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역기반 통합물관리 실현에 필수

<기획> 물관리기본법 효과 아직 미진

많은 논의와 진통 끝에 만들어진 ‘물관리기본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어 지난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정부와 국회에서 물관리 정책의 재정적‧행정적 효율성은 물론, 일관성과 체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시도와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물관리 업무 중 일부가 아직도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자원통상부 등 각 부처에 남아 있어 그간의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21일 국회에선 물관련 법정계획을 진단하고, 정비하기 위한 자리인 ‘물관련 법정계획 정비방안’ 토론회(임종성‧김성원 국회의원 공동주최)가 개최되기도 했다.

▲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
▲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

당시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물관리를 포함한 많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물관리 체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혁신과 노력,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의원은 인사말에서 “물관리기본법은 지난 20여년 동안 논란만 거듭하다 2018년 6월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은 법이기에 통합물관리라는 법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는 물관리기본법에 근거한 통합물관리 예산이 처음으로 집행되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지만 아직까지 물 관련 법령 및 예산집행계획의 상당 부분이 국토부, 농림부, 행안부, 산자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있기 때문에 예산 낭비와 중첩규제 해결을 위해 물관련 법정계획 정비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미처 완료 못 한 물관리 일원화

물은 인체에도 필수인 만큼, 인류가 농경사회를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물을 다루는 치수, 즉 ‘물관리’는 수천 년 전부터 변함없이 인간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물관리를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비효율적으로 운영해왔다.

▲ 송옥주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장)
▲ 송옥주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 따르면 부처별로 기능과 역할이 나뉘어 있어 물관리에 대한 정책의 부재, 업무 중복, 과잉투자 등이 큰 문제였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물관리일원화’가 추진됐다. 2018년 6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며 국토교통부의 ‘수자원의 보전‧이용 및 개발’에 관한 사무가 환경부로 이관됐다. 그리고 2018년 12월에 물관리산업법이, 2019년 6월에는 물관리기본법이 새롭게 제정되어 시행됐다.

하지만 아직 정비가 끝나지 않았다. 환경부의 물관리 계획에 실행력이 부족한 점이 지적되고 있으며, 하천관리 업무가 아직 국토부에 존치하고 있어 수량과 수질은 일원화됐으나 하천업무는 이원화된 점 등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물관리 체계, 역사적 과도기

환경부 홍정기 차관은 “지금 우리나라의 물관리 체계는 역사적인 과도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물관리기본법이 제정‧시행되고, 국가물관리위원회, 유역물관리위원회 등 물관련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가 출범하여 운영되는 등 그동안 물관련 난제 해결의 ‘전가의 보도’처럼 언급되던 ‘통합물관리’, ‘유역물관리’가 이제는 우리에게 현실이 되어 성과를 보여줘야 할 과제가 됐다.

▲ 홍정기 환경부 차관
▲ 홍정기 환경부 차관

환경부는 물관련 주무부처로서, 올해 말에는 우리나라 통합물관리 체계의 구심점이 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필두로 물관련 하위 계획 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법정계획 정비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급속한 사회‧경제 여건의 변화 속에서 수많은 물관련 정책들이 도입됐으며, 그 과정에서 물관련 계획들도 다양화됐다. 다양한 계획은 업무의 분업화, 전문화를 이끌었으나 계획의 난립으로 효율성이 저하되고, 계획간 연계 부족으로 정책효과가 반감되며,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환경부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약 90개에 육박하는 물관련 계획의 현황을 파악하고, ‘유역중심’, ‘통합물관리’, ‘물순환’ 등 새로운 물관리 가치를 지향하며, 법정계획 정비방안 초안을 마련했다.

홍정기 차관은 이와 관련해 “합리적으로 계획체계가 잘 정비된다면 물관련 좋은 정책이 국민께 도달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예산‧시간‧자원 등의 효율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 부처의 물관련 법정계획 정비는 역사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서, 대규모 법률 개정을 수반하고, 그간 계획수립에 종사했던 종사자들이나, 계획을 통해 행정업무를 수행하던 공무원들에게 자칫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물관련 계획 난립, 계획간 연계 부족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토종합계획, 국가환경종합계획 등 타분야 최상위계획 7종류 그리고 환경부 소관 약 57개 종류 등 총 7개 부처, 약 97종류의 물관련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한데 분야별 계획 수립‧심의 절차가 상이하다. 수자원의 경우 수자원법 제정 시 통일된 체계가 마련됐지만, 물환경의 경우 심의절차 등 일관성이 부족하다.

