복사지는 탈묵과정에서 소요되는 약품, 폐수와 슬러지를 처리하는 비용, 고지 사용에 따른 수율의 하락 등으로 저가의 고지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또한 탈묵설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와 금융비용도 일반 복사지가 부담하지 않는 원가 요소입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천연펄프를 사용한 일반 복사지보다 생산원가가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는 생산원가도 수입산 일반 복사지와 경쟁할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가시권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시장에서조차 재생 복사용지 사용을 꺼리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무늬만 녹색성장을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업계가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습니까?

- 공공시장에서 재생 복사지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세 가지로 보입니다. 하나는 일반 소비자들과 같이 공공기관에서도 재생 복사지에 대한 품질과 위생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백색에 대한 선호경향으로 인해 상부 보고서 출력에는 일반 복사지 사용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재생 복사지는 폐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리그닌이라는 성분으로 인해 장기 보관시에 황변 현상이 일부 일어나 장기 보존 서류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의 보존성에 대해서는 재생 복사지가 문제가 있다고 저도 인정합니다만, IT 산업의 발전으로 보존서류는 대부분 USB나 하드 디스크, 서버에 저장하는 추세라 종이 서류로의 보관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현재의 복사지 용도는 일회성 출력용으로 장기 보관용으로 사용되는 량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재생용지 사용이 적은 것은 재생 복사지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구매습관의 관성과 친환경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정부의 구호와는 달리 현실은 형식적인 법률만 있을 뿐 철저한 사후관리가 없어 공공기관에서 조차도 녹색제품 구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생용지 업계 일부에선 폐지 배합률을 거짓으로 발표하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실상은 어떠신지, 과연 이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인지.

- 기자님도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폐지를 탈묵하는 설비가 없는 업체가 재생지를 만든다고 한다면 이것을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현실입니다. 탈묵설비가 없는 업체가 고지를 탈묵한 원료(제품)를 타사로부터 구입하여 천연펄프와 섞어 만들어 친환경 재생지로 판매하고 있지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친환경 재생지 규정에 탈묵설비의 구비 규정이 없기 때문인데, 일부 업체에서는 막대한 탈묵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 편법적으로 무늬만 재생지인 제품을 만들어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수년전에 고지를 탈묵하지 않고 천연펄프로만 만들어 재생 교과서라고 생산 판매해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에서 설명한대로 무늬만 재생지인 제품이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합니다. 편법적으로 만드는 재생지는 규정에 정하는 바의 고지 배합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지요.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규정대로 고지 배합을 하는 제지회사는 아마 저희 밖에 없을 것입니다.

폐지를 처리하는 Drum Pulper
폐지를 처리하는 Drum Pulper

폐지 속의 이물질을 걸러주는 Screen
폐지 속의 이물질을 걸러주는 Screen

 

 

 

 

 


                                                                  폐지 속의 이물질을 원심력으로            제거하는 Cleaner
    폐지 속의 이물질을 원심력으로 제거하는 Cleaner

                                                                  잉크잉자를 거품으로 부상시켜            제거하는 Floatator
    잉크잉자를 거품으로 부상시켜 제거하는 Floatator

 

 

 

 

 

 

                                                                  초지기 탈묵된 원료를 지필 형성-탈수 건조-            평활 및 광택하는 설비
    초지기 탈묵된 원료를 지필 형성-탈수 건조- 평활 및 광택하는 설비

한국의 폐지 재활용률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폐지 재활용에 따른 환경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제제연합회의 공식 통계로는 2010년 우리나라의 폐지 회수율이 92.7%로 나옵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들도 60~70% 수준이고 중국은 30%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폐지 회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수준까지 올라온 데는 폐지를 회수하고 유통하는 고지 업체의 노력과 수고가 있었고 쓰레기 종량제 실시로 폐지의 분류 회수가 가능했던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폐지를 회수하여 제지업체에 공급해 주시는 고지업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천연펄프로 만든 종이 1톤과 페지로 만든 종이 1톤의 자원과 에너지 소비, CO2 배출량을 비교해 보면, 천연펄프로 만든 종이 1톤은 목재가 2996kg, 전력은 1만723kw, 물 사용량은 5만2200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60kg인데 반해, 폐지로 만든 종이 1톤은 고지 1120kg, 전력 4194kw, 물 2만500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86kg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폐지 1톤으로 재생지를 만들면 30년생 나무 20그루를 보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폐지의 원활한 재활용을 위해선 우리나라의 폐지분류 관련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 제지업체 입장에서는 폐지가 세분화 되어 수집되어 공급되면 더 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나 효율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대형 고지업체야 야적장이나 창고가 다소 여유가 있어 다양한 폐지를 분류, 보관할 수 있겠지만, 수집의 1차 단계인 고물상이나 중간 유통업체의 경우는 사정이 녹록치가 않습니다. 여러 종류의 폐지를 분류해 보관할 공간도 없을 뿐 아니라 일정 정도 이상의 양이 수거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가 없어 처리, 보관, 유통하는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지업계의 환경과 사정을 고려한다면 더 세분화하여 수거, 유통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폐지분류 제도의 개선보다는 국산 폐지의 수출에 대한 규제가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국산 폐지의 수거량보다 폐지의 사용량이 많아 폐지를 미국, 유럽,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폐지를 수입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국산 고지는 중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수출되는 폐지가 국내 제지업체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면 상관없지만 수출되는 전량은 국내 제지업체가 주원료로 사용하는 것들로 항상 공급 부족을 느끼고 있는 품목들입니다. 일부 수출상에 의한 폐지의 해외 유출로 국산 폐지 수급과 가격의 불안을 겪게 되는데 이것은 제지업체의 입장을 떠나 국가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장터에서 녹색제품을 우선 구매하라는 규정은 있지만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하십니까?

