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연료가 건전한 재생에너지 확산 방해, 기후위기 악화”

<특집>
화석연료 대체할 친환경 재생에너지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정책 지원과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수입산 팜유와 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는 국내에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받으며 생산량이 증가 추세에 있다.

허나 팜유는 생산과정에서 대규모 산림파괴, 탄소배출, 생명다양성 훼손, 토착민과 노동자 권리 침해 등 심각한 환경・사회 문제를 유발한다. 이와 관련해 공익법센터 어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월18일 ‘착한 기름은 없다;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 <사진=환경운동연합>

이들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연료에 관한 국내외 정책과 자료를 분석해 바이오연료 공급망에 내재한 문제점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은 팜유 및 팜 부산물과 폐식용유를 주원료로 하며 주로 수송용 연료로 쓰인다. 바이오중유는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에너지원으로 팜 부산물 및 피치(바이오디젤 공정 부산물) 등을 원재료로 하는데 주로 화력발전소에서 발전용으로 활용된다.

2019년 기준으로 바이오에너지는 국내 재생에너지 총생산량 중 약 27%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의 에너지 생산량은 약 29%를 차지하며 목재펠릿(37%)에 이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바이오에너지는 발전량에서도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5% 이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바이오연료 사용...재생에너지 전환에 역행

바이오연료의 생산량과 발전량이 높은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배경에 있다. 바이오디젤은 수송용 연료 공급자가 자동차용 경유에 일정 비율 이상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 의무화제도(RFS)가 2015년부터 시행되며 생산량이 증가했다.

2015년에는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비율이 2.5%였으나 2021년 현재 3.5%로 증가했고, 2030년까지 5%로 증가할 예정이다. 바이오중유 역시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시행됨에 따라 사용량이 증가했다.

현재 바이오중유는 REC 1.0을 부여받아 기저 발전으로 활용되면서 발전량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대표적인 바이오중유 전환설비는 제주의 중부발전, 남부발전이 있으며, 이들은 국내 바이오중유의 약 75%를 소비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정책국장은 “제주도에 있어 바이오중유 발전소는 기존의 중유 발전을 대체하였을 뿐 환경적으로 큰 이익이 없는 상황”이라며 “도리어 화력발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제주도 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현행 바이오중유 발전소에 지급하는 REC 가중치를 철회하고, 바이오중유 발전소 또한 하루빨리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바이오연료 사용의 확대로 인한 경과를 잘 드러내는 사례로 제주도 바이오중유 발전소의 사례가 있다.

제주도는 발전설비 용량 중 59.3%가 화력발전일 뿐 아니라 실제 발전실적도 화력발전이 52.5%를 차지한다. 여기에 육지에서 공급받는 전기도 HVDC(초고압직류송전) 29.7%로 제주도에 공급된 대부분의 전기가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도의 발전업자들은 당초 LNG 발전소 도입을 하며 석유를 사용하는 기존의 화력발전소는 비상 전원으로만 활용할 계획을 하고 있었으나, 바이오중유가 시범 보급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기존 화력발전시설의 연료를 벙커C유에서 바이오중유로 바꾸며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제주도에는 오히려 화력발전 규모가 증가하여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이오연료를 활용한 화력발전의 증가로 전력 생산이 과도하게 이뤄지자 제주도에서는 풍력발전을 강제로 출력 제한 조치를 이행하는 횟수가 2020년 77회 발생했고, 2021년에도 200회가량 강제 출력 제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 <사진=환경운동연합>

항공, 선박부문의 사용 확대 예상

또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자동차 외에 항공기, 선박 수송용 연료에도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주도로 국제항공 탄소상쇄, 감축 제도가 마련되었는데, 국내 항공사들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항공 부문의 감축은 대체 연료 개발과 상쇄 배출량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에 국토교통부는 바이오 항공유 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 활용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편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50% 이상 저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선박용 연료유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제한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선박유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친환경 선박’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오중유 업계에서는 해운업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바이오중유를 선박유로 활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수입산 ‘팜유, 팜 부산물’, 바이오원료 절반 이상 차지

바이오연료 보급의 확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생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원료는 팜유와 팜 부산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팜유와 팜 부산물의 양은 2014년 총 27만4200톤에서 2020년 64만4000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원료에서 팜유와 팜 부산물이 차지하는 비율도 48.2%에서 55%로 증가했다.

바이오디젤은 당초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친환경 연료라고 알려졌으나 바이오디젤의 원료에서 폐식용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 확보 가능한 폐식용유의 양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하여 폐식용유의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의 원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팜유와 팜 부산물인데 2009년 12만2000톤을 수입했으나 2020년에는 48만8300톤을 수입하여 수입량이 4배 증가했고, 2009년에 전체 원료 비율 중 43.2%를 차지하던 것이 2020년에는 63.5%를 차지하게 되어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팜유에 대한 의존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중유의 경우 바이오디젤 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인 피치를 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고 알려졌으나 바이오중유의 원료 중 바이오디젤 부산물의 비중 또한 지속해서 감소해 2014년 30.9%에서 2020년에는 18.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한편 수입산 원료의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팜유와 팜 부산물의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CNSL(캐슈넛 껍질 추출 오일)의 수입량도 증가해 수입산 원료의 비율이 2014년 53.1%에서 2020년 73.4%로 증가했다. 바이오연료 생산의 확대는 당연하게도 팜유와 팜 부산물의 수입량의 급격한 증가에 기여했다.

