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도시침수대책법 제정에 공감

[조원상 기자]

반복되는 도시침수 막자

도시침수와 관련한 문제점 및 현장의 실태를 폭넓게 살펴보고,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 2월 13일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 갑)은 박대수 국회의원(국민의힘, 비례), 환경부와 공동으로 2022년 여름 집중호우 등으로 발생한 도시침수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도시침수 대책 입법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최근 10년(2011~2020년) 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의 피해액 4조 4192억 원 중 태풍과 호우 등 홍수로 인한 피해가 4조 1125억 원으로 약 93%를 차지했으며, 같은 기간 인명 피해는 290명으로 이 중 약 60%인 183명이 태풍과 호우로 인해 발생했다.

노웅래 국회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2022년 대한민국의 도시화 율은 81.4%에 달한다”며, “도시는 아스팔트 포장 등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불투수면 비율이 높아 침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생했던 ‘스콜성’ 집중호우와 같은 이상기후가 일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도시침수 문제는 아직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새로운 재난이 될 것이다.

노웅래 의원은 또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침수 피해는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대책으로는 앞으로의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어렵다”며, “그동안의 도시침수 대책에도 문제가 있다. 사후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 복구 지원에 집중했다. 대응 부처도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로 나누어져 행정 비효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집중호우, 예측범위 넘어서

작년 8월에 발생한 수도권 집중호우는 기존의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큰 비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큰 피해를 입혔다. 당시 서울 동작구에서는 1907년 기상관측 이후 최대인 380mm가 넘는 비가 내리기도 했다.

한 달 뒤인 9월에는 태풍 ‘힌남노’가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하면서 포항·경북 일대를 휩쓸었다. 도시의 홍수 방어능력을 뛰어넘는 500년 빈도의 강우로 포스코 등 국가산업단지가 침수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작년과 같은 큰 비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하천과 하수도를 정비하며, 우수유출저감시설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도시침수 방지대책들이 부처별로 개별법에 따라 따로 추진되면서 대책 간 연계가 부족하고 사업이 중복 추진되는 문제가 계속 지적됐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웅래 의원은 지난 2021년 9월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을 발의한 바 있다. 노웅래 의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현재의 부처별로 분산된 개별법으로는 도시침수를 예방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통상적인 대책으로는 반복되는 강남역 침수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체계적인 도시침수 방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

이날 이상은 국토연구원 안전국토연구센터장은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의 배경과 주요 내용 등에 대해 발표했다. 법안의 배경은 먼저, 기후변화로 고조되는 역대급 기상현상 때문에 도시침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도 동작구 기상청 AWS(자동기상관측장비)에 의하면 24시간 최대 누적강우량은 422mm이었다. 최대강우는 1시간 최대 141.5mm, 3시간 최대 259.0mm이었다.

이상은 안전국토연구센터장은 “과거 이력이 있거나 쉽게 예상 가능한 곳에서 침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재해 취약성이 높아서 도시방재 측면에서 특별히 주의를 요구하던 곳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모두가 아는 대책과 결과도 법안의 배경이다. 2011년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에 의하면 ‘자연친화적이고 안전한 국토공간 조성’을 위해 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지방하천은 국가하천으로 승격 관리(노후 제방의 보수·보강 및 제방 안전도를 점검·평가해 기존 댐 및 제방의 안전성 및 치수능력 제고, 최근 발생한 이상강우를 고려한 한국 확률강우도 개정을 통해 도시지역 홍수 방어능력 제고)하고, 특정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①침수피해가 빈발하거나 우려되는 지역을 특정도시하천관리구역으로 지정·관리 ②지정지역은 하천과 하수도, 빗물 펌프장, 저류지, 빗물유출 저감시설 등의 도시 배수시설을 연계한 종합 치수대책 마련 ③GIS 기반의 홍수, 시뮬레이션 자료 등을 활용, 집중호우 시 사전대비가 가능하도록 도시침수에 대한 예보체계 구축)토록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상은 안전국토연구센터장은 “지키지도 못할 약속. 예견된 피해. 무기력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추진 경과

이상은 센터장은 도시하천유역의 효과적인 침수피해 방지를 위한 그동안의 추진경과에 대해서도 전했다. 건설교통부(2004∼2002년)는 ‘도심 침수피해 방지를 위한 효율적 실행방안 연구’를 수행한 뒤 특정도시하천유역의 지정·계획수립을 포함한 ‘특정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국무총리실 재난관리 개선 민관합동 TF팀은 ‘기후변화 대응 재난관리 종합대책’에 과제를 반영(2011년 11월)했다. 그리고 유역 차원의 종합치수가 필요한 도시하천 총 21개를 선정(2011∼2014년)했다.

그리고 감사원은 부처별로 추진 중인 도시침수 예방 계획·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해 비효율이 발생함을 지적하고 조치를 요구(2015년 12월)했다.