- 먼저 나라장터에 입찰 가능한 녹색제품을 엄격히 해 주어야 합니다. 무늬만 녹색제품이거나 수입품이 국산 녹색제품으로 둔갑한 경우에도 입찰이 가능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력의 부족으로 철저한 관리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조금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이것보다 더 문제는 공공기관이 나라장터에 복사지 입찰 공고를 낼 때에 아예 재생 복사지는 입찰 자격을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녹색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할 공공기관이 입찰에서부터 녹색제품은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은 녹색제품 구매 촉진법이 얼마나 유명무실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죠. 녹색제품 구매 촉진법에서 사후관리 부문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실적을 정기적으로 체크하여 그것을 공공기관의 친환경활동 성적에 반영하고, 구매 실무자의 인사고과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법령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 대한제지가 목표로 하는 재생 복사용지 생산, 판매 목표는 얼마나 됩니까?

- 올해 목표량은 약 1만톤입니다. 사실 아직 재생 복사지는 수익성이 나지 않아 회사 대표로서는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 꼭 반갑지는 않습니다(웃음). 하지만 재생복사지가 친환경 상품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고, 폐사의 대표적 친환경 제품이라 수익성과 관계없이 판매를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백색 계열의 평량 75g/m2의 제품을 생산 판매해 왔으나, 최근에 미색 계열의 평량 65g/m2의 신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백색의 눈부심을 방지하여 눈의 피로도를 줄임과 동시에 평량을 13% 낮추어 무게도 줄인 것입니다.
대학생들의 교재 복사, 학원가에서의 유인물, 기업에서의 프린터 인쇄물은 대부분 일회성 출력물이며 장기 보관하지 않고 일정 시간 이후에는 버려진다는 것에 착안하여 개발한 것입니다. 낮은 평량이지만 인쇄하여도 가독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반면,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공급할 수 있어 일회성 인쇄물의 용도로 소비자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낮은 평량의 복사지는 자원 절감은 물론, 중고생과 대학생의 가방을 가볍게 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색 계열의 65g/m2 재생 복사지는 기존의 백색 계열 재생복사지가 폐지를 80%, 천연펄프를 20% 사용한 반면에 폐지를 100%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훨씬 친환경적 제품입니다.

녹색소비를 적극 권장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소득세 공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녹색제품 소비에 사용된 금액 일부에 대해 비과세하여 녹색소비를 권장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물론 녹색제품 구매액에 대한 소득세 공제가 녹색소비를 권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현재 시행하고 있는 녹색제품 우선 구매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보완만 해주더라도 재생지를 비롯한 친환경제품의 소비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탈묵설비를 갖추지 않은 업체가 재생지를 생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회사의 제품이 친환경 재생지로 인증 받는 현 인증제도의 불합리를 개선하는 것도 늦추어서는 안될 문제이구요. 녹색제품 구입액의 소득공제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도 검토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현재 시행되는 법률이나 규정의 미비와 불합리를 우선 손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제지가 친환경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다양한 활동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그 동안 저희 회사는 재생지 개발에 설비투자와 기술력 향상에만 힘써 왔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판매를 촉진하고 나아가 친환경 경영을 지속하고 확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대국민 홍보, 언론의 활용, 정부의 협력, 공공기관과 시민단체와의 유기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은 것이죠. 각 부분에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재생지 샘플을 배포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일반 용지와 비교할 기회를 가지게 함으로써 재생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으며, 환경단체와 학부모단체와 함께 재생지 활성화를 위해 대국민 홍보, 대정부 협조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법률적 미비사항과 재생지 규정의 정비를 위해 국회에서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희 회사는 산업용지인 신문용지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여서 소비자들이나 국민들에게 직접 대면할 기회가 적어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입니다. 고지 재활용을 통한 재생지 개발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친환경기업이라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알릴 수 있어 월간 참 좋은 환경에 감사드립니다.
지구 온난화 예방과 환경보호는 정부만 하는 것도, 또 기업만 하는 것도 아닌 국민 모두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저희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전에 친환경은 의무이자 당위라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할 것입니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 소비자들로부터 평가 받으면 기업과 국민이 상호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 재생용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많이 불식되기를 바라며, 저희 회사의 재생지 뿐 아니라 모든 재생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또 구매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로필

 
 

학력 및 경력
경기중학교 졸업
일본 셴쇼셰뿌 고등학교 졸업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졸업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 수학
대한제지공업주식회사 입사
합자회사 흥화공작소 지배인
대한제지공업주식회사 상무이사
합자회사 흥화공작소 부사장
대한제지공업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대한제지(주) 대표이사 회장

수상경력
제 17회 세계환경의 날 “환경청장 표창”
환경마크협회 창립 10주년 “환경부장관 표창”
제 45회 납세자의 날 “석탑산업훈장”
환경표지제도 20주년 “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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