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위기에 대한 정책과 기업의 대응’ 분석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분석 보고서 발간

최근 국내외 산업과 무역통상 분야를 서로 연계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이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 대한 정책과 기업의 대응’이란 제목의 산업경제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의하면 플라스틱은 한 해 약 4억 톤이 생산되고 어느 물질보다도 생산 증가율이 높다.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폐기물 처리 용량을 뛰어넘으며 환경오염이 심각해졌고, 2050년 ‘넷 제로(Net-Zero, 탄소중립)’를 위한 탄소 예산의 14%에 해당하는 560억 톤의 온실가스가 플라스틱 때문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폐플라스틱을 순환해 자원화하자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은 경제성이 매우 낮아 전 세계적인 재활용률이 9%수준이다.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 영향과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오염 속에서 각국은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활용 촉진에 나섰다.

EU는 플라스틱의 순환경제 전환을 목표로 지속해서 정책을 추진 중이며, 중국은 폐기물 감축을 위해 ‘플라스틱 오염 관리강화 제안’ 5개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미국은 ‘환경 및 기후 정의’에 초점을 맞춘 연방 규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으며, 한국은 2020년 12월,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 ‘재활용 가능한 포장 설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목표를 공표하는 협약에 참여했으며, 플라스틱 공급 기업들은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제조하고, 폐플라스틱을 원활히 조달받아 재생 플라스틱을 만드는 가치사슬을 만들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서는 탄소 감축을 위해 전 산업에 대해 전 방위적인 방출 현황을 파악하고 감축 계획을 세웠던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며, 가치사슬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노력의 결과에 따라 한국의 플라스틱 산업은 좌초 자산이 될 수도 있고 신성장산업이 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더욱 큰 불확실성에 빠질 플라스틱의 미래

2020년 5월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수송 부문의 화석 연료 수요 감소에 따라 향후 석유 수요 증가량 중 가장 큰 부문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석유화학이 될 것이며, 2030년까지는 전체 증가량의 33%, 2050년까지는 거의 반절을 차지하게 된다고 예측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에 석유화학 설비들이 통합 설치된다는 2020년 10월의 발표는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 위기 씽크탱크 카본 트래커는 ‘플라스틱에 미래는 없다(The future’s not in plastics)’ 보고서에서 아람코의 증설과 같은 공급 과잉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플라스틱 오염 위기로 인해 확산, 심화하고 있는 규제들 때문에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산업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BP도 2019년 에너지 전망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와 같은 규제가 플라스틱의 공급원료인 석유의 수요를 상당량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 플라스팃 펠릿
▲ 플라스팃 펠릿

지난해 유럽연합 이사회는 향후 예산 충당을 위해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에 비례해 회원국에 새로운 기여금을 받기로 했다. 채택이 논의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까지 도입된다면 화석 연료와 밀착되어있는 플라스틱의 미래는 더욱 큰 불확실성에 빠질 것이다.

산업연구원 박유미 동향·통계분석본부·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의 수립 배경이 된 플라스틱 오염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고,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EU, 중국, 미국과 한국이 시행하는 정책들을 알아본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현황을 파악하고 시사점을 도출해본다”고 전했다.

생태적 한계 넘어가는 폭발적 발생량

보고서에 따르면 ‘원하는 대로 주물러 만들다’라는 어원 plassein의 뜻과 같이, 플라스틱은 어떠한 형태의 제품이든 가볍고 견고하게 그리고 ‘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해준 20세기 제조업의 대표적인 기적이다.

그러나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필연적으로 ‘대량 폐기’에 이르게 되며, 플라스틱은 찬사를 받았던 바로 그 특성 때문에 해결이 힘든 어려운 문제가 됐다. 견고하여 없어지지 않는데 발생량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새 제품은 너무 싸서 재활용할 유인이 없다.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인간의 사회적 기초가 충족되면서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어가지 않는 경계 사이에서 경제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폐기물 매립지 현황을 보면 그 생태적 한계는 이미 한참 전에 넘어갔으며, 그 폐기물의 상당 부분은 바로 플라스틱이다.

인천시가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 매립지의 사용을 2025년 종료하고 서울과 경기지역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서울시는 대체매립지를 공모하고 있지만 아직 응모한 지자체가 없다.

