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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동화> 소나무가 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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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19  16: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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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동화>

▲ 최주섭/아동문학가

소나무가 울고 있어요

경상북도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던 큰 산불이 열흘 만에 꺼졌다. 축구장 크기의 백배나 되는 숲이 잿더미가 되었다. 정부는 산불피해 조사팀을 현지로 보냈다. 검붉게 탄 얼굴의 할머니가 불에 타버린 집터 앞에 앉아 울고 있었다. 조사반원이 가까이 다가갔다.

“할머니, 집이 어디세요.”

“살던 집이 다 타버렸어요.”

“임시대피소로 모실게요. 산불 피해로 집이 타버린 분들이 계세요.”

할머니가 조사반원을 쳐다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조사반원이 할머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할머니,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할머니는 오른손을 뻗어 앞산을 가리켰다.

“저곳의 나무들도 모두 타버렸어요.”

“앞산에 산불이 덮치자 숲속친구들인 산짐승들이 불길을 피해 숲을 떠났어요.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늙은 야생동물들과 새끼들은 모두 숯덩이가 됐구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숲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소나무가 울고 있었어요.”

“네-? 소나무가 울었어요?”

현장을 취재하던 TV 리포터가 할머니에게 생수 병 마개를 따드렸다.

“목 좀 축이세요.”

할머니가 물을 반 모금 마셨다. 리포터가 스마트폰의 녹음 장치를 켰다.

“할머니, 늙은 소나무가 울었다는 얘기가 뭐예요?”

“우리 할아버지는 금강송 숲을 지키는 사람이라오. 금강송은 금강산에서부터 이곳 울진 지역까지 많이 퍼져 살아요. 나무가 곧고 단단하며 아름다워 200년 이상 자란 것들은 불에 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을 다시 짓는데도 쓰였어요.”

리포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나무가 우는 소리를 정말 들으셨어요?”

“듣고말고요. 불길이 다가오자 소나무들이 웅성웅성했어요. 불에 타버린 이 소나무가 이곳 숲에선 최고 어른 나무로서 어린 소나무들에게 말했어요.”

「내가 너희들을 지켜주마. 나는 살 만큼 살았다. 궁궐이나 한옥을 지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옥 짓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리포터가 할머니의 설명에 빠져들었다.

“남편과 나는 이곳에서 50년을 살았어요. 송이도 따고 산나물도 뜯고, 소나무도 지키면서. 남편에게서 소나무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지요.”

“소나무들이 뭐라고 대답했어요?”

“은혜는 꼭 갚겠다고 했어요.”

“은혜라면? 뭐죠?”

“좋은 씨앗을 퍼트리고, 싹이 트면 좋은 나무가 되겠다는 거죠. 숲에 사는 야생동물들에게는 집터와 먹이를 넉넉히 주겠다고 했어요.”

“소나무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요?”

“아니 글쎄, 사람도 아닌 소나무가 자기를 법정에 세워 달랬어요.”

“뭐라 구요? 소나무가 법정에 서요?”

“산불로 재산피해를 본 사람들은 국가에서 보상해주지만, 숲의 주인인 야생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거나, 미처 피신하지 못해 죽은 산짐승과 산새와 곤충들에게는 누가 무엇을 보상해주느냐는 거죠.”

야생동식물 보호단체 대표가 변호사와 함께 산불피해 임시대피소로 달려왔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피해보상 팀은 벌써 왔다 갔는데요.”

변호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산불로 피해를 본 야생동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고 해서 왔어요. 현재까지는 인간이 아니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동물이나 식물은 피고가 될 수 없거든요.”

“법정 용어는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몰라요.”

“우리가 돕겠습니다. 국내외 동물 피해에 관한 재판 사례를 살펴보면서 숲과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해 산림청을 상대로 피해 소송을 걸어보겠습니다.”

법정에서는 야생동물 피해 재판이 시작되었다. 야생동식물지킴이가 발언을 시작했다.

“피해 지역에 대한 보상은 공평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산림청 담당국장이 일어났다.

“산불 피해 주민들께 사과드립니다. 그간 피해 조사를 마치고 인명 피해는 당연하고, 주택과 가축과 축사와 농기계 등 소유가 분명한 재산들은 모두 피해자와 협의하여 적정하게 보상을 마쳤습니다.”

원고 측 변호사가 일어섰다.

“산불 피해로 죽은 야생동물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아직 남았습니다.”

“야생동물들의 피해는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은 피해 소송 당사자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 그동안의 재판 결과입니다.”

원고 측에서 할머니를 증언대에 세웠다. 할머니가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도 귓전에 소나무들의 울음소리가 납니다. 숲이 되돌려지고 야생동물이 돌아오려면 수십 년은 걸린답니다. 이 늙은이가 죽은 다음이겠죠.”

“나무들이 운다고요? 울음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어요?”

“숲과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소나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법정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야생동식물 지킴이 대표가 일어섰다.

“숲을 되돌려주세요. 숲은 나무와 야생동물들이 더불어 사는 곳이에요. 곤충들이 나무의 꽃가루를 옮겨주어 열매를 맺게 하고, 동물이 열매를 먹을 때 뱉어버린 씨앗을 먼 곳까지 퍼트려주지요. 동물의 배설물은 나무에겐 훌륭한 거름이 됩니다. 더불어 사는 작은 숲 생태계인 거죠.”

판사가 정중하게 원고 측에 의견을 물었다.

“이번 재판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과 자연환경 훼손의 심각성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야생동식물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산 중턱마다 물웅덩이를 만들어주세요.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 물을 가둬 숲속 동물의 쉼터를 만들고, 가뭄이 계속될 때 산불을 빨리 끌 수 있는 커다란 물그릇이 필요합니다. 소방차들이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산길도 넓혀줘야 합니다. 산불이 빈번히 나는 건조한 계절에는 곳곳에 드론을 띄워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잡초 태우기 등을 감시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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