또 대부분 10년 단위 주기, 수립 기간 2∼3년이 소요된다. 수자원장기종합, 유역하수도정비 등은 20년 주기이며 수변구역관리기본, 물수요관리종합 등은 5년 주기다. 그리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등 대부분은 2년 이내에 수립할 수 있지만, 하천유역수자원종합의 경우 내용이 방대하면 수립하는데 2년 이상 소요된다. 계획수립 예산의 경우 중앙+지자체 수립비용 약 1000억 원/년 이상이 소요된다.

때문에 물관련 계획 난립으로 지자체에 과도한 계획 수립 부담을 주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249개 지방하천이 존재하는 강원도의 경우 예산‧인력 부족으로 약 30%가 계획 보완기한(10년)을 초과하고 있고, 15%는 미수립 상태다.

최상위계획이 이행되기까지 소요기간도 과다하다. 국내 최상위 전략계획 수립 후 지자체 계획 반영, 이행까지 대부분 10년 이상 소요된다. 계획 간의 연계체계도 부족하다. 과도하게 분절된 법률체계에 따른 계획 수립 의무화로 계획간 위계 불분명 및 유사내용 반복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수장기(전략)의 하천기본계획 실행 등에 대한 실질적 구속력이 없어서 전략계획-실행계획간 연계가 부족하다. 하천계획의 분절 관리도 문제다.

일례로 국가‧지방하천은 하천기본계획을, 소하천은 소하천정비종합계획을 따르고 있다. 계획내용 유사 중복 사례는 하수 재이용(수도, 물재이용), 빗물(물재이용, 물수요), 용수 수요(수도, 상하수도 등) 등이 있다. 경기연구원(2013년)에 따르면 물환경, 유역하수도, 오염총량 조사‧분석 구조의 경우 80% 이상 중복된다.

계획 수립체계의 비일관성도 문제도 심각하다. 의견수렴, 고시의무, 심의체계 등이 각각 상이하고, 계획명칭 사용도 혼재돼 있다. 일부 계획은 공청회 등 지역주민,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 절차가 없고 국가하수도, 비점오염원, 전국수도 등은 법적 심의절차가 부재하다.

기본계획, 종합대책, 종합계획, 시행계획, 관리계획, 집행계획 등의 혼재로 계획의 성격‧위계 판별에도 혼란을 주고 있다.

환경부, 물관련 법정계획 정비방안(안) 마련

이에 환경부는 최근 물관련 계획의 ‘효율성, 정합성, 일관성, 신속성’ 확보를 위한 법정계획 정비 방안(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비방안에 의하면 먼저 계획 수립체계 효율화 차원에서 조사‧분석 업무가 통합된다.

조사·업무 공동활용 체계를 마련해 계획수립 기간 단축, 업무 중복 해소, 계획관 일관성 확보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 계획수립 과업에서 조사·분석 업무를 분리해 전문기관에서 전담해서 수행토록 하고, 공동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업중복 해소, 일관성 확보, 계획 수립기간 단축, 기술력·정확도 향상 등이 기대된다. 계획 통폐합을 위한 세부사항으로 우선 다수의 복잡·광범위한 물관련 계획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정비대상을 구분한다.

선행 정비대상은 법률로 정한 절차에 따라 장래 예측을 근거로 목표 설정, 이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을 종합한 행정계획 48종(전략, 종합, 실행계획)이다. 후속 정비대상은 선행 정비대상의 종속적 계획 등 42종으로, 선행 정비대상 통합방향에 맞춰 법령 개정 시 병행해서 정비한다. 전략계획>종합계획>실행계획으로 계획 간 위계도 확립한다.

전략계획은 물관리 정책 목표 및 방향 설정, 중장기 주요과제 도출 등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물분야 최상위 전략계획으로 수립한다. 종합계획은 최상위 전략계획 목표·주요과제 이행을 위한 전략+실행계획으로 유역종합계획, 국가종합계획, 지역종합계획으로 구성된다. 실행계획은 전략계획의 목표 이행을 위한 세부 행동계획으로 사업추진계획 및 소요예산 등 구체적 수단들을 연차별로 제시한다.

