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와 RE100 대응 방안은 재빠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국내 수출기업 영향 점검, 대응방안 모색’ 토론

 
 

EU, 지난해 말 CBAM 강화

최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수정안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영향을 점검하고,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려 관심이 쏠렸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와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5월 9일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강화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의 주된 내용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점검하고, 기업의 ‘RE100’ 이행 지원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선제적 대응 방안 모색 이었다.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EU 탄소배출권에 상응한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이 주요 골자였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새로운 무역장벽 도입을 우려하며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한층 강화된 EU 의회 수정안이 공개됐다.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면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위 실행위원장)
▲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위 실행위원장)

전문가, 산업계 영향 대폭 확대 지적

이날 김성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책토론회 축사에서 “수정안에는 탄소국경세 우선 적용 대상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5개 품목 외에도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등 4개 품목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해당 품목들은 우리나라의 EU 수출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고 탄소 배출산업으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탄소국경제도 적용 배출범위를 전기 생산에 따른 간접배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제도 시행도 1년 앞당긴 2025년 본격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도 전력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이 66%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린피스 코리아 등의 분석에 따르면 EU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2030년 우리나라가 추가 부담하는 탄소국경세는 최대 약 1조 9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발표된 바 있다. 한편, 탄소국경세를 탄소 多배출 분야부터 적용되지만 민간 차원의 ‘RE100’은 제조업 전반에 이미 맞닥뜨린 현실이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주요 글로벌 기업은 원료부품 등 공급망 전체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지 못하면 납품할 기회조차 잃게 되는 것이다.

김성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또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은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고 탄소 배출산업의 구조를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과 더불어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구조를 재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만이 탄소국경세와 RE100을 동시에 대응하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김성환 의원은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탈탄소 패러다임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무역연구원장은 “EU집행위원회가 2021년 7월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작년 말 의회 수정인이 공개되었고 올해 3월 EU이사회 합의안이 발표되는 등 빠르게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이 제도는 유럽연합으로 수출이 많은 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 확실하며, 장기적으로 대상 품목이 확대되어 다수의 업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성대 실장(한국무역협회)
▲ 조성대 실장(한국무역협회)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정안

한국무역협회 조성대 실장은 ‘EU 의회 탄소국경조정제도 수정안 평가와 시사점’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EU 입법안과 수정안이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전했다.

조성대 실장에 따르면 입법안의 개요는 ▷적용 시기-2023년 시범 적용(보고 의무만 부여), 2026년 전면 도입 ▷적용 품목-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대상 국가-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EEA 국가), 스위스를 제외한 모든 EU 역외국 ▷운영 방식-수입자가 수입품의 탄소 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 구매 후 운영 당국에 제출 ▷배출권 가격-매주 EU ETS 종가 평균값을 차주 CBAM 인증서 가격으로 적용 등이다.

EU 책임보고관(Rapporteur) 모하메드 차힘(Mohammed Chahim) 의원은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을 통해 기업들의 행정부담을 충분히 경감할 수 있다”며 “CBAM은 그저 EU 생산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역외 생산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뿐이다. 그것을 보호무역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행위원회 입법안과 의회 수정안을 비교하면 ▷적용 품목-집행위 입법안(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의회 수정안(집행위 입법안+유기화합물,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도입 시기-집행위 입법안(시범 적용: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본 제도: 2026년부터), 의회 수정안(시범 적용: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본 제도: 2025년부터) ▷무상할당권-집행위 입법안(2026년 이후 10년간 10%씩 감축), 의회 수정안(2025년 이후 4년간 10%, 20%, 30%, 40%씩 감축) ▷배출범위-집행위 입법안(직접배출만 포함), 의회 수정안(직접배출+간접배출까지 포함) ▷역외국 탄소 가격제 인정-집행위 입법안(별도 조건 없음), 의회 수정안(명시적 탄소 가격제만 인정) ▷거버넌스-집행위 입법안(27개국 회원국 각각에 집행기구 설치), 의회 수정안(중앙화된 집행기구 설치) 등이다.

의회 수정안 주요 내용

또한, 의회의 수정안 주요 내용은 ▷적용 품목의 확대-4개 품목 추가(유기화학품(HS 29), 수소(HS 2804 10), 암모니아(2814 10, 20), 플라스틱(HS 39)), 2021년 10월 기준 수입 금액: 1049억 유로→집행위 입법안 적용 품목의 EU 수입 금액(687억 유로 상회 ▷도입 시기 및 무상배출권 폐지 가속화(부분도입: 무상배출권 감축 시작_2026년→2025년, 전면 도입: 무상배출권 완전 폐지_2036년→2029년), 무상배출권을 2025∼2028년에 걸쳐 매년 10%, 20%, 30%. 40% 점증하는 비율로 감축하는 방안 제시 ▷배출범위 적용 확대(직접배출→직접+간접배출), EU ETS에 전력비용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어 있어 합치성을 위해 CBAM에도 간접배출비용 포함 ▷역외국 탄소 가격제 인정(명시적 탄소 가격제만 감축면제 대상) ▷중앙화된 CBAM 집행기관 설치 등이다.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탄소 다(多)배출 업종을 포함한 CBAM 적용 품목 확대-추가 품목의 대EU 수출 규모는 연평균 55.1억 달러이며, 동 기간 대EU 총수출의 9.9%를 차지한다. 품목별로는 플라스틱, 유기화학품 순으로 높고 수소 및 암모니아는 수출 규모가 미미하다.

▷간접배출 포함-탄소多배출 발전구조를 가진 한국의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전체 전력소비량은 세계 8위, 인당 전력소비량은 세계 7위다. 2018년 산업부문 최종 전력소비량은 전체 소비의 57%, 이중 제조업 부문이 53.3%를 차지했다.

