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이형병 유통 나몰라라 ‘재활용 시스템 붕괴’ 방조

<논평> 최근 주류 업체 10개사가 공용병(초록색 병)과 이형병(투명색 병)을 맞교환할 수 있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09년부터 환경부와 ‘소주 공병 공용화(공동사용) 자발적 협약’을 맺어 왔으나, 이제 주류 업계 스스로 파기한 것이 된다.

이로써 그 피해는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나아가 제2의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스럽다.

게다가 환경부는 언론을 통해 ‘자율 협약으로 정해진 만큼 기업 간 협의를 권장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류업계의 이형병 유통을 저지하지 않는 매우 무책임하고 의지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태도에 환경운동연합도 업계의 공용병‧이형병 갈등이 날이 갈수록 심해짐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합의점도 내세우지 못하는 환경부의 무능을 비판했다.

아울러 이형병 유통에 대한 제한과 공용병 유통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법규제를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공병 재사용 활성화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형병 유통이다.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은 도매사가 음식점 등 소매점에서 빈 병을 수거하여 소주 제조업체 공장에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공용병으로 음식점이나 도매사에서 제조사 브랜드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병을 수거하여 제조사에 전달한다. 그러다보니 회수된 이형병을 기계로 분류가 어려워 일일이 사람이 분류해야 해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소주병의 색과 모양이 같으면 브랜드가 달라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소주병의 색과 모양이 다르면 재활용하는 데 오히려 손해가 되고 결국 공병 재활용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2009년 하이트진로‧롯데주류를 포함한 소주 업체들이 소주병을 공용화해 공병 재사용률을 높이고, 빈병 수거에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그런데 이형병이 유통되면, 브랜드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수거했던 기존의 빈병 수거 체계가 무너지게 된다.

이렇게 무너지게 되는 질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부는 지난해 하이트진로에서 비표준용기를 사용한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업계의 공용병 활성화 체계가 무너졌는데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업계들의 협약에 대해 기업 간의 협의를 권장한다며 이형병 사용을 눈감아주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공용병 재사용‧재활용 활성화에 대한 환경부의 의지를 볼 수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며 하루빨리 비표준용기 재사용 체계를 개선하고, 10년간 쌓아왔던 재활용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기업에 대해 강력하게 제지할 것”을 요구했다.

<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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