환경부는 2020년 8월까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올해 말까지 물관련 법정계획 정비방안을 최종 확정하고, 2021년 관련 법령 개정(안) 마련 및 개정 등 후속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 왼쪽부터 오규창 한국하천협회 감사, 이상은 국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센터장, 김지연 환경부 물통합정책국 과장, 이승현 환경부 물통합정책국 사무관, 장석환 교수(좌장), 유철상 고려대 교수, 김익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왼쪽부터 오규창 한국하천협회 감사, 이상은 국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센터장, 김지연 환경부 물통합정책국 과장, 이승현 환경부 물통합정책국 사무관, 장석환 교수(좌장), 유철상 고려대 교수, 김익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환경부 물통합정책국 김지연 과장은 이와 관련해 “통합물관리 차원에서 분야별(수량·수질·재해 등) 통합, 조사·분석·정보의 통합, 부처별 다원화 기능 통합, 지표수-지하수 통합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전했다.

김지연 과장에 따르면 유역물관리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 중심의 유역계획 체계를 확립하고, 국가 중심의 계획수립에서 벗어나 물관련 이해관계자의 실질적 참여 및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계획이 수립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유역물관리종합계획 중심으로 기존의 ‘국가계획-유역계획-지자체계획’으로 순차 정비가 진행된다.

수량-수질 관련 환경부계획 모두 통합해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김익재 통합물관리연구실장은 이와 관련해 “환경부 소관 계획정비에 대한 내부 의견이 상충한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수용하고 서둘러 개선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몇 가지를 제안했다.

김익재 실장에 의하면 먼저, 가장 기본사항은 통합물관리의 기본이 되는 수량-수질 관련 환경부 계획은 이번 기회에 모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가기본계획과 유역종합계획의 수립 내용과 시행 및 이행평가 중심으로 환경부 소관 계획들을 매우 전향적으로 정배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국가물환경관리기본계획을 국가기본계획으로 통합하고, 하천유역수자원계획과 대권역물환경관리계획은 유역종합계획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둘째, 국가기본계획은 전략계획으로 동의함에는 이견이 없으나, 유역종합계획의 위상은 쟁점이 여전하다. 그러나 유역종합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전략+실행계획으로 수립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실행계획으로 수립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안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계획수립 측면에서 국가기본계획·유역종합계획을 전략계획으로 간주한다면 계획수립 내용은 차별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국가기본계획·유역종합계획을 전략계획으로 간주한다면 환경부를 포함한 타 부처의 계획에 관한 부합성 심사의 내용이 부재하거나 미흡할 것이며, 계획 이행 측면에서도 앞서 강조했듯이 국가기본계획·유역종합계획은 매년 그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게 된다.

특히 유역종합계획이 전략계획 위주로 수립되고 시행되면 부합성 심사의 미흡에 이어서 이행평가의 의미는 대부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물관리 법정계획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물관리 인프라 중심의 계획을 어떻게 포함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 소위 계획이 지나치게 무겁고 방대해진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하천시설물, 하천공사 등을 계획하는 하천기본계획을 국가·유역종합계획에 그리고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 기능과 역할에 연동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연동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비슷한 주장과 고민은 상수도·하수도 시설물(관망, 처리장, 저류장 등), 비점오염 저감시설 등 관련 계획 부문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위 시설물 계획이 유역종합계획에 모두 포함되면 지나치게 무겁고 방대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는, 비록 보다 충분한 고민과 의견수렴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경로에 대한 불안감일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체계, 유역물관리위원회 및 유역환경청 중심의 업무분장, 기존 물관리 관련 위원회 정비, 지방분권 대비 제도개선 등을 통해서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검토사항이다.

추가적으로 물관리기본법의 일부개정, 물관리위원회 기능 및 운영이 개선 등을 통해서도 문제점과 우려 사항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익재 실장은 “이번 물관리일원화는 물개혁이다. 그러나 몇 년 후 이번 개혁이 성공한 개혁으로 발전될지 아니면, 실패한 개혁으로 퇴장될지 모두의 고심이 깊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혁은 외적 충격에 따라 발생하지만, 그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혁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며, 통합물관리 정책을 통한 지속 가능한 물관리 확보를 위해 효율적이고 합리적 법령과 계획의 전면적 개편은 소중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하천협회 오규창 감사는 환경부의 물관련 법정계획 정비방안에 대해 “관계부처, 관련부서, 관련 전문가 의견수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너무 성급하게 의견을 수렴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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