전력 1㎾h 생산당 배출되는 CO2는 472.4g으로 EU(215.7g), 캐나다(123.5g) 대비 2∼4배 많다(2020년 기준). 화석연료 에너지원(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비중이 85.5%로 EU(73.1%)를 웃돌고 중국(84.8%)과 비슷하다.

▷감면 조건 구체화-ETS 제도를 이미 운영 중인 한국의 부담은 경감된다. 국가 단위로 명시적 탄소 가격제를 운영하는 국가는 13개국이며, 이중 ETS 운영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이다. EU와 한국의 배출권 가격 차이는 2021년 들어 본격화되고 있긴 하지만 외부 요인 변화에 따라 좁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의회 수정안 발표 이후 논의 동향

수정안 발표 이후 지난 3월에는 이사회 예비 합의안(preliminary stance)이 발표됐다. 이 합의안은 집행위 입법안과 유사하고 품목 금액 하한선 및 거버넌스 중앙회 내용이 추가됐다. 이사회 내 협의 중인 쟁점은 CBAM의 EU ETS 무상할당권 대체(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CBMM 도입 이후에도 무상할당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존재), CBMM 인증서 판매 수입의 활용 방안 등이다. 이러한 쟁점은 확정 이후 의회, 집행위와 삼자 협의를 개시할 예정이다.

‘기후클럽(Climate Clubs, 기후변화 대응 국가 간 협의체)’은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에 보복관세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 박문구 전무(삼정회계법인)
▲ 박문구 전무(삼정회계법인)

CBAM 규제 대응방안

삼정회계법인 박문구 전무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라 제목의 발제를 통해 CBAM 규제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와 관련, 박문구 전무는 “기후변화 협의체 가입, 탄소배출 표준화 체계 수립 등 정부 차원의 대응과 Carbon Pricing 제도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문구 전무는 정부 차원의 대응으로 기후클럽(Climate Clubs) 가입(기후클럽 가입으로 기존 국제기후 협약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무임승차자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한다), 표준화 체계 수립(탄소배출에 관한 규제 및 표준 수립에 있어 WTO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저탄소 경제 전환 활성화 및 비생산적인 통상 마찰을 최소화한다.) 등을 제안했다.

기업 차원의 대응으로는 명시적 가격 관리를 꼽았고, Carbon Pricing은 각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배출 탄소에 가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CBAM은 탄소세 부과 또는 기업 ETS 거래권 매입과 연계되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기업은 능동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경제적 비용 내부화를 위한 자체적 탄소 가격(Internal Carbon Price)을 통해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등 정책적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CBAM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는 기업의 실제 값(Actual Value)을 원칙으로 하며 또한 가장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Supply Chain)을 고려한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와 관련해선 CBAM 보고 범위에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이 포함됨에 따라 Value Chain을 고려한 저탄소 공급망 체계 수립이 요구되고, 원재료와 반제품 등의 탄소 배출량까지 추적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제품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 추적 관리와 관련해선 CBAM 허용 범위 내 제품별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에 대한 표준/실측값 적용 기준과 원재료 구매∼판매까지의 제품 생산 자료 및 데이터 기반 합리적 배부 기준 수립이 요구된다.

박문구 전무는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을 위한 지원제도 마련과 동시에 각국과의 긴밀한 협상 준비, 기업은 공급망(Supply Chain) 연결 및 실제 배출량 산출을 위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김승완 교수(충남대 전기공학과)
▲ 김승완 교수(충남대 전기공학과)

RE100 통한 대응

충남대 김승완 교수는 ‘RE100 지원 확대를 통한 탄소국경제도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는 RE100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에 노력을 기해왔으며, 2022년 현재 다양한 RE100 이행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RE100에 가입한 회사는 총 19개 기업으로 이중 제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9개사이며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기업은 4개사뿐, 대부분 기업이 달성목표를 2040년과 2050년으로 목표하고 있다. RE100 가입社 중 실제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2021년 기준)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류션 총 2개사로 이외 기업은 선언에 그치고 있다. 국내 RE100 기업의 연간 전력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로부터의 전력사용량은 2.5% 수준으로 매우 미미한 수치다.

또한 우리나라 RE100 가입社 19개 기업은 연간 약 3000만MWh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으며, 총 1만 2734개 협력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승완 교수는 기업의 스마트한 RE100과 관련해 “스마트한 RE100 이행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의 전기요금, 기후환경 규제, 배출권 가격, 재생에너지 단가 등을 종합적으로 전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10년을 내다볼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수없이 많은 불확실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확률적인 최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Montecarlo 방식을 적용해 볼 수 있다”면서 “RE100 이행이 무조건 비싸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RE100에 대응하지 않았을 때 다른 비용들이 상승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지원 필요

이날 토론자로 나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 박지현 선임연구원은 “CBAM이 발효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고 고탄소 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며, 특히 국내 중소기업까지 CBAM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CBAM의 영향을 평가하고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간접수출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피해 범위를 산정하고 지원 규모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찬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중소기업은 고도의 미래기술이 아닌 기초적이고 조기 적용 가능한 탄소 중립/CBAM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며, ▷업종별 협동조합을 활용한 탄소 중립 MRV 구축지원 ▷EERS 등 활용 통한 에너지 고효율/저소비 구조 마련 ▷탄소 중립 관련 산업 보조율 일괄 확대(50%→80%+α) 등을 제안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상훈 기후에너지 활동가는 “탄소국경세 대응을 계기로 한국에서 기후경제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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