당시 감사원의 ‘도시지역 침수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 결과를 요약하면 ▷하수도정비기본계획, 하천기본계획, 자연재해종합계획 간 연계성을 확보할 것과 ▷특정 도시하천을 국토부·행안부·환경부가 협업하여 공동으로 지정하고 침수예방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 등이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도시침수방지특별법안‘을 마련해 정부입법을 추진했으나 부처 간 협의가 중단됐다.

2018년 6월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특정하천유역 치수계획 수립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됐다. 당해 하반기 환경부가 물관리일원화 후속조치로 도시침수특별법 제정 추진을 모색했으나 부처 간 협의(행안부는 특별법 제정 취소, 수자원법 개정 등을 대안으로 제안)가 중단됐다.

이후 2018년 12월 환경부는 특정하천유역치수계획수립지침(안)을 마련했고, 2019∼2020년 신창현 의원 등이 도시침수방지대책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회기 만료 등으로 폐기됐다. 2021년 9월 노웅래 의원 등도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을 발의했다.

 

원활한 사업 추진 곤란

2022년 1월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됐다. 당해 7월 환경부는 특정하천유역 종합정비계획 26개소 수립을 완료했고, 12월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한 재난관리체계 개선 특별대책(기후변화를 고려해 재해예방 인프라를 확충하고자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 ‘특정하천유역치수계획 실효성 제고’, ‘도시별 맞춤대책 추진’ 등의 과제를 반영)을 발표했다.

그리고 환경부가 수자원법에 따라 특정하천유역치수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시행계획 및 실제 사업은 여전히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계성 미흡, 사업 장기화 등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해 계획수립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이 곤란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23년 2월13일 통합 도시침수대책법 마련을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상은 센터장은 “통상적인 홍수관리대책마련만으로는 피해예방이 곤란한 도시하천유역에 대해 종합적인 침수방지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심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의 제안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도시가 여름철에 강우가 집중되는 기후 특성과 함께 인구가 밀집되고 다수의 주요 시설이 설치되어 홍수에 취약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시설의 홍수방어 능력을 초과하는 집중호우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 여러 부처에서 도시홍수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관련 법정계획 및 사업들 간의 연계성·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종합적인 도시침수피해방지 대책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통상적인 홍수관리대책만으로는 피해예방이 곤란한 도시하천유역에 대해 종합적인 침수방지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처 간의 협력 증대 효과와 그 가능성

1961년 하천법(하천정비사업), 1966년 하수도법(하수도정비사업), 그리고 1967년 풍수해대책법(신 자연재해대책법, 자연재해 위험개선지구정비사업) 제정으로 60년간 국토의 보존과 국민·기간시설의 보호에 크게 기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책연구소와 학계에서 기후변화 전망과 국토·도시개발 여건, 특히 고밀도 도시구조와 입체화·노후화 되는 건축·시설을 우려해 도시침수에 특화된 치수정책·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본의 경우 ‘하천법’과 ‘수방법’만으로 한계가 있어 2003년 ‘특정도시하천 침수피해 대책법’ 제정을 계기로 유역특성에 부합한 침수방지대책을 도시정비와 연계해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아 2015년부터 기존의 개별 법령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늦었으나 작년 말 정부의 합동 수해대책에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을 포함시킨 점은 고무적인 측면이 있다.

유역 차원에서 또는 유역을 넘나드는 범위 내에서 효과적인 침수방지대책(대규모 첨단 지하방수로 등)의 추진과 국민들이 바라는 안전·안심도시 조성에 기여하고 기술·산업 발전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상은 센터장은 “현재 여건·상황은 건교부가 특별법 제정 논의를 착수하던 2000년대 초반이나 국토부가 특정하천유역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준비하던 2015년과 크게 상이한 점을 유의하고 입법 과정에서 부처 간에, 지자체와 더 긴밀한 소통을 할 것을 건의한다”면서, “법률 제정 여부는 계획수립과 사업추진에서 부처 간의 협력 증대 효과와 그 가능성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법 제정, 종합 도시침수방지대책 기반 마련

토론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도시의 홍수 방어능력을 초과하는 극한 강우가 계속 발생될 것으로 전망하며 홍수피해 대책을 부처별·계획별로 따로 추진하기보다는 도시하천 유역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또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이 제정되면 하천·하수도 등을 종합하는 도시침수 방지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부처 간 협력과 각계 전문가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오재일 중앙대 교수(상하수도학회)는 “돌발홍수는 AI(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 일본의 수위 계층 기반 예고 체계를 제안했다.

윤익준 대구대 교수(한국환경법학회)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소하천과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국가/지방하천으로 나눠져 있는 현재의 문제를 지적하며, 물관리일원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진수 입법조사관(국회 입법조사처)는 “법률 대상을 도시는 외수범람보다는 내수범람에 의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도시하천으로 한정하지 말고 도시지역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명호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처장은 “타 법과의 공간적 중복성을 피해야 한다”면서, 하천유역을 지정하는 것 대신에 하천의 시점과 종점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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