현 인천 매립지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6배이며, 새로 공모 중인 매립지의 면적은 220만㎡로 축구장 308배이다. 이미 알려진 보건, 환경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점유하고 있는 토지 면적의 가치만을 생각해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동안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어디선가 잘 재활용되고 있을 줄 알았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산처럼 쌓이는 가시적 현상은 최근 들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8년 전 세계 폐플라스틱을 수입해오던 중국이 수입을 금지하며 폐플라스틱이 갈 곳을 잃게 된 데 이어, 코로나 위기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앞으로의 발생량이 더 큰 문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 포장재, 감염 방지를 위해 사용한 개인 보호장비 제품들은 폐플라스틱 총량을 이전 대비 20% 이상 늘어나게 했고, 전 세계적으로 매달 사용 후 버려지는 마스크는 1290억 개다.

1971년을 기준으로 물질별 생산증가량을 비교해보았을 때 플라스틱의 증가량은 1위로 타 물질 대비 월등히 높다. UN 환경 프로그램은 2015년 기준으로 한 해 약 4억 톤의 플라스틱이 전 지구적으로 생산되고 그 중 36%가 일회용으로 쓰이는 포장재이며,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50%는 바로 일회용 플라스틱이라고 밝힌다.

지금까지의 발생량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발생량은 더욱 큰 문제이다.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4%인데, Pewtrusts와 Systemiq에서 2020년 7월 발간한 Breaking the plastic wave 보고서는 지금의 플라스틱 생산 추세를 지속한다면 미세플라스틱 폐기량은 2040년에 2016년 대비 2배가 되며, 해양으로 누출되는 양은 3배가 되고, 바닷속 플라스틱의 총량이 현재의 4배가 된다고 경고했다.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해결을 위한 행동을 미룰수록 쌓이는 쓰레기는 더 많아져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문제의 핵심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있다. 이렇게 발생되는 플라스틱 양에 비례해 플라스틱의 생산, 폐기 두 번에 걸쳐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2019년 기준 플라스틱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억 5000만 톤이고 지금과 같은 발생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까지 누적 총 560억 톤이 발생하는데, 2050년 넷제로까지 남은 탄소 예산 중 14%에 해당한다.

국제 환경법센터 CIEL의 Steven Feit는 “화석연료와 플라스틱은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동일한 회사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언급을 통해 플라스틱이 왜 기후 변화의 쌍둥이로 비난받는지 설명했다.

석유회사 Exxon은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자임을 Mindaroo 2020년 보고서가 밝혔다.

어려운 재활용

폐플라스틱을 순환해 자원화하자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전 세계적으로 9% 수준으로, 다른 소재에 비해 매우 낮다. 재활용 종이, 금속, 유리들은 천연 원료에서 만들어진 제품보다 값이 싸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은 새 플라스틱(Virgin Plastics)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중 12%는 소각되고, 79%는 매립된다. 플라스틱의 재활용 과정을 살펴보면 재활용 플라스틱이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엔트로피, 즉 총체적 무질서와의 싸움이다.

먼저,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하여 종이, 유리 등 다른 소재들과 구분하고, 재활용 수요가 있는 PET/PE/PP/PS 등 제한된 단일 종류의 플라스틱만을 골라낸다.

종이, 유리 등의 소재는 소재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제품 간 동질성이 높고 재활용 폭이 넓지만, 플라스틱은 다른 소재와 비교할 수 없이 종류가 다양하고, 기능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첨가제와 난연제도 추가된다.

다양한 소재, 형태, 색깔, 크기가 뒤섞인 폐플라스틱을 분류하는 작업은 많은 인력이나 고비용의 광학 소터가 필요하다. 이렇게 수거와 분류가 끝나면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에 들어간다.

기존의 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사용하거나 갈아서 팰릿, 플레이크로 만들고 또는 용매에 녹인 후 추출해 플라스틱 원료로 쓴다. PET/PE/PP/PS와 같은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에 쓰이는 방법이다.

2020년 발표된 The Association of Plastic Recycler의 ‘새 플라스틱과 재활용 플라스틱의 환경부담 비교 연구’에 따르면, 기계적 재활용을 통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은 새 플라스틱 대비 1/3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환경부담도 46~79%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복합 재질 사용과 분리가 어려운 뚜껑이나 라벨은 물리적 재활용을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물리 재활용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플라스틱의 품질이 낮아져 결국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발생한다.

▲ 일회용 폐플라스틱
▲ 일회용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 성공사례 없다?