팜유 주요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는 팜유와 팜유 분획물의 양은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되는 양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환경파괴&인권침해로 생산되는 팜유

바이오에너지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원료 확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농업, 산림자원 개발을 독려해왔다. 2011년 ‘해외농업·산림자원 개발협력법’을 제정하고, 이에 근거해 팜유 플랜테이션을 개발하는 5개 기업에 총 724억 3500만 원에 이르는 융자 지원 등이 이뤄졌다.

그러나 팜유는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선 팜유를 재배하기 위한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국에서 산림파괴와 이탄지 훼손이 일어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산림파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토양과 나무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와 대기 중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게 되는데, 실제로 산림파괴를 통해 생산된 팜유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한 경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팜유 생산 과정에서 열대림이 파괴되면서 생물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

팜유 생산을 위한 토지 확보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환경뿐 아니라 땅과 숲에 의존해 살아온 토착민과 소작농 같은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1400만 ha가 팜유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이 광대한 땅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토착민과 소농들의 땅과 숲이 파괴되고 토지가 강탈당했다.

이들은 삶의 기반이자 먹거리를 구하던 숲과 땅이 사라지자 식량권을 침해받고 있으며 팜유 플랜테이션에서 사용되는 다량의 화학물질과 폐기물로 인한 수질 오염으로 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만연해 환경·인권옹호자들이 큰 위험에 처해 있다.

팜유 플랜테이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또한 장시간 고위험 노동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건강권 위협과 관리자에 의한 성 착취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 <사진=환경운동연합>

한국기업도 비슷한 문제 발생

한국 기업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데 이들의 사업장에서도 위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팜유 생산과정에서의 환경, 인권적 문제들이 알려지자 업계와 투자자들은 산림과 이탄지를 파괴하지 않고 지역 주민과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겠다는 ‘NDPE (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산림파괴·이탄지파괴·주민 착취 없는 팜유 생산)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데, 한국 팜유 생산자들과 구매 기업들의 NDPE 정책 채택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담당 김혜린 활동가는 “팜유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이 ESG 경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신규 산림파괴를 막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착취를 감시할 수 있는 NDPE 정책 채택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팜유 기업의 NDPE 정책 채택을 촉구했다.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원료 확보를 위해 기업의 해외농업, 산림자원 개발을 독려해왔다. 정부는 2011년 이후 약 700억 원을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는 기업에 융자를 지원하였으나 이들 기업은 심각한 환경, 사회 문제에 연루돼 있다는 것이 보고됐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는 기업들에 금융지원을 하여 본래 목표로 한 에너지 원료 확보는커녕 환경파괴와 인권침해에 기여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에너지 원료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파괴와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만 공적 자금 지원을 하는 등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이오연료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 도입 필요

세계적으로 팜유를 비롯한 농산원료에 대한 한계가 대두되면서 정책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에너지원 다변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바이오연료 지원정책이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바이오연료 원료, 특히 곡물 기반 바이오연료인 농산연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 인권 문제로 인해 EU와 미국에서는 바이오연료를 대체에너지원으로 인정하기 위한 환경,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우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두고 있고, 미국의 경우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최저 기준치를 두어 해당 기준을 충족한 바이오연료만을 재생에너지로 인정을 하고 있다. 또한 두 국가 모두 원료에 따라 바이오연료를 세부 범주로 분류해 평가를 하고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품질 기준 외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바이오연료 사용이 가져오는 환경,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2%로 상향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간접적 토지이용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팜유와 같은 농산연료 비중을 최대 7%로 제한하고, 2030년까지 팜유는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경우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업자가 의무적으로 바이오연료를 혼합해야 하는데 2010년부터는 바이오연료를 원료별로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에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온실가스 전과정 평가에 따른 바이오에너지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후솔루션 김수진 선임연구원은 “국내에는 바이오연료에 대한 기본적인 품질기준만 있을 뿐 기후, 환경,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이 없다”고 지적하며 “REC 가중치와 같은 국가 지원을 받는 근거로 원단위당 전과정 온실가스 최대 배출량 등 객관적인 지표를 도입하고 불인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후, 환경, 사회 문제를 고려한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제언

보고서는 “바이오연료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생산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은커녕 환경파괴와 인권침해가 계속될 것이다. 이에 바이오연료의 사용이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취약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5가지)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5가지 권고사항은 ‘▷정부는 바이오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기 위해 단순한 품질 기준 외에 환경,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인정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팜유와 같이 식량 경합성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농산연료의 사용을 제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퇴출해야 한다 ▷정부는 바이오연료의 사용으로 경유차 사용을 지속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내연기관차 퇴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환경적으로 보다 건전한 타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바이오중유 발전소에 지급하는 REC 가중치를 철회하고, 바이오중유 발전소를 빠른 시일 내에 폐쇄해야 한다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기업은 공급망에 존재하는 환경, 인권 위험에 대해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전체에 적용하는 환경・사회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공급망 실사(supply chain due diligence)를 이행할 것을 의무화하고, 특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산림파괴에 대해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등이다.

<조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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