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팩 100% 재활용 국내 첫 도전…연간 나무 130만 그루 심는 효과

<기획>

가장 지속가능한 포장재 종이팩 재활용으로 탄소저감, 자원 선순환 모델 제시

멸균 종이팩은 고품질 버진 펄프 75% 이상으로 이루어져 무균 상태에서 무균 종이팩으로 충진 포장되어 냉장보관이 필요 없다. 이로써 에너지 절약이 가능함과 동시에 유통기한이 길어 식품 부패를 최소화하는 기능성 패키징이다.

멸균팩은 무균포장팩이라고도 불린다. 이 포장재는 여러 전과정평가(LCA)에서 입증된 뛰어난 CO2 탄소저감 효과가 있으며, 최적화된 재료 사용으로 제품 수명주기 동안 화석 원료를 효율적으로 절약한다.

유럽 여러 국가들은 종이팩 재활용의 부가가치를 일찍이 활용하고 있다. 종이팩을 100% 재활용하면서 강도 높은 종이박스, 휴지, 수첩, 건축자재, 자동차부품 및 플라스틱 통 등 다양한 재활용 제품을 재탄생 시키고 있으며, 평균 65% 이상의 재활용률을 보여준다.

▲ 멸균팩 재활용 사례 <사진=ACE제공>
▲ 멸균팩 재활용 사례 <사진=ACE제공>

해외 종이팩 재활용의 성공적 사례를 보면, 종이팩 전용수거함, 종이팩 개별분리배출, 혼합분리수거(PMD- 플라스틱, 금속캔, 종이팩 배출 가능 봉투 사용)를 통해 적극적 수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개별분리배출 수거량과 혼합분리수거종이팩은 선별 시설로 보내지며,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별된 종이팩은 재활용 업체에 공급하여 부가가치 높은 재활용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해외의 혁신적 기술지원과 투자 통한 종이팩 재활용 발전

종이팩의 재활용 확대 및 개선을 위해 설립된 유럽 플랫폼인 EXTR:ACT는 다양한 회사들이 유럽 전역에서 종이팩의 종이 외 구성 재질(폴리에틸렌, 알루미늄 등의 복합소재)을 재활용 하기 위한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단계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종이팩 단일 배출
▲ 종이팩 단일 배출

2018년에 설립된 EXTR:ACT는 종이팩 및 종이 포장재들의 재활용을 늘리고자하는데 전념하는 유럽 플랫폼이다. EXTR:ACT는 복합소재 포장재의 수명주기를 염두에 두고 회수, 선별, 재활용 뿐 아니라 다양한 시장에서 재사용 될 수 있도록 기술적 프로세스 전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전체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EXTR:ACT는 제지공장에서 종이섬유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친 후 가치 있는 비섬유 재질(소위 PolyAl 리젝트)을 종이팩에서 분리하여 지속적으로 재활용함을 추구한다.

현재까지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하여 종이팩 중 비섬유 재질을 연간 약 5만 톤을 재활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이탈리아의 Ecoplasteam(재활용 공장) ▷네덜란드의 ReconPolymers ▷체코의 Plastigram ▷독일의 Palurec(종이팩 생산업체가 직접 운영) 등이다.

이 회사의 전무이사 마이클 브랜들(Michael Brandl)은 “이 프로젝트들을 통해 유럽 내 약 30%의 PolyAl 리젝트가 새로운 사이클로 재활용 될 것이며, 복구되어진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은 다른 응용 분야에서 순수 재료 대체제로 사용될 수 있다”면서, “2030 업계 로드맵에 명시된 바와 같이, EU 시장에서 사용되는 음료 종이팩이 가장 지속 가능한 포장솔루션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해결책 모색 및 투자가 강조되어지며,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처리방법의 추가 확장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재활용된 플라스틱 성분은 플라스틱 파이프, 상자 또는 건축 판넬로 알루미늄은 혼합되어 모터부속품, 금속 코팅제 및 기타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EXTR:ACT의 산업 파트너인 ACE(The Alliance for Beverage Cartons and the Environment)가 발표한 로드맵에는 유럽 내 모든 음료팩의 90%를 회수하며, 2030년까지 그 중 70% 이상을 재활용하겠다는 업계의 약속을 보여주고 있다.