기계적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은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을 하는데 크게 해중합(depolymerization)과 열분해(pyrolysis) 방법이 있다. 해중합은 repolymerization, monomer recycling으로 불리기도 하며, 주로 PET와 폴리아미드 등 특정 종류의 고분자들을 중합 전 단량체로 되돌려 재활용하는 것이다.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흡열 반응시켜 오일로 바꾸고, 추후 이로부터 연료로 쓰이는 재생유와 석유화학에 쓰이는 나프타(naphtha)와 같은 원료(feedstock)를 추출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기계적 재활용이나 해중합과 같이 특정 제한된 단일 종류의 플라스틱이 아닌 혼합 플라스틱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고 물질 재활용 대비 폐플라스틱을 고품질 수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은 플라스틱 원료로 쓸 수 있는 유분의 수율이 낮아 대부분 연료용 재생유 추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계 소각로 대안 연합(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의 2020년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계획된 37개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설 중 현재 3곳만 가동 중이며, 이 중 어느 곳도 성공적인 새 플라스틱 생산에 성공한 곳이 없다며, 화학 재활용은 오염을 발생시키고, 에너지 소모가 많으며 기술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수소 트럭 기업 니콜라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작성해 유명해진 Hindenburg Research는 지난해 유명 해중합 화학적 재활용기술 기업 Loop에 대해 ‘실행 가능한 기술이 없는 교묘한 속임수(smoke and mirrors with no viable technology)’라는 평가를 해 큰 파장이 있었다.

“재활용 중심 환경운동 실책” 자인

기술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더라도 화학 재활용 공장을 세우는 것은 여전히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크고 집약적인 공장시설이 있어야 하고 재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을 안정적으로 대량 조달할 수 있어야 하며, 재생 플라스틱의 안정된 판매 수요처가 있어야 한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물리 재활용이 해결하지 못한 오염물이나 불순물을 잘 처리할 수 있고, 재생 플라스틱 시장이 커져 의미 있는 양의 폐플라스틱을 소화할 만큼의 시설 규모를 갖추기 전까지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1973년 미국 플라스틱 산업협회 내부 문서에 이미 나와 있고 지금까지도 그 결론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미국 방송 PBS는 밝혔다. 그런데도 미 화학업계는 플라스틱 제품의 지속적인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쉽게 쓰고 버리더라도 재활용하면 된다’는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열심히 재활용을 홍보했다.

당시 그린피스 환경운동가 Annie Leonard는 ‘재활용 가능 신화’를 순진하게 받아들여 플라스틱 생산량에 대해 염려하기보다 ‘재활용’ 중심으로 환경운동을 이끌어갔던 것은 큰 실책이었음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제는 그 ‘플라스틱 재활용 가능 신화’를 현실로 만들어야만 하는 절박한 시기가 됐다.

폐플라스틱 문제 ‘발등의 불’

많은 국가가 폐플라스틱 문제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이다.

2017년 7월 중국이 WTO에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협정에 있는 환경 관련 조항을 근거로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한다고 발표하고 2018년 1월부터 금지 조치를 시행하자, 플라스틱 쓰레기 컨테이너들은 갑자기 갈 곳을 잃고 동남아의 다른 국가의 문을 두드렸다. 2019년 5월에는 적정 처리시설이 없는 개발도상국에 선진국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UN 바젤협약 개정안이 채택됐다.

총 188개 국가가 가입 중인 바젤협약은 유해폐기물과 그 밖의 폐기물의 국가 간 불법거래 방지를 위해 1992년부터 발효된 국제협약으로, 새로운 개정안에 폐플라스틱을 유해 폐기물로 지정함에 따라 폐기물 이동을 위해서는 수입국에 사전 통보하고 허가를 얻어야 한다.

전 세계가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강제로 적용받게 된 상황이다. 국가 단위로 도입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규제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을 보장하고 2030년까지 폐기물을 줄인다는 내용의 ‘UN의 지속가능한 개발 12번 목표’와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기후협정’ 또한 플라스틱의 생산과 폐기에 관련된 국제 규범으로, 각국의 플라스틱 정책 수립의 중요한 틀이 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이 규제와 정책 중 EU, 중국, 미국, 한국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U

EU 플라스틱 정책의 시초는 2011년에 유럽 집행위원회가 채택한 ‘Roadmap for a Resource Efficient Europe’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불안과 압박을 겪으며 EU는 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순환 경제에 눈을 돌린다.

경제 성장과 자원 소비를 분리(decoupling)하자는 목적에서 로드맵을 채택하고, 2012년에는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경제 주체들로 구성된 European Resource Efficiency Platform(EREP)를 발족시킨다.

2014년에는 기존의 ‘Roadmap for a Resource-Efficient Europe’을 바탕으로 한 ‘Circular Economy Package’가 유럽 집행위원회에 의해 채택이 된다. 그러나 신임 융커(Juncker) 위원장을 중심으로 집행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순환 경제는 순전히 환경정책으로 취급되며 정책 우선순위에서 많이 후퇴한다.

EREP의 구성원들은 이를 우려하며 ‘순환경제는 경제 성장 의제이다(A Circular Economy is an economic growth agenda)’라는 서한을 보내 순환 경제를 일자리 창출과 성장의 수단으로 삼길 촉구했고. 이후 1500여명의 이해관계자와 ‘Closing the Loop’와 같은 공공 협의를 통해 정책설계를 논의한 후 집행위원회는 2015년 ‘Circular Economy Action Plan(CEAP)’을 제시하는데, CEAP에서 플라스틱은 우선순위 정책 대상이 됐다.

즉, 플라스틱 순환 경제 정책은 단순히 환경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효율적 자원 활용이라는 경제적 목표를 이루면서 더불어 탄소중립과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같이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2019년 3월까지 달성을 목표로 하는 54개의 Action을 주 내용으로 하는 CEAP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2018년에 European Strategy for Plastics가 채택되었는데, 이 전략은 플라스틱이 설계, 생산, 사용, 재활용되는 방식을 순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을 재활용 가능하게 하고, 유럽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절반 이상이 재활용되며, 2015년 대비 재활용 처리 용량을 4배 증가시키고 유럽 전역에 20만개 관련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리고 이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향후 조치를 ‘플라스틱 재활용의 경제성 및 품질 향상’,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과 투기 억제’, ‘순환 솔루션에 대한 투자 및 혁신 추진’, ‘국제적 활동 활용’이라는 4가지 세부 목표 아래에 세워 달성 기한을 지정했다.

조치의 결과로 기존의 여러 법령이 개정되는데, Ecodesign Directive에는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더 쉽게 재활용될 수 있게 법적 필수 제품 설계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Directive에는 재활용 원료 사용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며 Drinking Water Directive는 수돗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병 생수에 대한 수요를 줄이도록 했다.

EU 재활용 플라스틱,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의 6%

그리고 R&D 프로그램 Horizon2020을 통해 2억 5000만 EUR를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지원하는데, 제품의 분류와 추적을 용이하게 하려는 디지털 워터마크, 미세플라스틱 발생 방지기술, 회수 물류,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등이 과제 항목에 포함된다.

2019년에는 Directive on single use plastics를 채택하여 해안에서 자주 발견되는 10가지 일회용품에 대해 2022년부터 시장 출시를 금지하며, PET 음료병에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률을 2025년 25%, 2030년 30%로 지정했다. 2020년 3월에는 European Green Deal을 지원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New 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발표했는데, 미세 플라스틱 발생 방지와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의 소싱 및 라벨링에 대한 내용과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낚시 장비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EU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은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의 6%만을 차지하고 있는데, 재활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생 플라스틱이 요구되는 질적 수준과 공급량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해소해야 했다.

이를 위해 EU는 ‘2025년까지 1000만 톤의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을 만든다’는 목표로 2019년 Circular Plastics Alliance라는 민관협의체를 발족해 282개의 기업 및 기관이 참여했다.

Circular Plastics Alliance는 더욱 통합된 플라스틱 순환 경제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해 분야(농업/자동차/건설/전기·전자제품/포장)별로 ‘설계’, ‘수거와 분류’, ‘재활용 재료 함량’, ‘R&D와 투자’, ‘모니터링’이라는 세부 사항에 대한 행동 목표와 일정을 세우고 추진하며 목표 대비 달성된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 규모를 확인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9개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재생 플라스틱 표준을 표준 관련 기관 CEN-CENELEC과 협업해 만들었다.

2020년 12월 유럽연합 이사회는 향후 예산 충당을 위하여,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에 비례해 회원국에 새로운 기여금을 받기로 했다.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이 기여금은 1㎏당 0.8EUR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EU 각 회원국은 이 플라스틱 기여금(National Plastic Contribution)을 덜 내기 위해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노력을 시행하게 된다.