재생 가능하고 기후에 긍정적이며 순환적인 탄력 식품 공급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장 지속가능한 포장재인 종이팩을 제공함은 업계의 최선의 약속이자 목표이다. 재활용 생산량의 지속적 확장은 종이팩의 긍정적 환경 기여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수거된 종이팩
▲ 수거된 종이팩
▲ 초지공정
▲ 초지공정

국내 종이팩 재활용 현황

음료용기환경연합(Alliance for Beverage Cartons and the Environment; ACE)의 사무총장 카타리나 몰린(Katarina Molin)은 어떤 국가는 60%를 넘어서는 막대한 종이팩 재활용률을 나타내는 반면 어떤 국가는 여전히 인프라나 포장 수거에 문제점이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독일의 재활용율은 약 70%로 나타나는 반면 루마니아는 1%이고, 한국의 경우 2019년도 전체 종이팩의 약 20.1% 재활용률을 기록하며 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가정계/사업장으로부터의 수집량이 현저히 적으며, 폐지와 종이팩이 혼합 배출되거나 낮은 단가로 제대로 선별되지 못하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 삼영제지에서 만든 미표백 핸드타올티슈
▲ 삼영제지에서 만든 미표백 핸드타올티슈

현재 수거된 국내 종이팩은 약 99%가 화장지로 재활용되고 있으며 영세한 화장지 재활용 업체들은 지속가능 수익성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폐지로 포함되어 재활용 되고 있는 사용된 종이팩(Used beverage carton; UBC)의 경우 추적 또한 어려운 처지이다.

한편, 멸균팩이 별도 재활용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국내 기업도 있다.

멸균팩 재공정 최초 상업화 기업, 강릉 강동면에 위치한 제지재활용업체인 삼영제지이다. 수거된 멸균팩은 해리공정을 거쳐 종이펄프와 비닐, 은박지를 분리하고, 여러 번의 세척 과정을 거쳐 원단을 만든다.

멸균팩 재활용 업체 삼영제지에서는 세종시에 위치한 주신통상과 함께 원료를 공급받아 현재 핸드타올티슈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미표백/무형광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판매가 상당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미 재활용 기술이 갖추어져 있는 업체임에도, 멸균팩 원료부족으로 원활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다 생산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매달 500톤에서 1000톤 정도의 멸균팩 원료가 필요하다.

재활용이 가능한 기반시설이 마련됨에 따라, 멸균팩의 수거율이 증대되면 재활용율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자체 및 이해관계자들의 국내 수거체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되며, 수거율이 높아지면 삼영제지와 같은 부가가치 높은 또 하나의 재활용업체가 탄생될 수 있다.

국내 종이팩 재활용의 발전

한편, 국내에서도 폐 멸균팩을 종이 뿐 아니라 비섬유 재질(폴리에틸렌, 알루미늄 등의 복합소재)까지 재활용하여 자원 순환체계 구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다.

그동안 멸균팩은 분리배출이 되더라도 회수 및 선별 체계의 한계점, 재활용 소재분리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재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업계의 도전은 국내 최초로 멸균팩 재활용의 회수부터, 생산 및 시장 유통까지 전 과정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종이팩 재활용 업계 관계자들과 환경부의 노력은 최근 한국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그린뉴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린뉴딜정책은 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글로벌 리더쉽을 보여줄 수 있는 경기부양책으로 사회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뚜렷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지난 5월 6일 매일유업, 테트라팩코리아, 주신통상, SK종합화학 등 4개사가 SK서린빌딩(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멸균팩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왼쪽부터 테트라팩코리아 오재항 부사장, SK종합화학 강동훈 Green Biz추진 그룹장, 매일유업 조성형 부사장, 주신통상 이동규 대표이사). <사진=SK종합화학>			 
    ▲ 지난 5월 6일 매일유업, 테트라팩코리아, 주신통상, SK종합화학 등 4개사가 SK서린빌딩(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멸균팩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왼쪽부터 테트라팩코리아 오재항 부사장, SK종합화학 강동훈 Green Biz추진 그룹장, 매일유업 조성형 부사장, 주신통상 이동규 대표이사). <사진=SK종합화학>  

폐 멸균팩, 종이 뿐 아니라 복합소재까지 재활용

폐 멸균팩은 종이 뿐 아니라 복합소재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매일유업, 테트라팩코리아, 주신통상, SK종합화학 등 4개사는 지난 5월 6일, 서울 종로구 소재 SK서린빌딩에서 멸균팩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멸균팩에서 플라스틱·알루미늄 복합소재(이하, 복합소재)를 뽑아내 재활용하기로 했다.