브렉시트로 더 이상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도 2022년 4월부터 재생원료가 30% 이하로 포함된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할 경우 1톤당 200파운드의 부과금을 내야하며, 이 법적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플라스틱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해 The UK Plastic Pact라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은 총 60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켜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국이 됐고, 미국이 3800만 톤, 독일이 1450만 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주된 원인이 되는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비율도 28%로 중국이 제일 높았다.

해양으로 투입되는 플라스틱의 예상 투입량이 많은 상위 20대 강 중 중국의 강이 총 6개이며 그 중 양쯔강은 33만 3000톤으로 1위이다. 중국 정부는 시급해진 플라스틱 폐기물량 감축을 위해 2020년 1월 ‘플라스틱 오염 관리강화제안’을 발표해 2026년까지의 5개년 폐기물 감축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1년부터 발포 플라스틱 음식용기와 플라스틱 면봉의 생산 및 판매를 금지했고,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일상 화학제품은 2021년부터 생산이 금지된다. 2026년부터는 분해 불가 비닐봉지와 택배 비닐 포장이 금지되고 일회용 식기 사용을 30%로 감소시켜야하며, 호텔들은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무료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

이어 중국 정부는 2004년 이후 16년 만에 ‘고체오염환경방치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 2020년 9월부터 발효했는데 일회용 비닐봉지와 식기 도구 금지, 전국적인 일회용 빨대 금지, 특정 종류의 농업용 플라스틱 필름 사용금지 등을 담고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를 이전 대비 10배로 인상했다.

또 중국 상무부는 플라스틱 소비를 신고할 수 있는 전국적인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식당, 전자상거래 플랫폼, 배달 회사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당국에 보고하고, 공식적인 재활용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고 2020년 11월 발표했다.

중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19년 기준 30% 수준으로 재활용률을 높일 경우 어느 국가보다 재활용으로 인한 가장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세계 최대 화석연료와 폴리머 수입국인 중국은 이 원료들의 가격 변동과 지정학적 공급 차질에 불안을 느끼고 자급할 방안을 찾아왔다. 수입 석유 대신 자국 내 석탄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료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도 해왔지만, 환경 및 물 부족 문제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매킨지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플라스틱 사용자이자 폐기자이기 때문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의 잠재적 이익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며, 이미 중국 내 형성돼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이 이익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화학 시장정보기관 ICIS는 중국은 플라스틱을 연료로 바꾸는 대규모 공장이 많고 화학적 재활용에 이미 진보를 이뤄내고 있으며, 향후 중국 정부가 최신식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투자에 주력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플라스틱 산업은 미국 제조업 중 완전히 미국 밖으로 공장을 옮기지 않은 극소수 산업 중 하나로 미국 내 고용 노동자 수가 2019년 기준 100만 명을 넘었다. 또 1872년에 설립돼 115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는 플라스틱 산업의 이익을 대변해 정책 입안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금지하는 각 주별 자치 조례들이 채택되지 못하도록 로비하고, 이미 채택된 주들에는 행정 소송으로 맞서 실행을 막아온 이들의 ‘일회용 봉지 전쟁’의 긴 역사가 에드워드 흄즈의 책 ‘102톤의 물음’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플라스틱 규제 정책이 없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대선 핵심 공약 ‘환경 및 기후 정의(Environmental and Climate Justice’에 초점을 맞춘 많은 플라스틱 연방 규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최근 발의된 법안 중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를 담고 있는 것은 ‘The Break

Free From Plastic Pollution Act of 2021’이다. 머클리, 로웬탈 두 하원의원은 이 법안을 입안하며 “플라스틱은 단순한 쓰레기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오염이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치기에 기후 변화와 국제 인권에 대한 환경 정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법안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재활용률 향상’, ‘직접적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 보호’라는 3가지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셰일가스 기반 에탄크래커(ECC)나 플라스틱 생산 시설, 플라스틱 폐기물을 매립 또는 소각하는 처리시설들이 온실가스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주로 유색 인종과 저소득층 커뮤니티 근방에 위치하면서, 시설들로부터 발생하는 유독 오염물질의 피해에 사회적 취약계층이 더욱 노출된다는 것이다. <계속>

<조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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