산소 및 자외선 차단 기능이 뛰어나 멸균팩 복합소재는 우유, 주스 등 내용물의 장기 유통이 중요한 멸균팩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 멸균팩 재활용 샘플. <사진=SK종합화학>
▲ 멸균팩 재활용 샘플. <사진=SK종합화학>

따라서 이들 기업들의 재활용이 향후 멸균팩을 비롯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이번 협력으로 폐 멸균팩의 복합소재까지 재활용하는 길을 열어 넓은 범위의 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참여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연간 3000톤 규모의 복합소재가 재활용되고, 연간 1만 9000톤의 CO₂저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나무 25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우유 등 각종 음료를 담아 판매하는 용기로 주로 사용하는 멸균팩은 빛과 산소로부터 완벽히 차단하여 상온에서 유통·보관을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 때문에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매일유업은 멸균팩 수거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복합소재로 만든 식음료 운반용 상자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테트라팩코리아는 멸균팩의 선별·분리 재활용 설비를 지원하고 ▷주신통상은 폐 멸균팩에서 추출한 종이를 재활용하고, 부산물인 복합소재를 모아 SK종합화학에 공급한다. ▷SK종합화학은 공급받은 복합소재를 물류용 파렛트(Pallet), 식음료 운반 상자 등의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5월 26일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정희, 이하 아이쿱생협)는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테트라팩코리아, 주신통상, 삼영제지, 부림제지와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실천 협약을 맺었다.

▲ 왼쪽부터 테트라팩코리아 오재항 총괄부사장,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찬희 이사장, 아이쿱생협 김정희 회장, 주신통상/삼영제지 이동규 대표, 부림제지 정상현 총괄이사, 양쪽에 어린이와 소비자등이 함께 협약식에 참여한 모습. <사진=아이쿱생협연합회>
▲ 왼쪽부터 테트라팩코리아 오재항 총괄부사장,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이찬희 이사장, 아이쿱생협 김정희 회장, 주신통상/삼영제지 이동규 대표, 부림제지 정상현 총괄이사, 양쪽에 어린이와 소비자등이 함께 협약식에 참여한 모습. <사진=아이쿱생협연합회>

아이쿱생협 포함 5개 협약 주체들은 종이팩 회수와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와 생산, 재활용 각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게 된다.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전국 아이쿱자연드림 246개 매장과 전국 조합, 생산시설 등에 총 400여 개 소에 멸균팩, 살균팩 분리 배출함을 설치한다.

모아진 멸균팩은 주신통상과 삼영제지가 적극 회수 및 재활용하고, 부림제지도 적극 재활용하며 생산자인 테트라팩코리아와 기관인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협약에 참여한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은 종이팩 회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종이팩 재생원료 사용 화장지 1200상자(10만8000롤)를 아이쿱생협에 지원했으며, 테트라팩코리아는 멸균팩 순환시스템 구축 지원 및 관련 업계들의 협력모델 개발 등에 함께 한다.

협약식에 참여한 5개 협약 대표들은 “멸균팩과 살균팩 모두 훌륭한 순환자원임을 감안해 회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협력 모델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특히 장기 유통에 용이한 멸균팩 사용의 증가에 따라 이를 재활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기업과 정부, 소비자 모두의 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분리배출 된 멸균팩과 살균팩은 각각 페이퍼타올, 롤휴지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으며, 기업들을 중심으로 종이팩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조News:

http://delintypo3pci.sig.dom/global/good-to-know/news/details/newsitem/innovation-and-investment-bring-advancements-for-beverage-carton-recycling-in-europe.html

<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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